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우리가 교육에 대해 꿈꿨던 모든 것
살만 칸 지음, 김희경.김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TED 애청자라면 살만 칸은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그는 칸 아카데미를 창립한 사람으로 유명하며 책 표지에 실린 그의 소개글만 봐도 그의 영향력과 이력들은 굉장하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빌 게이츠가 10대인 아들 로리와 칸 아카데미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동영상 수업을 함께 듣고 대수학에서 생물학까지 섭렵했다는 점, 게이츠 재단에서 여기에 650만 달러를 후원했다는 점이었다. 빌은 자녀들과 수학 문제를 풀 때 우리 사이트를 이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극찬했다. 하지만 이 교육계의 구루는 애초부터 교육에 뜻을 둔 이는 아니었다.

 

 칸은 이민자였던 인도와 방글라데시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헤지펀드에 분석가로 일할 때만하더라도 교육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4년 그가 결혼하던 해에 타지에 있던 친척들이 모이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사촌인 나디아였다. 이 소녀는 6학년 수학과정에서 좌절을 맞보고 열등반에 속할 운명에 처했었다.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칸에게 수준별 수업제도에서 열등반에 속한다는 것은 글쓴이의 표현에 의하면 '수학적 미래에 죽음의 키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생각에 끈기와 재능이 있는 어린 조카의 장래는 컴퓨터 과학자나 수학자가 되어있어야 했기에 이를 타파하려 학교에서 재시험을 허락한다면 원격으로 가르쳐보겠다 제안한다. 처음에 요령도 경험도 없었던 그는 아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위변환 문제에서 막히고 있었음을 알게되었고 이후 계속 가르치면서 모르는 문제를 찍는 성향 등을 교정하였고 나디아의 학습태도는 건강해져 결국 시험도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이후 친지들에게 소문이 퍼지면서 열명 정도를 가르치게 된다. 

 

 이후 친구의 조언으로 유투브에 강의를 올리고 본업이었던 헤지펀드업도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교육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그가 원하는 학습은 능동적이고 의욕적인 자기주도의 학습이다. 어찌보면 교육은 최소한의 것이고 효과에 대한 나머지는 학습자의 이해력과 자질과 태도에 달렸다. 칸이 숙제를 언급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도대체 숙제가 무엇 때문에 있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데 내가 기존에 의구심을 갖던 부분이 아니어서 이게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숙제가 수업시간에 생긴 결핍의 산물이라 주장한다.

 

 숙제가 가진 이미지란 성실학 학습 수행과정에 당연히 수반되는, 더불어 책임감과 시간관리 감각을 길러주는 긍정적인 것인데 미시간대학교에서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 나온대로라면 이야긴 다르다. 더 나은 성취와 점수를 내고 품행의 문제를 덜 일으킬 가능성을 예견하는 강력한 단독 예측 변수는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빈도와 시간이었다. 물론 숙제에 부모가 참여할 수 있지만 잘 교육 받은 부모가 아닌 경우에는 오히려 숙제만으로도 부익부 빈익빈이 초래될 여지가 크다. 수업시간에 충분히 배운다면 이러한 불평등 요인을 추가할 이유가 없다 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수업이란 무엇에 귀의하는가? 학습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방식인 수업시간에 부족함이 발생하는 것은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백한 결점 때문이며, 이러한 모든 것은 우리들의 표준이 교실모델중심이라 그러하다. 즉 다중을 대상으로 함에도 모든 경우를 한 장소에서 하나의 방식만 적용하는 강의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방학도 마찬가지다. 가정으로 돌아간다면 여전히 여유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개별 가정에 맡겨져 불평등한 방학을 보내게 되고 더군다가 계획이 없거나 있더라도 흐지부지디고 만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들이 원한다면 원하는 학습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능률적인데 칸 아카데미라면 교실 밖에서도 방학여부와 무관히 원격으로 수업이 가능하다. 물론 어린시절에 추억을 맘껏 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시간을 조절해서 수강이 가능하니 연속된 교육 서비스를 통해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칸 아카데미가 필자와 함께 커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의 비젼과 가치를 가감없이 그리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굉장히 능동적이면서 실천적이고 동시에 실험적인 사람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강조해두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읽는다면 굉장히 큰 자극이 되는 책일 것이다. 학창시절에 교생실습 나오신 젊은 여선생님의 수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생전 본적 없는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교구로 수학 개념을 알려주셨었다. 어린 나이에 무척 감동적이었는데 수업 내용보다는 그녀가 가졌던 열정에 설레여서였고 책에서 이를 그대로 보는 듯 했다. 

 

추천의 글

들어가는 말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

제1부 가르치기 위해 배우다
나디아와의 수학 수업
소박한 동영상
내용에 초점을 맞추다
완전학습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학습의 공백을 채우는 방법

제2부 망가진 교육 모델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다
프러시안 모델
스위스 치즈 학습
시험
창의력의 등급 나누기
숙제
교실 뒤집기
학교 교육의 경제학

제3부 현실 속으로
이론 대 실천
칸 아카데미 소프트웨어
실제 교실로의 도약
재미와 게임들
뛰어들기
로스 앨토스 산업
모든 연령대를 위한 교육

제4부 한세상학교
불확실성 끌어안기
학창 시절 나의 경험
한교실학교의 정신
팀 스포츠로 가르치기
질서 잡힌 혼란은 좋은 것이다
여름방학 다시 정의하기
성적증명서의 미래
취약계층에게 교육 기회 제공하기
학력인증의 미래
대학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결론: 창의력을 위한 시간 벌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이 책은 사실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배움'에 관한 이야기다. 빛나는 수십캐럿짜리 다이아가 눈 앞에 있어도 내가 흥미가 없다면 한낯 돌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며 최고의 석학이 내 앞에서 60분 강연을 해준다고 해도 그것에서 내가 배움의 의미를 구하려 않는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다. 교육은 애초에 배우려는 인간의 욕구를 좀 더 합리적이며 기술적으로 충족시키려는 활동에서 연유한 것 아닌가. 작금의 전통적 교육 체계는 매너리즘에 빠진 듯이 다수의 아이들을 다루기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 편하도록 틀에 짜놓고 개별성을 무시하며 교육을 위한, 교육 자체가 목적인 상태이다.

 

 시대가 바뀌어 양질의 고급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교육이 이를 다룰 수 있도록 변모해야함에도 여전히 틀과 단계를 지녀서 조금 느리게 보조를 맞추는 아이들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세계화와 정보평등에 진입한 사회에서는 모든 곳,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교육이 가장 이상적 아닐까.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걸음마 떼는 시기 첫마디를 내뱉는 시기까지 모든 아이들이 제각각이다. 언젠가 서고 용변을 가리겠지만 각자의 발달과정은 다른 것이며 이것은 신체적인 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식을 얻어가는 과정에서도 진배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늦어도 남보다 더 빠르더라도 심지어 사막 한가운데 있더라도 기회가 열려 있고 그것을 누리는데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문제다. 소수에게만 부여된 심화과정이수 때문에 기업은 인재를 해외에서 모셔와야 하고 불완전한 교육은 청년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지 않은가. 칸이 추구하는 방식은 오지에서 매일 십리씩 걸어 물을 긷는 소녀를 인류를 구원할 백신을 만드는 과학자로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장사정에 밝은 어부 같은 직업인들이 배움에 의지가 있다면 교실에서 이론을 습득한 친구들 보다 나은 통찰력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현 시점에서 배움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배움은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마나 나는 저자의 표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정제되고 이론화된 논리정연한 문장은 아니지만 우리가 제대로 배울 때 느끼는 감정을 그가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수차 읽었다. 아마 공부하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러한 순간을 경험했으리라 본다. 이런 감정들은 교육이 이상을 실현하고자 할 때 개인들에게 궁극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목표라 생각한다.

 

'나의 기본 교육철학은 단순하고 지극히 개인적이다. 나는 내가 배우고 싶었던 방식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즉, 학생들에게 순수한 배움의 기쁨, 우주의 이치를 이해할 때 겪는 흥분을 전달하고 싶었다. 수학과 과학의 논리뿐 아니라 아름다움도 전해주고 싶었다."

 

 누군가 인생은 평생학교라 배움의 연속이라는데 깨닫는 즐거움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따라서 칸 아카데미 스타일은 정규교육을 마친 이후에도 배움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신적인 성숙과 풍부한 삶을 도모하도록 도울 수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하면서 가장 눈에 띈 단어가 '무상교육'. 최근에 각 정당들에서 선심성 공약으로 '무상'시리즈 복지정책을 내놓았고 그 중 하나가 무상교육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양산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진짜 진정한 복지를 원한다면 이미 포화 상태인 고급 교육 보다는 교육혜택 외곽에 있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중간층에게는 금전이나 물리적 환경에 의한 진입장벽이 낮은 보조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책 표지가 칠판이다. 아마 전세계 어지간한 교육기관에서는 화이트보드라도 판서가 필용한 곳이라면 다 있는 교육용 도구인데 그의 강의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강의하는 이의 얼굴도 잘려서 나온다. 학습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따라서 칠판은 책에서 교육 그 자체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물건이다.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으로 교육계 종사자나 평소 진정한 교육에 대해 고민해봤던 사람에게 더 없이 좋을 책이고 누구에게나 추천이다. 일독하면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그를 올린 이유를 알 수 있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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