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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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속마음을 어딘가 적어본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말한 '일기'란 학창 시절 선생님께 검사를 받기 위해, 즉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써 내려간 일기가 아닌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진실한 이야기'를 말한다.
굳이 종이로 된 일기장이 아니더라도, 여과하지 않은 자신의 진심을 어딘가에 전한다는 것 자체로 우리는 해소의 감정을 느끼곤 한다.

《금지된 일기장》 역시 우리가 언젠가 느껴봤을 감정들을 주인공 '발레리나 코사티의 일기를 적는 행위'를 통해 투영해 보여준다.
때로는 서운한 마음을, 때로는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일기장에 적으며 해소의 감정뿐 아니라 그녀는 누군가의 엄마나 부인이 아닌 비로소 자기 모습을 사유하게 된다.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더 이상 피할 수조차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잠시 멈춰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사유하는 것이 자극으로부터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금지된 일기장》은 실제 발레리나가 적은 일기 형식으로 구성돼 우리에게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선사한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함께 웃고, 화내고, 공감하며 놓치고 있던 '나'를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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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 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P. 71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가장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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