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드맨』으로 2012년 제 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한 가와이 간지가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책 제목은 『스노우 엔젤』이며 어쩐지 겨울이 생각난다.


이야기의 첫 시작은 2014년 6월의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배경으로 한다. '샤로노프'라는 노인이 혼자 호수를 감상하고 있을 때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최후의 레시피'를 넘길 것을 강요한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이를 얻기 위해 샤로노프가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고, 이제 곧 샤로노프마저 살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샤로노프는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것에 대해 슬퍼하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감정을 잃어버린 듯이 그저 고요할 뿐이며, 또한 자신의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아 보인다. 그저 모든 것이 평온했다.


그리고 배경이 바뀌어 2017년의 일본.

한 남성이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질주하다보니 무언가 쿵, 하고 박았다. 주위는 비명소리에 시끄럽고 창문 너머에는 좀비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남성은 계속해서 좀비들에게 돌진했고, 벽에 부딪친 차에서 빠져나와 좀비를 죽여나가며 돌탑으로 도망쳤다. 좀비들을 피해서 탑을 오르고 올라 옥상에 다다랐을 때, 남성은 하늘에 떠있는 천사를 발견했다. 천사는 미소를 띠우고 남성을 향해 손짓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거 좀비물이었어?!' 하고 생각했다. 정말 뜬금없이 좀비가 등장할 줄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남성의 환각이었다. 현실은 보행자 십여 명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린 후에도 쇠지레로 사람들을 살해하며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백화점 9층 테라스까지 올라가 뒤쫓아온 백화점 직원들의 눈앞에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반전이야! 진짜 육성으로 '헐'소리가 나왔다.

기자키 계장과 경찰들은 약물로 인한 사건이라고 추정했다. 일본에 유사한 종류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었고, 가해자는 모두 향정신성 약물이나 위험 약물 복용자였던 탓이었다. 2015년에 약물을 판매하는 업소가 적발되어 전국 200여 곳 넘는 판매업소가 모두 소멸된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 향정신성 약물에 관련된 사건은 증가하고 있었다. 이제는 누가, 어떤 경로로 약물을 구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그래서 기자키는 이 약물을 추적하는 일을 진자이에게 맡긴다. 사실, 이미 진자이는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어 있다. 형사였던 진자이가 길바닥을 이리저리 헤매게 된 것은 7년전 부터이다. 어느 날 변호사 부부가 고가도로 위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수사는 사고사로 종결되었지만 진자이는 이것이 사건이라고 생각했고, 파트너인 히와라 쇼코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 중, 파트너인 히와라 쇼코가 다섯명의 남자들에게 저격당해 사망했고, 그에 분노한 진자이는 그 다섯 남자를 모두 죽여버렸다.

진자이가 경찰서로 돌아간다면 배치전환이 되면서 다른 곳으로 쫓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부부의 사건도 더이상 수사할 수 없을 것이고, 히와라 쇼코를 살해 한 배후 또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진자이는 도망을 택했다.

그런 진자이 앞에 직속 상사였던 기자키가 나타났다. 마약 단속관, 일명 마토리로 불리는 기관의 미즈키 쇼코의 부탁이 있기도 했다. 부디 지금 사람들에게 이상행동을 일으키는 합성 약물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그 합성 약물의 이름은 '스노우 엔젤'. 신종 합성 약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화학물질이며, 복용한 자에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약물이다.


진자이는 약물의 출처를 찾기 위해 잠입 수사를 감해하며 직접 '스노우 엔젤'을 복용하기도 한다. 과연 이 약물은 무엇을 위하여 세상 속으로 나왔는지, 그리고 약물을 퍼트리는 사람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이 차오른다.

또한, 이런 장르의 책들은 주요 인물들에서 꼭 뒤통수 때리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정말 마지막까지 정신을 잡고 있어야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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