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이 서평한 타력의 작가인 이츠키 히로유키 이야기하는 인생의 힐링에 관한 책이다. 요즘 워낙 많은 힐링서적이 나오니 특별할 것이 있나 싶지만, 기존 힐링서와는 다르게 좀 비관적이게 들리겠지만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김 빠지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일견 맞는 말이다. 나고 자라는 것에 있어서 모두 다르지만 죽음은 평등하기에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일어난다. 그래서 작가는 이를 인정해야 생을 더욱 즐겁고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일전에 타력에서도 우리가 가진 힘의 근원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 특이 했는데 이번에도 차별화된 철학을 보여준다. 젊은이는 죽음을 미리 염려하지 말고 살아야한다던 어느 명사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지만 취지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력 - 이츠키 히로유키
http://blog.naver.com/lawnrule/120163786218
물론 여느 책들이 지향하는 것처럼 인생을 사랑하고 자신을 긍정하며 마음을 보듬기 위한 목표 가지고 출간된 책이란 점엥서는 다르지 않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장에 12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책보다 목차 분량은 적은데 이렇다할 이미지 자료도 없이 페이지수는 551페이지로 훨씬 많고 판형도 크다. 이번에도 느끼지만 작가는 엄청난 메모광일 것만 같았다. 쏟아내는 엄청난 량의 지식과 메시지 때문에도 그렇고 이 수많은 상념들을 머리 속에 온전히 모두 담아두었다 썻다기 보다는 차곡차곡 적어둔 것을 풀어냈다는 느낌을 항상 받기때문. 그리고 번역이 원저작물과 비슷한 분위기의 어투인지 모르겠지만 언제 읽어도 따뜻하고 겸손한 느낌이라 편했다.
1. 나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한 12장 기뻐하다 망설이다 슬퍼하다 사다 떠들다 장식하다 알다 점치다 일하다 노래하다 웃다 생각하다 2. 지금의 나를 믿기 위한 12장 손해 보다 격려하다 느끼다 맡기다 흐트러지다 꿈꾸다 잊다 가르치다 인정하다 속하다 만나다 사랑하다 3.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12장 즐기다 가볍게 맛보다 다하다 떨어지다 먹다 장단을 맞추다 싸우다 붓다 용서하다 고민하다 행복 부기- ‘대치’와 ‘동치’에 대해 4.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12장 만지다 선택하다 읽다 울다 되살아나다 다르다 따르다 어둡다 정 혼내다 촉촉하다 보내다 5.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12장 낫다 그리워하다 뜨겁게 지키다 잠들다 살다 돌아오다 찾다 남다 아프다 젊게 살다- 후기를 대신하여 애장판을 보내며 |
작가는 1932년 일본에서 나고 유년기는 조선에 보낸 사람이다. 내 입장에서는 할아버지란 단어가 맞는 분인데 책 내용은 항상 세련되면서 깊이 있다는 점이 인상깊다. 첫 장부터 그러했는데 기쁨에 관한 것이었다. 도입부에 자신에게 들어온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싫어하는 여성상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여러가지를 꼽다가 반대로 생각해서 결점이 없는 여성을 상상하면 매력이 없을 것이라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각하는 여성상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기뻐하는 것에 서툰여성. 읽다보면 단순히 기뻐하지 않는 여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표현에 서투른 모든 사람을 두고 하는 이야기란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놓여진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일과들 속에서 분명 누군가는 굉장히 기쁘게 살아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과의 차이점은 그저 마음가짐의 차이이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크게 와닿는다. 나는 이렇게 짧고 쉽게 적었지만 저자는 그의 경험과 다른 이들의 작품 등을 인용해 긴 글로 훨씬 깊이 있게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용에는 어느 여성 작가의 말도 나오는데 그녀는 자기 전에 자신의 몸을 하나씩 어루만지며 칭찬해주면 그 부분들이 뽁뽁거리며 기쁘게 반응한단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펴 마디마디를 누르며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그것들을 가만히 응시하기도 했다. 그 제스쳐엔 행간에 들어 있는 작가의 의도에 대한 이해와 사소함에 대한 감사가 있었다.
60편의 이야기 속에는 40년대까지 한반도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의조선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이 책의 재미다. 1967년 나오키상을 받았고 1978년부터는 30년 넘게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인 만큼 그러한 면모가 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 평범하거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내용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목차에 기본형 동사를 둔 점도 색다르다 하겠다. 제목은 삶의 힌트지만 내 생각에는 행복하게 사는 삶의 팁이란 표현도 썩 어울릴 것 같은 책이었다.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인생은 지옥불 속에 아수라장이다가도 영글은 붉게 변한 사과알을 떠 있는 광택이 되지도 않던가. 변화무쌍한 삶 속에 오랜 침체기나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왔을 때 구구절절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양서라 생각한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