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설탕전쟁>을 이번달 도서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나는 그동안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으면 읽었지, 정작 역사책 자체는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설탕'이라는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가진 책이 9월 도서로 선정되었기에 무리없이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설탕전쟁>은 말 그대로 설탕수수와 그 농장을 가꾸고 일구려는 지주들과 그들에게 착취당하는 노예제도에 포커스가 맞춰진 '전쟁사'였다. 이 달콤한 마약은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며 인종과 인종간의 전쟁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읽으면서 단 한가지 문장만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는데, 그 문장은 두번째 사진에 밑줄 쳐진 '기도도 소용없다'는 말이었다.
읽다보면 흑인 노예제도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흑인노예제도에 관한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을 담아냈는데, 그 현실은 차마 입밖으로 꺼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지치며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들 뿐이다. 정말로 '기도도 소용없는' 해괴하고 망측한 산업이 바로 설탕을 둘러싼 농장(플랜테이션) 산업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이 일련의 무수한 과정들이 너무나 납작하고 또 편리하게 내 밥상 위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또 저당의 시대다. 너무 당이 넘쳐나서 당을 줄여야하는 시대라니. 웃음이 나왔다. 아니 사실 나오지도 않았다. 내가 무심코 먹는 어떤 것이, 혹은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이러한 전쟁사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도도 소용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전쟁사를 읽고 나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감사하다는 기도를 올리게 된다. 설탕을 먹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게 아닌 알고서 먹을 수 있음에 감사. 그래서 소용없는 기도에 내 마음이라도 담아서 이 전쟁사에 심심한 위로를 더하고 싶다.
*위 책은 한겨레 풀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