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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법 -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김종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4년 6월
평점 :
남도라는 말에 이끌려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냐면 난 남도사람이니까. 남도에 오랜 기간을 살았음에도 남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남도기행을 혼자 떠나볼까 하는 마음이 강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 떠나오면 떠나온 곳에 대한 애착심 더 생기는 것 같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고향을 더 사랑해야겠다.
여름휴가를 대비해서 우선 남도의 여러 지역 중에 고향과 가까운 지역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내가 왠지 호감이 가는 곳을 선택하여 읽어보았다. 역시나 아버지가 쉬는 날마다 가셔서 열심히 텃밭을 가꾸는 곳과 가까운 남평역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순천과 광주를 이어주는 송정역과 개인적으로 좋아라하는 시인 윤동주의 유고가 숨겨져 있었던 고장에 위치한 옥곡역 이렇게 발췌독을 하였다.
남평역은 차를 타고 지나친 적은 몇 번 있다. 근처에 드들강이 있어서 부모님과 이모랑 같이 놀러가다가 본 적도 있고 우리 가족 텃밭에 갈 때도 지나치면서 보았다. 그런데 남평역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니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라고 표현해서 놀랐다. 차로 스쳐지나가듯이 보기만 했지 역 안에는 들어 가 보지는 않았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라는 시와 엮어서 작가는 남평역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남평읍 한 바퀴’라는 코너도 괜찮다. 거기서 소개되는 남평 오일장 사진을 보니 오일장에 가보고 싶어졌다.
송정역 근처 송정공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판소리 명창으로 유명한 임방울 선생의 기념비와 <떠나가는 배>로 유명한 시문학파 시인 박용철 시비가 공원에 있다고 한다. 광주에 학창시절을 살았는데도, 박용철 시인의 생가가 송정공원 근처에 있는지는 몰랐다. 고개 숙여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휴가 때 고향에 돌아가면 가봐야겠다. 얼마 전에 박용철 시인에 관해 네이버 문학캐스트의 인물 분야 게시된 것을 보고 박용철 시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문학가를 얼굴보고 좋아하면 안 되는데, 그러면 정말 안 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학가 3인이 있다. ‘황순원, 윤동주, 백석’ 이렇게 3명을 좋아한다. 외모도 출중한데, 문학가다운 기질과 감수성까지 풍부한 것을 보고 그들에게 완전 반했었다. 그런데 박용철 시인의 젊은시절 사진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는데, 그 또한 3인에 뒤치지 않을 정도로 용모가 뛰어났다. 재자가인적 인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너무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 일제식민지를 살아간 문학가들은 단명할 수밖에 없나보다. 그 시절은 본인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선 온전히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옥곡역. 이 역 또한 유명한 문학가와 관련이 있는 역이다. 옥곡역 근처에는 윤동주와 동문이면서 일본에 유학을 가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국문학자 정병욱의 가옥이 있다. 정병욱, 익숙한 이름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예전에 수업할 때 교과서에 나온 분이었다. ‘잊지 못할 윤동주’라는 글로 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 그의 글이 실렸었다. 윤동주 시인이 죽고 나서 생전에 미처 출간하지 못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본인이 학도병으로 끌려가면서도 모친에게 부탁하여 보전케 한 훌륭한 분이다. 그리고 윤동주에 대해 소회하는 글을 써서 우리가 윤동주 시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실마리를 제공한 분이시다. 그리고 또한 이분이 아니였다면 우린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책 속에는 윤동주와 정병욱의 젊은 시절 사진이 있는데, 글로만 접한 국문학자 정병욱의 젊은 시절 앳된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책을 일부러 한꺼번에 다 읽진 않았다. 다 읽어버리면 앞으로 계속 될 남도기행에 대한 설렘이 한순간에 몽땅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씩 아껴 읽었다. 내가 태어난 곳을 기점으로 하여 우선적으로 여행을 하고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