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외과 전문의인 올리버 색스의 최신작이다. <뉴욕 타임즈>는 전문 의료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험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그에게 계관시인(본래 영국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계관시인이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명예의 상징으로 월계관을 씌워준 데서 유래한다)이라 부른다. 영국 런던 태생으로 옥스퍼드와 퀸스칼리지에서 의학학위를 이수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레지던트 생활을 하다 뉴욕으로 이동해 베스에이브러햄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생활을 시작한다. 현재는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그동안 만났던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내 우리의 정신활동과 뇌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들려주고 있다.
교양으로 접하더라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대중 친화적으로 풀어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을 커뮤니케이터라 부르는데 비슷한 의미에서 그도 뇌와 신경학에 관련된 부분에서 대중과 미디어로 소통하려는 커뮤니케이터라 하겠다. 하단은 참고를 위해 비슷한 예로 건축커뮤니케이터인 조용원씨의 서적이다. 기술의 진보로 뇌에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해서 여기에 관한 관심도도 높고 관련 자료들도 넘쳐나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분야에서 뇌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마케팅과 소설 그리고 심리학, 심지어는 학습서에도 짧지만 고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 뇌의 특성을 이용하려 한다.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조원용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9668493
미국교수의 기초 영문법 강의 - 수잔 디렌데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8041599
기획의 정석 - 박신영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9383713
올리버 색스의 책은 이와는 좀 다르게 자신의 진찰하고 직접 관찰한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싣고 있다. 어느 부분에선 문학적이고 어떠한 부분에선 과학서적 같기도 하며 어딘가에선 개인적인 일기나 진료기록서 혹은 철학서 같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이라는 것. 첫 장의 내용인 샤를보네증후군부터가 그렇다. 시력을 상실한 이후에 눈 앞에 실지하지 않는 생생한 장면이 펼쳐지는 증상이며 환시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기도 하고 때론 이와 무관하게 태어나서 본 적이 없거나 평소 열망하던 대상 혹은 기호나 음표와 같은 것들이기도 하다.
시력을 상실한 10퍼센터에서 20퍼센트 정도의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뇌나 정신계의 질환이 없더라도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때론 예술인의 영감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어떤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 내게 이야기한다거나 요정이 나타나거나 본 적 없던 인물이 눈 앞에 등장해 작품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제공하는 것 말이다. 유명한 TED 연사인 엘리자베스의 강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운전 중에 누군가 나타나서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던지자 받아 적을 수 없었던 상황을 즐겁게 묘사한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창의성의 양육
http://www.ted.com/talks/elizabeth_gilbert_on_genius.html
저자에 관한 이야기를 검색해보면 그가 아마추어 식물학자란 것을 알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자신의 전공분야와 무관한 것에 흥미를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나이가 지긋해서 여전히 그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젊은 시절에 식물에서 추출한 마약 성분으로 직접 환각 상태를 체험한 것에 대해 서술하고 있었다. 저자 자신이 직접 체험한 환시의 경험도 가감 없이 적혀있어서 상당히 신선했다. 주말에 건장한 남자가 데이트도 아니고 집에서 마약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조언이 나오는 대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Elizabeth Gilbert: Your elusive creative genius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7507231
http://tvcast.naver.com/v/35784
|
1장 침묵의 군중: 샤를보네증후군
2장 죄수의 시네마: 감각 박탈 3장 몇 나노그램의 와인: 후각 환각 4장 헛것이 들리는 사람들 5장 파킨슨증이 불러일으키는 지각오인 6장 변성 상태 7장 무늬: 시각적 편두통 8장 '신성한'질환 9장 반쪽 시야를 차지한 환각 10장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 11장 수면의 문턱에서 12장 기면증과 몽마 13장 귀신에 붙들린 마음 14장 도플갱어: 나를 보는 환각 15장 환상, 환영, 감각 유령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
밤에 혼자서 불 꺼놓고 낮은 조도에서 책을 봤는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생생한 표현들 때문에 무서워서 등골이 서늘했었다. 낮에 다시 책을 펼쳐 다시 훑었을 땐 별로 그럴만한 내용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데 감성도가 한층 올라가는 한밤중에 보면 확실히 책에 몰입하는 순간 내가 환시나 환청을 체험하는 중인 것 마냥 섬듯한 기분이 들었다. 환자 자신들은 정작 자신들이 경험하는 이런 환시나 환청이 현실이 아니란 점에 대해 명확히 인지한다는데 독자이자 제3자인 나는 문자로나만 만나는 그런 상황들 자체가 무척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만약에 내가 이런 증상을 겪는다면 신경쇠약에 걸려서 몸져 앓아 누울 것만 같은데 등장하는 환자들의 태도는 달랐다.
걔 중에는 이미 시력이나 청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있어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여겨서인지 환각으로나마 잃었던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증상을 병으로 인지하지 않고 하나의 신경학적 증상으로만 받아들이며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나가거나 이들을 없애려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조화를 이루머 생활한다. 우리 병으로 괴로움 순간은 아마 증상 자체로 겪는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이것이 정상이 아니고 영원히 낫지 않거나 터무니 없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이 우리의 긍정성을 손상시키고 희망을 꺽어버려 일상생활을 망치기 때문 아닐까.
소재의 특이성을 이용해 단순히 호기심만을 끄는 서적이 아니라, 생소한 병증이고 기존 증상으로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 있는 경우에 이들이 어떻게 유쾌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지 이들의 태도를 살피고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저자를 책에서만이 아니라 동일 주제로 영상 강의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화면에서 만난 그는 교향곡을 들으며 등지고 앉아 책을 저술하고 평생 미혼이었다는 소개 때문에 뭔가 괴팍할 것만 같았던 첫 이미지와 사뭇 다르게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느낌이었다.
올리버 색스: 환각이 우리 마음에 관해 일깨워주는 것들
http://www.ted.com/talks/lang/ko/oliver_sacks_what_hallucination_reveals_about_our_minds.html
환각이 굉장히 특별한 소재 같지만 사람은 이 세상을 백프로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오감이 태초부터 불안전하기 때문인데, 검색엔진에 당장 착시라고만 쳐봐도 종일 사용하는 시각부터가 얼마나 불완전한 감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똑같은 길이의 막대지만 배경의 모양에 따라서 다른 길이로 보이는 것. 병을 얻지 않아도 오감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더라도 혹시 청력이 부족하면 보상작용으로 다른 감각이 더 발달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신기했던 것은 역시나 다른 감각들처럼 뇌가 이러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도움이 되든 아니든 이는 크게 보면 변화다. 우리 신체는 노화와 같은 변화를 겪지만 이것을 누구도 병이라 하진 않는다. 환각이 기존에 영위하던 일상을 침범해서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지만 않는다면 마치 노화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청력이 떨어진 시력을 보완하듯이 환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증상을 대하고 있었다. 내겐 모든 것이 복잡하고 환각은 아니더라도 환상이나 신기루가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노출된 그들처럼 나도 내 능력으로 다룰 수 없는 무언가에 부딪쳤을 때 그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를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생각했다.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매력적으로 풀어낸 책으로 올리버 색스의 기존 작품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며 기존에 사회과학 분야나 정통 과학 서적에서만 다뤄지던 뇌와 다른 면에서 접근한 서적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그의 강연부터 듣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해서 이 책으로 처음 접한 작가인데 그의 다른 작품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꼭 읽어보려 한다. 괴짜 같은 그를 대변하는 것 같은 그의 서적들의 책 제목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나머지 서적들도 꼭 읽고 싶다.
http://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98%AC%EB%A6%AC%EB%B2%84+%EC%83%89%EC%8A%A4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