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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아디안텀 블루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그것을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쓰여진 책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경험하게 되죠. 그런데 죽음은 멀리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가깝게 존재합니다. 당장에 텔레비전을 켜보아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탄생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죽음이 내 주변으로 다가오면 우리는 큰 충격을 받게 되어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의 경우는 그 강도는 더욱 심해지겠죠.
책 제목의 식물처럼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람도 식물처럼 한번 시들기 시작하다가 결국 삶 자체가 한순간 와르륵 무너져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디안텀 블루는 하트 모양의 잎을 가진 공작고사리과 식물로 한번 시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잎이 말라가는 특징이 있어요 .작가는 아마도 책의 제목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 중에 가장 상징성을 띤 것을 차용한 것 같습니다)
그 가슴 아픈 상실의 슬픔을 작가가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그 가슴아픔을 극복하며 아름답게 승화시켜 제시하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요.
작가는 아디안텀이 우울 속에서 다시 피듯이, 그리고 다시 살아난 그것은 진짜 강한 뿌리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 슬픔을 극복하여야지만 더욱 성숙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그 슬픔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의 표지처럼 무척이나 투명한 사랑이야기입니다.'파일럿 피쉬'하고도 관련이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 책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이란 책을 읽고 난 후 독자에게 더욱 빛을 발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빛을 발한다는 것은 책을 통해 독자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말과 동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디안텀>
# 왜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할까?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유는 살아있는 사람은 계속 변화하는데 죽은 이는 항상 우리들의 기억 속에 그 모습 그대로 정지되어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나와 함께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과 변화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 그 시간, 그 기억 속에만 존재해야한다는 것.... 주변의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변화하고 나 또한 변화하는데(나이를 먹어가는데)....죽은(그리운 이)는 항상 그대로 있어야만 한다는 것....그리고 만질 수도 없고 안아볼 수도 없다는 것....그것은 고통이죠. 그래서 슬픈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데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죽음이 만들어낸 상처가 너무 깊게 패여 그 상처가 새살이 돋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 슬픔을 딛고 일어나야해요.
소설 속 요코가 남자주인공에게 쓴 편지 속의 말처럼 죽은 이의 존재는 점점 기억 속에 희미해질테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삶을 살아나가야 하고 그리고 함께 했던 추억은 기억 속에서나마 영원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