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교육가 엘라수 와그너가 본 한국의 어제와 오늘 1904~1930 그들이 본 우리 13
엘라수 와그너 지음, 김선애 옮김 / 살림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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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으로 오는 저 남자의 옷을 자세히 보면, 남자의 정신 상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우아한 흰색 두루마기와 조상들이 수세기 동안 입은 것과 똑같은 재료로 만든 통 넓은 한복 바지를 입고 있다. 그러나 머리에는 런던에서 만든 밀짚모자를 쓰고, 디자인으로 보아 분명 미국에서 만든 신발을 신고 있다. 아마 매사추세츠 주에서 만든 신발 같다. 날씨가 따뜻해서, 남자는 기름 먹인 종이로 만든 큰 부채를 부치며 걸어가고 있다. 이렇게 옛것과 새것이 우스꽝스럽게 섞인 것은 흔한 광경이다. -22쪽

여자아이는 자기 삶에 맞게 살려면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애정 어린 아버지가 어린 딸을 형제들과 함께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이 경우 여자아이는 소년의 옷을 입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열의에 넘쳐 놀고 공부했다.-134쪽

[20세기 초에 자동차를 처음 타본 김씨 할아버지의 이야기]
세상에, 차가 얼마나 빠른지! 두 사람이 탄 차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둑을 따라 바람처럼 달렸다. 차는 빙빙 돌고 붕붕 달리며, 엄청나게 높은 절벽을 순식간에 지나, 노인이 걸어갔으면 여러 시간 걸렸을 고갯길을 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 구부러진 산길을 돌진하며 할아버지를 좌석 앞쪽으로 내던졌을 때, 할아버지는 두렵고 혼미한 상태에서 거의 숨도 쉴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절박하고 무서운 마음에, 외국인이 잡고 있는 운전대를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리고 외국인이 "놔요! 놔요!" 하고 소리쳤을 때, 드디어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온 줄만 알았다.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붙잡는 것인 운전대를 더 꽉 쥐었다. 차는 수백 피트 아래로 산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끝에서 가까스로 멈춰섰다. 그제야 두 손을 내려뜨린 이방인은 입술이 새파래진 채 물었다. "왜 그러셨어요?" -1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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