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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3년 가을호 - 통권 183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3년 9월
평점 :
아름다운 수라갯벌을 담은 한 편의 시와 같은 영화 <수라>에 대한 글이 이번 <녹색평론>에 실려 반가웠다. 황윤 감독이 <수라>를 만들어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을 쓴 글이다. 정부는 수라갯벌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새만금신공항을 지으려 하고 있다. 정부가 이 계획을 취소하고, 색색의 새들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의 삶터인 수라갯벌을 보존하기를 촉구한다.
<녹색평론>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다뤄주길 바랐는데, 바람대로 이번 호에서는 여러 글에서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 근본적으로는 핵발전의 문제, 그리고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민주주의의 위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거의 영원히 남을 유독한 핵폐기물을 계속 만들어내는 핵발전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논의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그 후대에게도 바람직한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
자급에 대한 마리아 미즈의 글에서는 독일에 있는 국제 공동텃밭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난민 여성들은 자선에 기대지 않고 자급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텃밭을 갖고 싶었다. 그리하여 교회한테 땅을 받아 함께 밭을 가꾸기 시작했고, 이런 공동텃밭이 독일에 70개가 있다고 한다.
나도 가족들 먹을 것을 심고 거둘 논밭이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숲과 도서관이 있다면 참 좋겠다. 산 너머 뜨는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산 너머 지는 해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집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인류는 생명체로서의 자기자신을 표현하면서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 각자가 진실로 보람 있는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자주적이고 협동적인 삶의 방식을 복원하여 우리 자신을 산업자본주의의 성장동력에서 해방시키고, 땅과 바다를 보살핌으로써 기후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고, 인간성을 회복하여 거대 기계체제의 부속품이 되는 일을 단호히 거부하는 행위 속에서 혁명이 싹트고 있다.”(<녹색평론> 10-11쪽, 김정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