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탐뎡 :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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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를 3월 1일에 쓰게되어 기쁘다.

2020년의 첫 시작은 한국사와 시작할 생각으로 2월 8일에 시행되었던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에 응시했다(그리고 무사히 합격!). 사실 고3때는 동아시아사를 수능과목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온전한 한국사 과목을 공부한 건 아마 고2, 혹은 고1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한국사를 공부했다.

예전에는 위인 이름이나 유적지, 문화재 이름을 외우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귀찮고 어렵고 그랬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이 되서 공부한 한국사는 정말로 재미있었다. 학교 성적에 무관해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유적지와 문화재, 그 중 고서적 외우는 게 재미있었다. 학생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몇년만의 역사 공부는 생각 외로 많은 생각과 교훈을 남겼고, 특히 일제 시대 부분에는 강의를 들으면서 눈물 뚝뚝 흘리며 공부했다. 세월이 흐를 수록 역사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며 점차 삶에 깊게 파고든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에 대한 공부는 꾸준할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사 공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라, 최근 일제 시대 문학이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책들을 찾아읽게 된다.

사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현대 문학보다 근대와 고전 문학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그리 특이한 현상은 아니긴 하지만, 독서 기록용으로 SNS를 운영하면서 1~2년 정도 현대 문학에 치우친 독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면에 대해서 역사의 여운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어쨌든, 고대서적에 관해 검색해 보다가 발견한 책이 『보물탐뎡』이다. 작가인 정수찬은 고서수집가로 옥당에서 사서를 편수하던 수찬(修撰)처럼 청반(淸班)의 이름을 얻길 꿈꾸고 있다 한다. 『보물탐뎡』은 이 고서수집가의 수집기록과 그 서적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탐구하고 있다.

책등도 고서 느낌나게 마감이 되어 있어 책의 분위기가 더욱 산다. 매끄럽게 펼치고 책의 의미와 일맥상통 한다는 점에서 좋은 디자인이지만, 쉽게 닳아서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껄끄럽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스스로가 오래된 유물에 무척 소홀했습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오래된 집들이 현대식 가옥으로 개량되면서 벽장 속 낡은 고서와 문서들이 무더기로 바깥세상으로 나왔지만, 일부는 불에 태워지고, 일부는 고서점이나 고물상에 팔려 갔습니다. (중략)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예전에 흔했던 것들이 희귀해진 것입니다." -25~28p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기를 났던 한국인들에게 역사는 뒷전으로 밀려 있던 시기가 있었다.

본래 고려때는 몽골의 침략으로, 조선때는 일본의 침략, 이를 거쳐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해외로 반출되거나 전란으로 인해 소실되어 고서들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더해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여기저기 흝어지고 사라져버린 수 많은 고서들이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역사는 기록이다. 겪지 못한 먼 과거의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결국 그 시기에 쓰여져 남겨진 기록 뿐이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역사를 잃어버렸나?

한국사 강의를 들으면서 혹시 시골집에 남겨진 오래된 책들이 있다면 뒤져보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혹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된 시골집의 창고를 뒤져보도록 하자.


"현재 볼 수 있는 남녀평등의 흐름, 재혼의 빈번함, 족보에 대한 무관심 등은 고려시대에는 흔히 있던 풍경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역사란 것은 시대에 따라 돌고 돈다는 속설이 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인 듯 합니다." -197p


『보물탐뎡』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은 "역사란 것은 시대에 따라 돌고 돈다는 속설이 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인 듯합니다." 라는 부분이다.

한반도의 역사는 길다. 하지만 몇 천년의 시간동안 나라는 몇 번 바뀌었고, 그에 따라 조금씩 생활 모습들이 바뀌어 왔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의 한국과 다른 모습에 조금 동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벗겨보면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특히 고서속에 등장하는 조상들의 모습은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먹고 사는 건 중요하며,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디든 욕심 많은 자들이 존재하며, 지위 높은 나리들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눈이 먼다.

한국은 대체로 조선시대의 모습을 물려 받았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 남녀평등의 모습은 고려와 닮았다. 결국 현재는 지금까지 겪어온 나라들의 부분부분이 합쳐져 만들어진 복합체인 셈이다.


과거와 현재가 닮았다면 역사는 더욱 중요하다. 역경을 헤쳐나갈 단서가 역사 속에 숨겨 있을지도 모르니. 하지만 그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남겨진 서적을 통해서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은 시대에 막론하고 꾸준히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일까.

조상들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고서를 찾아 읽어보자. 그 속에서 현대인과 닮은 모습들을 발견하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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