시사인 995호 망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파산해도 공장이 멈추는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주문된 재고를 생산해야 협력업체의 도산을 막을 수 있고, 그리하여 얻은 수익으로 노동자들의 월급을 줄 수 있다. 공장을 계속 운영하고, 사업을 확대할 순 없지만 파산이 어떤 끝일지는 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정년을 넘겼다. 이들이 노동을 하는 동기는 다양하다. 급여, 내가 일한 일터같이 일한 동료에 대한 애정, 협력업체에 대한 책임감, 노동자로서의 자부심 등.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단 한가지 동기로만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자본주의가 인간행동의 동기를 돈으로만 설명한다면, 그것은 돈에 따라서만 행동하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적 강제가 존재한다는 말이 되기도 함. 인간 행동의 동기는 한 가지로 환원될 수 없고, 복잡하기 때문에.

자본은 성장에 실패했고, 여기에는 내연기관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을 성공하지 못한 데에 사측과 협의한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대응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돈의 논리, 수익의 논리로는 실패한 사업일지라도 노동자들은 파산이라는 숫자의 논리를 통째로 부정할 순 없어도 어떤 파산일지는 스스로 결정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에도 중요한 한 가지. 숫자와 돈의 능력은 인간 행동과 능력을 제약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에 무조건적으로 굴복하는 것은 아니며,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지니고 살아간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도 산업전환 과정에서 회사의 쇠퇴를 먹지는 못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회사의 주체로 인정받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면서 망한 회사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곧 노동자들이다. 회사의 경영가적 능력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실패, 동시에 시장에서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력. 이 기사를 읽으며 주류 경제학과 정치권이 강조하는 시장논리, 합리적 경제인의 전제 같은 것이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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