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이숲 지음 / 예옥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오타가 아닌지 한참을 들여다 봤던 인상깊은 제목을 가진 서적. 대한민국이 아니라 내한민국이란다. 작가 이숲은 사회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스무 살에 놓쳤던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나라로서 대한민국을 이제서야 발견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지었단다. 인터넷 신문에 한국이나 대한민국, 혹은 한국인이란 단어가 섞인 이야기가 등장하면 자성을 성토하는 수준을 넘어 자국을 비하하는 글들이나 낯뜨거운 문장들이 보이면 무척 안타깝다. 이는 대한민국이 우리 내부에서 얼마나 낮은 존재감을 가졌는지에 대한 반증이라 생각한다. 내 나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면 이런 일은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나의 학창시절에 국사는 필수였지만 지금은 선택과목이란다. 먹고 사는데 직접 관련된 기술을 담은 과목이 아니다 보니 선택을 꺼리지만 역사란 것은 우리의 근본을 힘 있게 하는 한국의 유서와 정신을 담은 핵심적인 과목이기에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만약 국사 분야에 관심을 두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사람이 한국을 비하하는 이야기를 면전에서 듣는다 해도 과연 그러할까.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흔한 문장처럼 국외에서 자국을 헐뜯는 듯한 이야기가 나오면 분노든지 창피함이든지 여러가지 감정에 휩싸일테지만 결국에 우리는 상대의 부정적 의견을 중화시키려 근거를 가지고 맞서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족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얼마나 자랑스러워 해야하는지, 역사적 암흑기에 얼마나 부당 일들이 있었고 어찌 극복했는지에 대한 정확하고 다각화된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한 맹목적 애국주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글쓴이는 우리네 사료에서 근거를 찾는 것에서 나아가 100년 전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매력을 탐구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대한 분석임과 동시에 서구인들을 해부한 서적이기도 하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세도가나 유명인들이 아니라 보통 서민들을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머문적이 있던 이방인들이 작성한 사료를 이용해 오래된 당시 한국인들의 긍정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이숲이란 필명을 썼으나 본명은 박수영으로  2000년대 초반 장편소설 `매혹` `도취`를 낸 바 있다. 2006년에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으로 떠나서 유학생활 도중 고서를 소장한 도서관에서 1904년 국운이 기우는 한국에 대해 쓴 책 `한국에서 :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대한 기억과 연구`라는 희귀 서적을 만나게 된다. 이후에 석사학위 논문 주제를 `한국에 대한 서구의 인식 1890~1930`으로하여 유럽인이 기억하는 한국인들의 과거 모습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연구한 논문에 한국인의 긍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2년 동안 번역하고 쉽게 우리말로 풀어서 낸 책이 바로 해당 서적이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강조해두었다. 사진자료가 적절히 있어서 읽기에 도움을 받았으며 중간에 중요한 인물들은 별도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무겁지 않고 문체를 비롯해 메인이 되는 긍정성이란 단어처럼 책 자체가 즐겁고 경쾌하다. 저자가 철학을 전공하고 소설가로 등단한 사람이라 글 자체를 읽는 맛도 있다. 책 속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한국인의 외모는 물론 문화와 종교 및 정치는 물론 여성에 관한 것까지 두루 아우르는 광범위한 것이었다. 부록으로 실린 서구인들의 한국 체류 시기와 여러 페이지에 걸친 추천사도 눈길을 끈다.

 

 서문_한국인의 개성과 영혼 


1장. 한국인, 우리는 우리를 제대로 알고 있나? 

1. 진짜 한국인의 얼굴을 본 푸른 눈동자 | 한국인은 확실히 잘생긴 종족이다 | 한국인은 자연스럽고 당당하다 | 자유분방하고 쾌활하고 호탕한 한국인 | 나는 ‘진짜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 | 일을 빠르게 배우는 비범한 한국인 
2. 정말 몰라? 한국인의 잠재력 | 한국인은 인정이 많고 통이 크다 | 한국인의 폭식문화 | 냉정과 열정, 평온과 분노의 한국인 | 호랑이를 때려잡는 한국인이 비겁하다니!
3. 강인함과 당당함은 한국 여성의 힘! | 한국 ‘아줌마’의 기원 | ‘공처가’임을 숨기고 싶어 하는 한국 남자들 |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자들이 빨래만 하고 있다니! | 한국 여성의 미(美), 청순, 수수함, 세련됨 | 백인 우월주의를 공격한 다부진 논객, 박마리아 | 아름답고 강한 한국 여자들

2장. 100년 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1.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한국인 | 한국인의 자연 예찬, “좋소?” | ‘문명과 야만’의 눈으로 본 서울의 거리풍경 | ‘혼욕’을 하는 일본인들은 과연 청결한가? | “일본의 음악은 우리의 음악과 필적할 수 없다” | 재밌는 풍경들: 과거 시험의 날, 새해 축제, 투석전
2. 누리기만 한 특권층, 한국 발전의 걸림돌 | 한국의 특권층은 누구인가? | 늘 무언가를 먹거나 잠을 자고 있는 특권층| 백성은 무조건 복종만 하지는 않았다 | 고종에 대한 기억들 | 열강들은 왜 한국에서 무질서를 부추겼나 | 가치 있는 통치 기구가 될 수 있었던 독립협회
3. 한국의 종교, 뿌리가 없다고? 한국은 기독교가 자발적으로 뿌리내린 유일한 나라 | 사회적으로는 유교, 철학적으로 불교, 고난에 처했을 때는 영혼 숭배 | 기독교인이 되어도 내면에 뿌리박혀 있는 샤머니즘 | 동학에 깊은 관심을 보인 서구인들 | 기독교는 한국인의 정신에 얼마나 맞을까 | 왜 3·1운동을 선교사들에게 비밀로 했나 

3장. 오인된 역사, 이젠 우리도 바로 볼 때다 
1. 서구의 지식인, 한국의 지식인과 만나다 | 윤치호를 닮은 세로셰프스키 | “일본인들이 무슨 짓을 했지요?” | 한국에서 정체성을 깨닫는 서구의 식민지 지식인
2. 스웨덴 기자가 목격한 놀라운 현장 | 애원하는 그렙스트, 버티는 윤산갈 | 키 작은 일본인에게 매 맞는 덩치 큰 코레아 사람들
3. 그 미국 외교관은 왜 한국과 사랑에 빠졌나 | 한국의 토속 문화에 푹 빠진 샌즈 | 샌즈가 길들이고 싶었던 두 명의 한국인 | 동양의 작은 왕국에서 백인의 짐을 짊어진 소영웅주의자
4. 한 독일 기자의 섬세하고 예민한 시선 | 나는 ‘서양 야만인’ | 나는 한국에 대한 서구의 말을 믿을 수 없다 | 한국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4장. 편협한 눈으로는 진실을 보지 못 한다 
1. 한 영국 제국주의자의 오만한 태도 | 한국 외무대신과 대화하는 영국 정치가의 태도 | 커즌은 왜 ‘한국’에 대해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하나? | 일본의 한국 지배는 능력 밖의 일이다 
2. 경성제대 외국인 선생과 한국인 제자들 사이엔 어떤 일이? | “우리의 불행한 조국에 대해서 글을 써주실 거죠?” | 드레이크는 왜 식민지인의 심성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는가 | “박마리아 앞에서 나는 노예였다”
3. 일본은 누구보다 한국인을 잘 알고 있었으나…… | 영국인들은 모두 자민족 우월주의자들인가? | 서구는 일본을 오판했다 | 일본은 약탈한 문화재를 돌려주어야 한다 | “우리 군부는 미친개와 같아요!” - 어느 일본인의 분노
4. 한국인보다 더 분노한 또 한 사람의 영국인 | “우리에게 무기를 좀 사다주십시오” - 어느 의병장의 간청 | “우리는 목석이 아니라 살과 피를 가진 인간입니다” 

5장. 일본은 빼어난 화장술로 세계를 현혹했다 
1. 일본은 한국 지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 황인종이 백인종을 물리치다니! | 풋내기 미국 외교관, 한국의 ‘중립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만나다 | 세계로부터 한국을 고립시킨 일본의 음모 | 세계는 ‘한국을 우려먹는 하나의 거대한 가족’ 
2. 일본은 자신들을 과대평가하고 한국을 과소평가했다 | 가장 무자비한 일본의 제국주의적 통치 | 일본은 한국인을 열등한 일본인으로 만들려고 했다 | 일본은 한국인의 민족성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6장. 한국인을 향한 제언 
오해와 편견을 넘어 새로운 한국스타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서구인들의 한국 체류 시기
참고자료
독자서평

 

 특히 서구인과 일본의 식민치하에 의해 훼손된 한국의 긍정성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돋보인다. 단순한 민족주의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치우침 없이 글을 서내려간 것이 인상적이다. 더해서 한국 아줌마를 분석한 시각도 독창적이다. 양성평등이 자리잡은 스웨덴에서 수학한 그녀라서 그런지 한국 여성을 여러각도에서 섬세하게 재조명한 부분을 읽으며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박마리아란 여성의 일화를 보면 제도와 관습에 한국 여성들의 기개와 재능이 갖혀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책에서도 계속 나오는 이야기의 흐름처럼 인위적인 조작의 색채가 진한 시가지에서 가슴을 내놓은 여인의 사진처럼 한국은 누구의 지배를 받아야할 정도로 미개하지 않았으며 농업 국가 특유의 낙천성과 자연을 사랑하고 학문에 열정 있는 문과 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국력이 약한 상태에서 정신적으로라도 강력하게 단합되어 있지 못하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내 나라를 사랑하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여성들이 스스로 보는 얼굴의 모습과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비교한 경우에 자신의 모습을 더욱 못나게 그리고 있는 경우가 다수란 연구가 결과가 있다. 평소 내 나라에 주는 점수에 인색한 우리였기에 스스로 알고 있는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빠 경제성장에 매진하다 보니 일본처럼 역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초석을 세우는데 소홀했던 것은 사실. 이 책을 통해 긍정적인 정체성 세우기에 다가가길 추천한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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