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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인 거대한 국어표준사전이다. 도서관에서 원목 스탠딩 책받침대에서 그 위용을 발휘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어려서는 단어만 가지고 사전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나만의 분야를 가지자 개별 분야에 굉장히 다양한 전문사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서문을 살피면 인용문 사전이란 것도 있단다. 그래도 일단은 사전이라하면 대개 양이 방대하고 패턴이 없이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이라 상당히 지루한데 이 책은 도대체 사전이랑 형식을 차용해서 인력을 키워준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어보니 어떤 방식으로 사전이 독자들의 지적인 능력을 자극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좋은 칼럼이나 글을 읽거나 긴 분량의 소설이나 엣세이를 읽었다치자. 우리는 대개 그냥 지나치기 힘든 좋은 구절이나 훌륭한 인용문, 혹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기존 단어가 가진 개념을 변형시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경우에 감동받고 더러는 이를 가필해서 따로 보관하기도 한다. 이 서적도 그러한 연장선이다. 저자 소개란에서 알 수 있듯이 다독가인 그가 메모와 생각들을 정리한 것을 묶어서 출판한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이나 사랑처럼 추상적인 단어들은 할애하는 부분도 크다는 것. 사전의 경우 많이 쓰이는 단어는 용례가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개념을 풀어주어서 정의해주는 문장도 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줄에 불과한 다른 단어들과는 다르게 '사랑' 같은 단어는 한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미국 법원통역관이라서인지 모든 단어 옆에 동일 뜻의 영문을 병기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용 발췌문은 모두 바로 옆에 지은이와 출처를 밝히고 있다.
단어 설명들이 한 번 두 번씩 꽈서 써놓은 이야기라 재밌다. 사회계역설이라면 공공선 선을 추구한다며 구성원을 국가에 묶어 놓는 음모라고 말하고 전화위복은 너무 힘들고 지루한 인생이 미안하여 하느님이 복권 식으로 만든 고육지책이란다. 사전이라고 겁먹을 이유가 전혀 없이 개인이 그때 그때 인상 깊게 느낀 구절들을 모아놓은 잘 정리된 메모장을 보는 기분이다. 저자는 악마의 사전이란 책에서 받은 영감으로 동일 시도를 해본 것이라 한다.
악마의 사전.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559398
비슷한 느낌의 책은 하단에 링크한 브레히트에 관한 책이다. 그의 책에서 일부 발췌한 문구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겠다. 특히 인문력 사전은 형식은 사전이미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은 편집과 과도하지 않은 분량이라 압박감이 없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든다. 좀 더 재밌게 읽고 싶다면 초성별로 더오르는 단어 찾아서 생각하다가 이후에 저자의 것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845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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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소재(표제어) ㄱㄴㄷ 순 배열 부록 Reference 1 : 주요 원작자 Reference 2 : 주요 인용원문 |
해당 개념에 대한 긴 글을 따로 읽지 않더라도 책 한 권으로 시종일관 지루하지 않은 유쾌한 언어유희를 누릴 수 있음과 동시에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자주 만나는 이들과 대화소재가 고갈되엇다거나 다수를 상대로 하는 대중스피치를 해야하는 사람 혹은 글을 써야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 본다. 머리가 복잡해서 스토리가 있는 책이 부담되거나단 시간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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