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3 발언 3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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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려 방에서 격리 생활을 하며 더욱 절실해진 소망은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 흙을 밟으며 살고 싶다였다. 머리 위론 미세먼지 가득한 뿌연 하늘, 발밑으론 흙을 다 덮어버린 콘크리트이런 환경에서 건강을 원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흙도 숨을 못 쉬게 막아버리고 우리 자신이 숨 쉴 공기도 더럽혀왔다. 이를 포함해 갖가지 방법으로 생태계를 괴롭히다 결국 전 세계적인 병을 출현시킨 것은 필연일 것이다.

 

격리 중에 김종철 칼럼집 발언 Ⅲ》을 읽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투명하게 진단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즉 온갖 사회 문제는 근본적으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온다는 점을 지적하며, “극소수 기득권층의 사익을 돕는 수단으로 타락해버린 국가권력의 오용을 바로잡고 민주정치를 이루는 것이 긴급함을 말한다(113).

 

저자는 선거 제도하에서는 돈 있는 엘리트만이 뽑힐 수밖에 없음을 역사적으로 밝히고, 시민들의 직접 자치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나 역시 우리 삶에 영향 미치는 사안을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시민의회제도에 귀 기울여졌다. 기존 국회와 별개로, 무작위 추첨으로 시민대표들을 뽑으면 평범한 시민들이 고르게 뽑힐 수 있고, 이렇게 구성된 시민의회에서 국가의 중요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토의와 숙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109~110). 기후위기 대응 등 여러 중대한 문제에 대해 시민의회 제도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는 중요한 문제인데도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의 원인이 환경파괴임을 지적하며, 그 근본적 해결책으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인인 화석연료 의존적 경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자원의 순환적인 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을 제시한다(225~226).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화석연료 의존적인 기존의 생활방식을 벗어나는 개인적 변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병행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수다. 즉 전 세계 많은 과학자가 밝힌 대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2030년까지 지금의 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시민들이 결집해 정부에 이 목표를 이루라고 요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저자는 우리 사회와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끝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러면서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건강한 먹을거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좋은 농사와 노동, 비옥한 흙과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인간관계와 공동체적 연대임을 이야기한다(227). 현대 사회에서 농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먹을 것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삶의 기반은 농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언제나 중요한 농사를 저자는 강조하는데, 특히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글이 마음을 움직였다.

 

땅을 돌보고 생태계를 보전하며, 사람과 사람이 좀 더 평등하게 서로 보살피면서 함께 살자는 것이는 사실 매우 상식적인 발언인데, 저자의 이러한 발언이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은 우리 시야가 너무 좁아져 있음을 보여준다. 눈앞의 이익과 당장의 편리함만 추구하면서 다가오는 파국에 눈을 감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문명을 만들어가는 것이 슬기로운 태도일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생태계를 계속 파괴한다면 심각한 기후파국이 닥칠 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로도 각종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텐데, 그렇게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자유를 잃기보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것이 우리에게도 낫지 않은가?

 

석탄화력발전을 멈추고 자가용 사용을 줄이면 온실가스뿐 아니라 미세먼지 유발물질도 크게 줄어들 테니 공기가 더 깨끗해질 것이다. 희뿌연 하늘을 아름다운 푸른빛으로 바꾸고 앞으로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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