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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죽음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쓴 독특한 소설이다.
책의 첫 장을 열면 이런 사람이 주변에 가까이 있지 않냐는 5개의 질문을 작가는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1. 음반 매장에 비정상적으로 자주 드나든다.
2. 이름으로 동네나 시의 이름을 쓰고 있다.
3, 대화의 포커스가 미묘하게 빗나간다.
4. 맨손으로 사람과 접촉하려 하지 않는다.
5. 항상 비를 몰고 다닌다.
다행이다. 이런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 같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사람은 사신일지 모른다고 독자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의 신이 자신 가까이 있다는 것처럼 소름돋는 일이 있을까?
이 소설은 치바라는 죽음의 신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1인칭 시점의 소설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일인 인간의 죽음을 주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소설은 전개된다. 얼마 전에 읽은 <공중그네>와 비슷한 피카레스크식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치바를 주인공으로 그가 자신의 일을 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과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쓰여져있다.
서로 다른 각각의 이야기가 동일한 주제를 바탕으로 통일성있게 엮여지는 연작형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중그네>가 떠올랐다. 그런데 비슷한 구성방식이지만 차이가 느껴진다. 그것은 시점이 다르기 떄문이다.
<공중그네>는 3인칭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되었고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1인칭 주인공이기 때문에 작품 속이 주인공인 나 (치바)가 서술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의 죽음과 삶에 대한 그의 생각과 감정 등의 내면세계가 잘 드러난다. 그래서 왠지 공포와 무서움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옆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보고 느낀 것, 생각한 것들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좋았다.
(독자와 서술자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시점이다)
<공중그네>의 경우는 작가가 전지적 관점에서 인물과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이라부나 그의 환자들의 심리를 작가가 그대로 서술하여 웃으면서 읽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의 환자들이 이라부에 대해서 얼마나 엽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작가가 있는 그대로 드러내 서술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엄청 웃었다.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드러내기 편한 전지적 시점과 연작형태의 구성방식과 서로 적절하게 조화되어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해나간 작가의 노련미가 독자의 책읽는 즐거움을 증가시킨다. 책을 읽는 동안 전지적 시점에서 보여지는 독자의 상상력의 제한시킨다는 단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웃는데 정신이 팔려서 놓쳤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사신, 치바>는 비슷한 구성방식을 취하면서 다른 시점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치바는 정확하다. 치바와 후지타 형님,연애 상담사 치바' 등등 독립된 이야기를 취하고 있지만 치바라는 동일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자는 치바의 눈을 통해서 다른 등장인물의 심리를 추측할 수 밖에 없다. 상대의 여자가 얼굴이 빨갛게 변한 것에 대해서 그녀가 아직 순진하다 등의 치바의 판단을 통해서 그녀를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상상의 실마리를 마련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죽음의 신 치바를 통해서 현대인의 고독을 다루고자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있거나 힘들어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군중 속의 고독..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갖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에 대해서 말하자고자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단절된 인간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소외의식을 대해서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해보았다. 죽음의 신을 만나서야만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할 수 있는 현대인들의 군상이 드러난다. 주변에 힘들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잠시라도 멈춰서서 그들이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