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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무료할 때 종종 청소년 권장도서를 일부러 골라 읽는다. 이해가 쉬우면서 제법 머리가 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내용도 어느 정도 깊이가 있어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한지 한참 지나서 읽는 책의 내용은 조금 부끄럽지만 내가 이런 내용을 배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읽으면서도 새롭고 신선하다. 그 과목중에서도 그 중요성을 가장 간과한 것이 윤리였던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철학. 인문학적 소양을 넘어서서 모든 이야기의 중요한 화두는 철학으로 귀결되고 철학에서 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학의 거장들이 지은 작품들의 배경에는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유명한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있다. 미국의 유명한 대법관인 올리버 웬델 홈즈 2세는 노년에도 철학서를 손에서 놓지 않고 동양의 노장사상에도 밝았다고 한다. 많은 유명인들의 인터뷰나 자서전들을 보면 하나 같이 그들의 멘토가 되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있다. 아니면 그들 스스로가 철학자이거나 말이다. 특히나 얼마 전에 프랑스의 고졸자격 시험 문제를 접하고 제대로 논하거나 답하기 어려운 내 자신을 보고 철학의 내용은 이해하고 있지만 사유하는 방식과 근본적인 탐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프랑스 고졸자격 시험 문제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9409406
책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EBS에서 이 인물을 따로 다룬적이 있었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따로 찾아봤었던 세계적으로도 화제인 인물이다. 퇴임시 지지도가 87%일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사람으로 가난에 치여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하고 열여덟 살에는 선반을 깎다가 새끼 손가락을 잃으며 부인도 간염으로 뱃속 아이와 함께 잃지만 57세에 대통령이 되어 브라질을 가난에서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공헌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에게 존경심을 표현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이야기를 접한 어떤 아이들은 감명 받아서 그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지만 정확히 어떻게 그를 본받고 자신의 행동에 적용할지는 막연해 하는데 책에서는 이를 지적한다. 바로 아이들에게는 기준이 없는 것이라서 이것이 힘들고 결국 도덕적 삶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주관이 바로 서야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단은 비슷한 맥락의 책으로 일전에 서평한 책이다.
내일이 영영 오지 않는다면 - 샤론 카예, 폴 톰슨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2604419
총 2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인 책의 느낌은 친절한 교양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판서와 수업 내용을 잘 정리해서 챕터별로 엮은 듯한 분위기다. 일단 내용 자체가 쉽게 풀어져 있고 접근법도 예시 위주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편했고 내용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볼드체 처리하였다. 요즘 행복에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책들이 시중에 많은데 얼마 전 서평한 책이 에피쿠로스 쾌락주의와 나이듦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관심이 있다면 쉽기 때문에 함께 일독을 추천한다.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대니얼 클라인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6754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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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철학이 이끄는 나의 삶, 나의 꿈 1. 한 번뿐인 삶,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눈물의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 | 결코 패하지 않는 전쟁의 신
2. 바람직한 삶을 위한 또 하나의 조건 도덕적 삶이 중요한 이유 | 나는 왜 복수를 하면 안 될까?
3. 왜 그렇게 행위하면 안 되는가, 라는 수수께끼 규범의 정당화 문제의 객관성 | 도덕적 정당화는 실제 사실과 상관없다
4. 정말로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으려면 태권도 고수가 된 나의 비결 | 철학으로 생각하는 방법 깨치기 |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답을 찾는다
5. 당연한 것에서부터 생각하기, 행위의 목적 목적이 규범을 정당화한다
6. 어떤 목적을 추구해야 할까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 복수에 대한 공리주의적 판단
7. 너희가 공리주의를 아느냐? 진리는 평범함 속에 있다 | 이순신 장군과 왜군의 충성심은 어느 쪽이 옳을까?
8. 쾌락주의는 결코 나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목적 | 쾌락과 고통, 행복에 대한 이해
9.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은 이유 공리주의는 예측된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 공리주의에 대한 흔한 오해
10. 공리주의뿐인가? 의무주의도 있어요
11. 중요한 것은 행위의 속성이다 의무주의는 행위의 속성으로 판단한다 |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생각
12. 어렵지만 어렵지 않아요, 칸트의 정언명법! 정언명법과 가언명법 | 모든 사람들이 따르기를 원하는가? 수단시하기만 하지 말고 목적으로도 예우하라
13.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제대로 하세요 자유로부터의 도덕 | 복수에 대한 의무주의적 판단
14. 윤리적 판단 기준을 현실 문제에 적용해보기 잘못된 행위에 대한 윤리학적 판단 | 특허 괴물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옳을까? 인터넷 인형녀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할까?
15. 두 가지 사고방식, 목적론과 의무론 옳고 그름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 목적론과 의무론에 대한 바른 이해
16. 윤리학의 중요한 개념들 가치는 행위를 이끄는 힘이다 | 행위와 규범의 관계 | 당위와 허용, 좋음에 대하여
17. 좋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일까? | 행복과 자아실현에 관한 가장 유명한 철학
18. 윤리학에서 철학으로 나아가기 철학적 사고의 힘을 기른다는 것 | 건강과 안전, 내 삶을 지키는 대전제
19. 철학적 사고방식이란 무엇일까요? 체계적인 생각, 기준에 따라 생각하기 | 암묵적 전제 드러내기와 철학적 반성
20. 가장 철학적이고 가장 윤리적인 것 윤리학은 삶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작업이다 | 살아가는 힘으로서의 철학
21. 그럼, 지금 당장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
철인들은 쉽게 말해 생각의 달인들이다. 세상은 복잡해지는데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들은 날이갈수록 자극적이고 우리의 뇌를 자극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기 위해 구미에 맞는 정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매일 우리르 유혹해 생산성 없는 하루를 살게 한다. 당장 티브이를 켜면 광고부터 편성된 프로그램들까지 그러하다. 기술은 첨단을 달려 삶이 편해지고 지식은 넘치지만 우리의 머리를 게으르게 만들고 수동적으로 변하게 한다.
조금은 비어 있는 삶이어야 그리고 결정을 내리고 선택하기까지 시간의 간극이 넉넉해야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없는데 너무나 빠르고 획일화된 생각들 때문에 생각의 기회를 잃어가는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수 많은 자극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광랜과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으로 정보에의 접근이 쉽고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부족한이 덜한데다 비교적 생활이 자유로운 청소년들이 느끼는 철학은 어찌보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괴로운 일일 것이다.
지식의 범람으로 어느때보다 가려듣고 새겨야할 시기에 직면한 아이러니인 만큼 아이들의 철학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며 특히 대입에 논술이 요구되는 만큼 책을 통해 미리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학교 윤리수업시간이 지루해서 참기 어렵거나 교과서가 답답하다 느껴지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교과서적 개념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친근하게 풀어내고 있어 수업 보조용 자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철학이라면 골치가 아프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싶어하는 성인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해당 개념에 대한 도표와 사진 자료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나이가 먹고서는 책의 목차와 같은 당연하고 근본적인 물음에 따로 생각할 심적 물리적 여유가 없다. 학업이 아니더라도 정체성이 한창 형성될 시기에 한번쯤 시간을 내서 고민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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