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조선의 기이한 사건 속으로 시간여행...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나름대로 즐겁게 읽은 책 중에 하나이다.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책 속 내용이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서술된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그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우리 나라에서 실제 일었던 일을 가지고 작가가 전달자의 입장에서 쓴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책의 목차와 작가가 알아두라고 한 부분을 살펴보았다. 일러두기에 내용을 보니 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책 읽기에 앞서 작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일러두기를 읽는 것은)은 책 읽기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책을 읽는 동안 어떻게 하면 좀 더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러두기에는 대략 이런 식으로 독자에게 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1. 한 줄 이상 기록되지 않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작가의 상상력의 힘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꼭!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수사관 같이 내용을 생생하게 구성하고자 노력하였다.)
2. 책의 일부는 소설이지만 내용은 정밀한 고증을 걸친 실화이다. (책을 읽다보면 사건이 보도된 신문의 일부분을 제시하거나 실제 인물들의 사진등을 제시되어 있어 신뢰성을 높이고 정확한 자료 수집을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3. 믿기 어려운 내용은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을 이용했다.( 현대에도 일어나기 힘든 엽기적인 살인사건 등이 여러개 등장한다. 예를 들면 살인마교 백백교 사건이나 단두유아사건은 일제시대에 실제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과연 경성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 책의 내용은 책을 좋아하는 누구나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이다. 작품 속에는 10개의 사건 파일이 제시되어있어 경찰의 수사일지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책 속에 제시된 것처럼 기록되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의 지적 상상력을 증가시키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를 각각의 사건들 속에서 제시했다. 작가의 센스가 엿보인다.
소설 속에서 발생한 여러가지 사건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표면적인 점과 이면적인 점인 관점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작가는 사건의 서두에는 그대로 겉으로 드러난 사건만을 서술하여 독자가 있는 그대로 사건을 판단하기를 참을성있게 기다렸다가 독자가 착각을 일으키는 순간 독자의 잘못된 논리의 틀로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와 형사처럼 직접 사건에 개입하여 작가 자신의 집요한 추리력과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독자가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하는 것을 돕는다.
책을 읽는 도중 작가의 이런 장난에 나 또한 여러번 걸려들어서 30년대 경성거리로 빨려들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의 수박겉핡기식 추리력에 대한 비판을 해보기도 하면서 상당히 즐겁게 책을 읽었다.
이런 작가의 사건의 진실을 알기 전에 먼저 추리해볼 수 있는 독특한 구성방식이 나를 경성기담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너무 오랫동안 이런 류의 소설을 읽지 않아서 추리력에 목말라하던 나에게는 경성기담은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상상력의 틀을 확장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책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 '현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 현대보다 더욱 엽기적인 일이 일제강점기에도 일어났구나'하며 놀라면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그 당시 어쩌면 유명인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몇 명 제시하여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느 시대이거나 수많은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곳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고 이런 일들이 결코 과거에도 혹은 미래에도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통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실제로 역사서를 읽거나 경성기담과 같은 류의 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사건들은 어느 시대에나 반복되어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에 조선왕조실록관련 방송을 보면서 조선시대에 어느 해인가 가뭄이 심해 인육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는 자료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몇 년 전 북한이 가뭄으로 고생할 때도 이런 괴기스러운 소문이 돌았다는 사실을 보면거시적 측면의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미시적인 측면의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결국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지않은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사건이 일어나는 주변의 환경들이 좀 더 문명의 혜택을 받는 것만을 빼고는 말이다.
'현재에 일어난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과거에도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왠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강심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며 혼자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였다.
결국 우리는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현상을 바라보고 또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왜 책을 계속 읽어야하는가'에 대한 그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 책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작가가 일제강점기의 생활 문화적인 면의 풍부한 지식을 갖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포인트로 잡아할 부분이 작품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배경과 경성이라는 공간적인 배경과 독특한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살인사건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울러지는지를 파악하며 읽는 것이 즐거운 책읽기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그 당시에 백백교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하며 종교에 의탁하여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민중의 심리를 확인하고 또 박인덕의 이혼사건을 통해서 순종과 희생만을 강조하는 폐쇄적인 사회질서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당시 여성의 어려움 등을 살펴보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 반전의 묘미라 표현해도 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