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사진과 함께 사색적인 글들이 많은 책이다.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람으로 그가 쓴 글들을 차례 차례 읽어나가면서 역시나 노벨상 받을 만한 실력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노벨상 작품과 친숙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인 나로서는 조금은 지루한 책읽기였다. 영화촬영을 위해 모로코에 방문한 그는 친구들과 동행하여 마라케시라는 지역에서 희망과 좌절 등의 여러 감상들을 적은 글을 쓰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것이다.

  책의 처음 부분에는 메디나 지도(마라케시의 구시가지)를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옆으로 목차가  보인다. 이방인 눈에 보이는 모로코는 왠지 고독하고 쓸쓸한 느낌들이 묻어났다. 그리고 낙타에 관한 이야기가 책에서 여러 곳에서 보인다. 책의 곳곳에 보이는 낙타나 나귀의 모습들에 대한 작가의 동정의 감정이 담은 시선으로 쓰여진 글들로 인해 나 또한 책을 읽으면서 그 동물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낙타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둥굴둥굴한 눈과 가끔 껌뻑거리며 닫히는 눈꺼풀 등을 볼 때 참 선한 동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책 속에서 '낙타고기는 맛이 좋소이다'하며 낙타를 도살하기 위해 그것들을 끌고 가는 모습을 서술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인간이 못 먹는 고기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낙타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문화적 차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선한 느낌의 동물. 평생 인간의  여행을 위해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데 이용되다가 결국 마지막엔 인간의 먹이로 죽이는 것에 대해서 왠지 거부감이 강하게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야한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관심을 갖지 않아 심리적 거리나 지리적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나라인 모로코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게 된 것 같다. 한 나라의 문화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재래시장에 가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 속의 저자 또한 그 나라의 시장을 가서 보고 느낀 생각들을 '수크 (시장이라는 뜻)'라는 부분에서 서술해 놓았다. 서로 밀고 당기는 흥정에 재미와 그 속에서 느낀 작가의 깨달음들을 세심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이 마치 그곳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다. 그리고 눈만 빼고 모두 베일로 가린 여성들의 모습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아직은 여성에게는 폐쇄적인 모로코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나라 모로코에 대해서 쓴 작가의 글을 통해 마라케시를 마치 구석 구석 살펴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곳에 매일 매일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을 통해 진솔하면서도 소박하고 우리에게는 약간의 낯선 나라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가진 것 같다. 책을 통해 내가 마치 모로코로 여행을 떠났다 방금 전에 집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생생한 삶의 현장들을 골고루 담은 칼라 사진도 모로코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