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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했어
지니 로비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아빠의 폭행으로 인해 후천적 청각 장애를 가지고 사는 소녀와 침팬지 수카리를 만나면서 조이의 삶은 활기를 띄게 된다. 수화를 배워 찰리 할아버지와 수카리랑 마음을 나누면서 조이는 기쁨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찰리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게 되고 침팬지 수카리는 자신을 맡아줄 보호자를 잃고 갈 곳이 없는 불쌍한 처지로 하락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손에 길러진 동물들이 그 주인을 잃게 되었을 때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애완동물 특히 강아지들과 관련된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다. 어떻게 자신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함께 했던 애완동물에게 그렇게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학대하고 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사회풍조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악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적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만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살기가 힘들니까 동물의 목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동물의 목숨조차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의 생명 또한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여기 나온 수카리는 사람의 손에 길러지지만 그를 보호해주던 찰리 할아버지가 죽자 갈 곳이 없어지고 조이의 엄마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맡겨지지만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거처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실험실에 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수카리는 얼마간의 실험실 생활로 인해서 암을 걸려 자신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조이가 철창으로 싸인 실험실의 우리 속의 갇혀 있는 수카리와 조이가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다. 수카리가 조이를 보고 수화로 하는 대화가 내 마음을 울렸다.
# 책 속 280p
'나야. 수카리'
'네가 보인다'
수카리는 조의 얼굴이 한순간에 연기처럼 살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듯 한참 동안 조이를 빤히 봤다. 수카리의 무릎 위에서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J-Y(조이) 왔어?'
'살려 줘, 제발.'
'나 착해. 안아 줘. 안아 줘' 조이는 흐느꼈다.
'아프게 하지 않아. 이리 와 안아줄게.'
책 속의 장면이 충분히 머리 속으로 생생하게 그려지니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동물을 가슴 깊이 좋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 속의 수카리와 조이의 애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은 특히 눈으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가 자신의 의견을 짖는 것을 통해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주인과 신뢰가 쌓이면 짖지 않고 눈빛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수카리는 아마도 눈과 마음 그리고 높은 지능을 가진 침팬지라는 종의 특성으로 습득한 수화로 인해 자신의 현재의 고통스런 상황을 조이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 강아지는 눈을 바라보면 깊은 호수처럼 잔잔한 그 내면으로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신비한 경험은 늦은 밤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나와 강아지 둘만 깨어있는 그런 고요한 시간에 할 수 있다. 까치발을 들고 가만 가만 강아지가 잠든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눈만 살짝 뜨고 주인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강아지의 반짝이는 눈과 마주하게 된다. 강아지와 나의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가슴 깊이 퍼지는 따뜻한 기운을 누구나 체험하진 못할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가슴 설레는 경험이다.)
마음 깊이 하나의 생명체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경험이다. 그것과 이별을 통해 느끼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극복하게 되었을 때 우린 진정한 내면적 성숙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