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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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보자마자 무척이나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쫒는 아이>등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와 부동산이나 건설회사, 학습지 CM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광고가 아닌 작품을 만들어 내었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유의 감성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작품이자 5분 정도의 흑백 단편 애니메이션을 나가카와 나루키 작가님이 글로 옮긴 책입니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짧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하실 수 있어요.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감성.)

엄마가 죽고 혼자 길을 떠돌던 하얀 털이 아름다운 새끼 고양이는 '미유'라는 여인에게 거둬집니다. 그녀에게 받은 '초비'라는 이름. 사랑과 우정에 상처받은 미유는 초비에게 위안과 사랑, 온기를 받으며 함께 살아갑니다.

미유와 초비 외에도 학업, 취업, 결혼, 그리고 상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상생활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곁에서 지켜 봐주고 응원해주고 또 다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도록 온기를 주는 고양이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한마리의 늙은 개와 함께 말이죠.

인간의 시선과 고양이의 시선이 번갈아 등장해서 흥미롭습니다. 고양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길거리, 전철 소리, 참치 통조림. 그리고 곁에 있는 인간.

'고양이의 시선'이라고 한다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을 비판하는 성격의 글이었죠.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조금더 '반려'에 가까운 고양이와의 관계를 그립니다. 책을 읽다보면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집니다. 고양이 지구 정복 해!


적막한 가운데 전철 소리만 멀리서 천둥처럼 울렸다. / 고가를 오가는 전철 소리는 규칙적이고 강력했다. / 나는 그 소리를 동경했다. / 가슴속에서 들리는 미세한 고동이 나를 움직인다면, 그 소리는 얼마나 큰 걸 움직일 수 있을까.

그건 분명 세상의 심장 소리일 것이다. / 강하고, 커다랗고, 완벽한 세상. 하지만 나는 그 일부가 될 수 없다.
- P8

그날 그녀가 나를 거두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녀의 고양이다.
- P11

나는 그녀의 문제를 어떻게 해줄 수 없다. 그저 옆에 있으면서 나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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