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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대충 번역해보자면 죽음을 지우기 정도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존에 가진 통념인 죽음에 대해서 재정의를 내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기 위해 붙여진 제목으로 보인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굉장히 놀라운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사후에도 뇌세포는 8시간까지 생존하고 피부는 24시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세포사멸을 늦추는 시술인 냉각요법과 소생술을 적절히 활용하면 환자가 뇌손상 없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단다. 하지만 의료선진국인 영국과 독일에서도 이런 제대로 된 처치를 받는 경우가 전체의 50프로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과학의 진보는 죽음의 문턱에 이른자를 다시 이승의 생활로 돌려놓을 정도로 진일보한 상태다. 이런 일이 과거에 비해 잦다보니 기적적으로 소생한 사람들의 놀라운 이야기 또한 여러 곳에서 많이 들려온다. 그들 중에는 의료나 과학에 몸담은 사람들이 있는 연유로 이젠 단순 호기심을 넘어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번에 서평한 <나는 천국을 보았다> 역시 마찬가지다. 신경의학 전문의가 회복불가능할 정도의 희귀병인 특수한 종류의 뇌척수염으로 의식을 잃어 사망선고만 기다리다 소생한 이후에 쓴 자전적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 이븐 알렉산더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7883830
해당 서적의 저자인 샘 파르니아는 임사체험자는 아니지만 의학박사이자 철학박사로 죽음과 인간의 정신 및 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임사체험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어웨어 연구를 이끌고 있고, 이와 관련된 획기적 연구 덕에 미국에서 주목받는 사람이란다.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 브룩(STONY BROOK)캠퍼스의 중환자의학 조교수와 소생술 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뉴욕의 웨일 코넬 의과대학 병원에서 폐의학 및 중환자의학을 연구한 인물이다. 책에는 그의 이력을 말해주듯이 다양한 최신 의료동량을 알 수 있다.
구성은 비교적 크지 않은 폰트에 이렇다할 이미지 자료가 없이 지면을 가득 채운 글들이 빼곡하다. 때문에 어렵거나 힘든 책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흥미로운 소재만큼이나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공동저자인 전문작가 조쉬 영이 명사들과 공동작업을 많이 해온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의료와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전문용어가 등장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거나 난해한 내용도 없었다. 철학적 배경이 등장하지만 교과서 수준잉고 설명도 비교적 친절하기에 아주 깊이 들어가서 공들여 읽지 않으면 내용을 놓칠 수준도 아니었다. 1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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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CHAPTER 1 죽음이 지워지는 현장 CHAPTER 2 삶과 죽음의 경계 CHAPTER 3 생명의 공식 CHAPTER 4 죽음을 되돌린다 CHAPTER 5 운명이 걸린 제비뽑기 CHAPTER 6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CHAPTER 7 어둠 속의 코끼리 CHAPTER 8 무엇이 나인가? CHAPTER 9 육체는 사망해도 영혼은 계속된다 CHAPTER 10 어웨어 연구 : 두 개의 길 CHAPTER 11 왜 다시 죽음일까? 감사의 글 |
해당 서적이 정말 매력적인 부분은 영혼의 존재에 관해서 있다고 보는 강력한 과학적 시사점들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혼이라하면 철학이나 종교, 문학, 혹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는 우리 상상속의 것들 정도로 치부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과학의 영역에서 이런 것을 논한다면 굉장히 이질적이고 황당한 느낌을 줄텐데 책에서는 충분히 과학적 훈련을 통해 검증받은 사람들이 영혼이 있으며 아직은 간접적이지만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과학자들은 프시케라 불리는 영혼의 본질에 대해 탐구중이란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만들어서 우리라고 불릴 수 있는 요소들을 생성하는 장소나 기전이 어디서부터인지 궁금한 것이다. 뇌가 먼저냐 영혼이 먼저냐인데 여기에는 사후가 있다는 플라톤과 아니라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원자론자들의 입장대립이 있다. 또한 임사체험에 문화적 배경이나 종교적 영향이 있는지에 관해서도 서술하는데 임사체험의 특징은 대동소이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관점에는 문화적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간 생각을 해보자면 영혼이 육체와 연결되어있을 때와 동질의 지식과 분별력 등이 육체에 독립된 영혼이 존재하는 사후생에 이어진다고 했을 때 우리가 품어야 할 윤리적 관점과 종교적 이야기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까지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의 의식은 뇌에서 발생하는 호르몬과 각종 뉴런들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뇌가 정지하면 죽음에 이르면서 의식도 사라져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하지만 임사체험자들은 뇌가 과학적으로 모두 정지된 상태에서도 의식이 있었음을 한결같이 증언한다.
기존에 육체가 있음으로 우리의 정신도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많은 이야기가 있어왔다. 건간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것도 은연중에 육신의 우선성에 대해서 비추는 문구아닌가. 지금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와 직접적인 증거가 나타난다면 우리의 삶에는 실로 혁신적인 변화가 생기리라 본다. 소생술의 첨단을 연구하는 사람인지라 현 과학계의 최신 동향과 연구되는 주제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느낀 큰 즐거움이었다.
처음에 의학자가 썼기에 과학 미스테리 서적을 대하듯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런 장르보다 훨씬 깊고 철학적 사고와 접목하여 인간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탐구가지 깊이 있게 진행되는 책이었다. 게다가 기존에 종교나 철학으로만 삶이 바뀐다고 생각했는데 적절한 소생술로 삶을 새로 사는 사람들이 전혀 종전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에서 과학이란 것이 사람을 도와 외부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스스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모습에서 현대사회의 과학기술과 의술의 의의를 찾고있었다.
호기심을 책을 펼쳤던 사람들도 깊은 이해와 넓은 사고를 갖을 수 있는 서적이다. 애초에 요새 유행하는 힐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은 아니지만 뭔가 숙연해지면서 깊이 있고 진정한 삶을 살고자하는 욕구가 저 깊이에서 천천히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들어가는 글 없이 대신 그 자리에 구성된 추천사 모음만 봐도 책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소생치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는지 확인하면 왠지 모를 안도감도 드는 게 사실이었다. 지적유희와 삶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좋은 책이었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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