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심리학 -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VIPS에서 15주년 기념으로 샐러드바를 10,000원에 할인해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그 할인된 가격에 먹기 위해 가게 오픈때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5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는 뉴스를 봤었다. 혹시 원래 3~4만원 하는거를 10,000원으로 할인해주는 건가 하고 알아 보니 정상 가격은 18,000원 정도이고 그나마도 제휴 카드 할인으로 20~30%는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적게는 4~8천원을 할인 받고자 5시간을 기다리는건 시간당 비용을 고려한다면 완벽히 비합리적인 행동일텐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기다리는 일이 생길까?

그러나 이러한 외부에서 보기에 비합리적인 행동들은 드문 일이 절대 아니며 매일 매일 직장과 가정에서 그리고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합리한 판단과 행동들을 일삼으며 이러한 예는 훈련된 전문가들 - 세계 대전을 치르는 부대의 지휘관부터 환자의 목숨을 다르는 의사에 이르기 까지 - 에게서도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숙고하고 결정을 내릴텐데 어떻게 해서 이러한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거기에 따른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걸까?

이 책 "비합리성의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비합리성이 전혀 특이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이야기 하면서 수 많은 사례를 통해 어째서 인간들이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지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해준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가용성 효과" 때문에 최근에 발생한 일 또는 심한 감정적 동요나 생생한 기억에 남은 일들을 판단의 근거로 삼기 때문에 첫인상, 후광 효과, 악마효과 등의 영향을 받아 실제 판단에 영향을 받으며 권위와 집단에 순응하고 복종하다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되는것을 좋아하는데 집단에 소속되었을 경우 집단의 결정은 개인의 결정보다 합리적이지 않으며 결정에 대한 책임 회피가 가능하고 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오히려 대부분 극단으로 치닫게 되고 외부의 적을 통해 더욱 집단을 강화하며 개인들은 외부 집단에 대한 편견이 더욱 강화되게 된다. 

이러한 비합리적 사고는 이후 본인의 판단에 위배되는 근거나 나타나더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왜곡하여 자신의 신념과 결정을 합리화 하고 이후 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의 판단과 결정을 왜곡하여 본인의 판단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외에도 보상과 처벌, 욕구와 정서는 사람들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끼쳐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며 기본적 귀인오류 (결과의 원인을 잘못 상정함), 대표성 오류 (뒤섞여 있는 다양한 결과들을 쉽게 구별하지 못함), 정박효과 (초기에 제시된 수에 매달림)등 수많은 오류들로 인해 합리적 사고와 거기에 따른 합리적 행동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누구나 쉽게 할수 있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비합리성의 이유로 진화과정에서의 선택압이 딱 이정도까지의 합리성만을 요구했을 것이며, 뇌의 신경네트워크의 구조로 인해 의식적 사고가 쉽지 않으며 힘든 사고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한 간편 추론법의 발달, 그리고 통계와 확률적 지식의 부족(책에서 여러번 반복된다)과 자기 중심적 편견을 들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그동안 그래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었나 하는 점이었다. 책에서 예로든 증거의 무시와 왜곡을 비롯한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나는 합리적인데 저사람은 왜저럴까 라고 생각할 때가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나 자신 먼저 내가 어떤 편향에 쏠려 있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단과 관련하여서는 요즘에는 온라인상에서 sns와 블로그 게시판 등 즉각적으로 집단이 언제나 형성이 되는데 상호 대면 하지 않고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추천과 비추천등의 기능이 덧붙여 지면서 집단간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이책에서 말하는 집단에서 나오는 비합리적 결정을 아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의 집단 지성을 칭송하는 걸 보면 이러한 집단의 비합리성을 집단의 지성으로 바꾸는 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합리성은 정말로 인간적인 경향이며 합리적 사고를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비합리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되어 있는데 정치와 광고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사고를 원하는 대로 이끌고 지갑을 열고 표를 던지거나 기권하게 만드는 노력들이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비합리성을 이해한다면 그걸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아주 좋은 도구가 될 듯 싶은데 일부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거짓과 과장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성을 위한 노력이 항상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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