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 시와 그림이 있는 이야기
나태주 지음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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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시인 '풀잎'을 지은 시인 나태주씨의 신간이다. 소녀 감성이 한창 충만하던 시기에 내 다이어리 속지에 항상 적혀있던 시이기도 하다. 연노랑 바탕의 표지에는 한 사람이 하트 모양의 무언가를 붙잡고 날아가는 형상이 보인다. 이를 보자 마자 생각난 것이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이었다. 수많은 사랑에 대한 미사여구들이 문학적으로 있지만 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사랑을 하면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기분이라하지 않는가. 해당 서적도 마찬가지였다. 하단에는 혹시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그의 시를 몇 개 링크해두었다.

 

풀꽃 - 나태주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1203947


사는 일 - 나태주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1204534


행복 - 나태주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1204135

 

꾸뻬 씨의 사랑 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3696828


 지은이 소개란 글도 인상적인데 소박하고 따듯한 감성의 문체를 닮았다. 자신은 시골 살면서 시를 쓰고 초등학교 교사이며 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게 자랑인 사람인데 이제는 교사가 아니라 그 중 하나가 없어졌다 생각한단다. 소개마저도 그의 글들을 닮은 것 같았다. 그의 글을 볼 때마다 사소한 일상을 담백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아냈다는 것에 놀라곤한다. 더불어 그 속에는 하나의 문장과 단어를 고르기 위한 치열함이 있다고 늘상 느낀다.


시에 대한 생각을 담은 그의 길지 않은 프롤로그도 인상적이다. 여짓것 사랑의 문제에 대해서 그 본질을 꺼내어 써보지 못했다며 변죽을 울리거나 빙빙 돌려 은유만 했지 핵심을 비껴가곤 했다고 작은 고백을 한다. 시인이라고 글쓰는 것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기에 용기를 내어 쓰고 싶다고 말한 그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총52가지의 이야기에 시가 섞여 있는 형식이다. 그래서 시가 있는 사랑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것이다. 

 

 처음 이야기詩, 첫 만남

두 번째 이야기_슬이
詩, 퐁당
세 번째 이야기_연두색 마티즈
詩, 비밀일기
네 번째 이야기_아침에 걸려온 전화
다섯 번째 이야기_울고 있는 딸 
詩, 못난이 인형
여섯 번째_이야기 잔인한 봄
詩, 민낯
일곱 번째 이야기_버킷리스트
詩, 지상천국
여덟 번째 이야기_꽃을 훔치다
詩, 제비꽃│아홉 번째 이야기_사진·1
열 번째 이야기_사진·2
詩, 사진을 자주 찍다
열한 번째 이야기_이런 느낌표
詩, 별·2
열두 번째 이야기_멀리까지 가다
詩, 어떤 흐린 날
열세 번째 이야기_차갑고도 조그만 손
詩, 약속
열네 번째 이야기_슬이에게 쓴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_사랑, 그것은
詩, 왼손
열여섯 번째 이야기_사랑의 몫
詩, 한 사람 건너
열일곱 번째 이야기_여자
詩,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_감사하는 이유
詩, 꽃
열아홉 번째 이야기_기우는 마음
詩, 너도 그러냐
스무 번째 이야기_빠지는 마음
詩, 개양귀비
스물한 번째 이야기_그 애가 시키는 일
詩, 그 말
스물두 번째 이야기_선물·1
詩, 선물·1
스물세 번째 이야기_선물·2
詩, 도깨비 사랑
스물네 번째 이야기_흰 구름에게 주는 원고료
詩, 별짓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_좋아한다는 말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_이끌림
詩, 느낌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_맨발
詩, 물푸레나무 그늘 아래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_‘네’라는 대답
詩, 돌멩이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_개울을 따라 
서른 번째 이야기_이런 구름
서른한 번째 이야기_문자메시지
詩, 문자메시지
서른두 번째 이야기_시집을 내주다
서른세 번째 이야기_날마다 죽고
詩, 목련꽃 낙화
서른네 번째 이야기_구름을 본다
詩, 며칠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_ 그 애가 변했다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_너를 보았다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_너에게 준다
詩, 너는 바보다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_꾀꼬리 울다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_아이리스
詩, 서양붓꽃
마흔 번째 이야기_봄의 울렁증
마흔한 번째 이야기_시인의 끝
마흔두 번째 이야기_슬이, 너니까
詩, 닻
마흔세 번째 이야기_말로 하기 어려운 말
詩, 꽃그늘
마흔네 번째 이야기_생일 축하
詩, 선물·2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_세 편의 짧은 시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_바로 이 꽃
詩, 슬이를 위한 기도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_또다시 사랑은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_마가렛
詩, 이별에게
마흔아홉 번째 이야기_혼자만의 유희
詩, 벚꽃나무 하는 말
쉰 번째 이야기_이제 너를 보낸다
詩, 너 가다가
쉰한 번째 이야기_사랑의 감옥
쉰두 번째 이야기_사랑의 원본
마지막 이야기_기억의 집

 

 예전에 어떤 글에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엄마와 딸이 다툰 후에 딸아이가 엄마에게 대들면서 왜 엄마는 어른인데 어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느냐는 대목이 나왔다. 그러자 엄마는 나도 네가 첫 딸이고 매일이 다른 너를 키우는 초보인 엄마인데 너도 이해를 해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살면서 한 사람과만 사랑에 빠지지 않고 실의에 빠졌다가도 우리는 다시 사랑으로 일어나고 마치 전에는 이런 감정을 못 느꼈다는 듯이 굴지만 항상 서툴기만 한다. 심지어 그것이 한 사람과의 사랑일 때도 다르지 않다.

 

 작품의 99페이지에는 작품의 제목이 시의 제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란다. 나도 내 스스로가 가끔 낯설 때가 있고 60년을 해로한 부부도 서로를 다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터뷰 기사가 있었을 정도니 사랑에 대한 그의 정의가 틀린 말은 결코 아니다. 익숙함도 사랑이라 말하는 이들조차 익숙함의 정도가 커졌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우린 익숙한 누구에게 언제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낯선 상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내용상으로는 일단 젊은 남녀의 불타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남자 주인공은 교직에서 정녀뇌직하고 금강연구원 원장으로 있는 65세의 편집자다. 여성은 전예슬이라는 25세의 여자로 책속에 나오는 그녀는 그저 평범한 눈에 띄지 않는 아가씨다. 그녀를 표현하는 문구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보자마자 외우게 됐는데 '아리잠직'하다는 것. 순우리말로 작고 얌전하고 어린 티가 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애칭으로는 슬이라고 한다.

 

 형용사 1 . 키가 작고 모습이 얌전하며 어린 티가 있다. 전체적으로 아리잠직하고 귀염성스러우며…묘하게 육감적이다. 출처 : 한무숙, 어둠에 갇힌 불꽃들 2 . [북한어] 온화하고 솔직하다. 아리잠직한 시골 처녀.

 

 요즘에 나이차가 많은 커플이 대세라지만 40살 차이라니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사람들은 궁금 해할 것이다. 책을 들여다 보면 알겠지만 소년 같이 상당히 풋풋하고 감성적이다. 나시인의 연세가 있어서 본인 실화인지 긴가민가하면 끝까지 읽었는데 에필로그를 보면 나태주 시인이 실제 있었던 일을 나중에 나이 먹을 그녀를 위해 남기고 싶었다고 술회한다. 물론 완전히 사실이나 진실까진 아니지면 가급적 가깝게 쓰려 노력했다 말한다.

 

 굉장한 나이차 만큼이나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우연처럼 시작된 사랑에 가슴 졸이며 때론 아버지의 마음이자 도둑의 마음인냥 가슴 졸이며 여인을 바라 본 이야기를 담았다한다. 그리고 그저 운명처럼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노시인의 마음을 섬세하고 묘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집이자 소설같지만 실상 자전적 엣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하단의 인터뷰를 보면 이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사실의 기초 위에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하였지만 대부분 직접 겪고 느낀 내용입니다. 사랑이야기는 언제든 누구의 이야기든 조금쯤은 위험합니다. 안 위험해도 위험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이야기는 위험해도 안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사랑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이 사랑의 이야기는 지향 없고 삐딱합니다.”라고 밝혔다.

출처

http://www.ejanews.co.kr/sub_read.html?uid=71879

 

 열여덟 번째 이야기 감사하는 이유 부분에는 자신이 사랑 앞에서 많은 실패 때문에 끄내는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병사 같았다는 구절은 정말 짠하기 그지 없어서 아직까지 생각난다. 사랑의 시를 가장 많이 쓴 시인이랑 칭호가 여기서 나왔겠지만. 애틋한 사랑 내용만큼이나 윤문영 화백의 수채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잔잔하고 복잡하지 않은 그림들이었지만 아련한 사랑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더 했다. 남녀노소 감성충전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추천이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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