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저자는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에 대한 소개글에 '가장 중요한 체코의 현대작가'라는 평을 받는다는 말에 어떤 작품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속에서 체코의 간이역을 배경으로 독일에 점령당한 체코인들의 슬픈 삶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곳곳에 주인공의 우스꽝스런 행동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전후 소설의 특징과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후 소설의 읽으면 보통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손창섭의 <비오는 날>이나 이범선의 <오발탄>등을 읽으면  희망을 잃고 방향성을 상실한 인물 등이 등장하여 전쟁으로 인한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웃을 만한 내용은 별로 제시되어있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는 냉혹한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파시즘(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인물을 다루면서도 인간애를 내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습 역무원인 20대 청년 흐르마의 엽기적이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행동들로 인해 전쟁의 암울한 상황을 그리고 소설이면서 어둡지 않은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 

주인공이 자신이 좋아하는 마샤와 연애 모습을 통해서도 약간은 소심하면서 순진한 20대 청년의 귀여운 모습에 정감이 갔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을 좀 독특한 면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업무보다 비둘기 키우기에만 열중하는 역장이나 여자 전신기사의 엉덩이에 업무용 도장을 찍는 등 평범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인물들의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주인공 밀로시 흐르마의 1인칭 화자의 이야기체로 전개된다. 이런점에 오상원의 <유예>가 떠올랐다. 두 소설의 공통점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소설을 이끌어간다는 것이이다. 그래서 어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설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기억이나 느낌에 따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화자의 의식에 따라 주관적으로 재구성되어 제시된다. 앞 이야기와 어떤 인과관계가 없이 갑자기 과거의 이야기가 삽입된다거나 하는 점이 비슷하다. 둘 다 전쟁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고 사용된 기법도 비슷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밀로시가 자살을 시도하는 부분에서 1인칭 화자를 설정하였기 때문에  그 장면을 좀 더 사실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이런 의식의 흐름의 기법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와 허무함 그리고 인간성 상실에 대한 것을 그리고자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공증사무소 서기. 선로감시원, 철도 배차원 등등 작가의 다양한 이력이 작품 속의 인물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체코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는데 앞으로도 그의 또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랫동안 소련당국에 의해 체코에서 금지되었다는 사실도 읽는 이의 관심이 충분히 끌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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