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세계사 - 제멋대로 조작된 역사의 숨겨진 진실
엠마 메리어트 지음, 윤덕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 이를테면 부모님이나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이고 같이 동거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도 한 몸이 아닌이상 그들이 겪고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객관적으로 논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왜곡되는데 타인의 시선으로 재구성되는 기억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져나간 이야기가 강하게 뿌리박히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라 믿어버린다. 

 

 아니면 강력하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고 그것과 배치되거나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등장하면 좀처럼 진실을 접하고도 좀처럼 믿거나 지워내기 어렵다. 내 경우엔 얼마전에 기사에서 접한 셰익스피어가 그러했는데, 영국의 대문호라는 칭호가 붙은 시인 겸 극작가다. 그는 작품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창작물들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정도이며 호불호를 떠나서 아마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듯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기근이 만연한 시대에 무자비하게 곡물로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그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만 같다. 기사에 따르면 해당 연구가는 그동안 비평가들과 학자들이 셰익스피어가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간과한 것이라고 평하고 있었다.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꾸며내지 않더라고 얼마든지 상황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같은 인물을 다르게 묘사하고 흉을 감춰서 자신들이 유리하도로 품위를 유지시키며 대중의 선입견을 이용하고 동시에 감정적 안정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사재기 일삼은 무자비한 곡물상에 관한 기사.

출처

 

 당시에 굶주리던 무명의 사람들은 힘이 없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남아서 그의 이름에 죽은 이후에도 영향력을 미쳐 그의 명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힘을 쓴 결과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과장은 아니다. 저자에 대해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미국인으로 보이며 31가지 이야기는 모두 서구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다.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볼드체 처리하였다.

 

머리말 4 


서부 개척시대는 무법천지였다? 11
헨리 5세가 영국 최고의 왕이다? 19
미국은 왕국이 될 뻔 했다? 25
비스마르크는 극우 전쟁광이었다? 30
러시아 혁명 당일의 실상은? 36
콜럼버스가 매독을 퍼뜨렸다? 41
아우슈비츠가 최대의 유대인 학살장? 47
무솔리니가 기차 정시운행제도를 만들었다? 55
무적함대 격퇴로 영국이 세계를 제패했다? 59
남극 탐험 대장 스콧은 영웅이었을까? 65
단두대가 길로틴 박사의 발명품이다? 73
철가면은 루이 14세의 동생이다? 79
호주는 영국 죄수들이 세운 나라다? 86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다? 95
링컨의 목표는 노예해방이 아니었다? 101
1차 대전 때 미국은 전리품만 챙겼다? 109
중국 대기근은 대약진운동 후유증? 116
여성 참정권은 여성 운동의 결과? 123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130
세실 로즈는 영웅인가 악당인가? 135
미국이 진주만 공격을 유도했다? 142
영국 왕 조지 3세가 미친 이유는? 148
영국은 한때 로마제국 영토였다? 154
가톨릭교회가 갈릴레오를 고문했다? 162
피의 메리는 기독교를 박해했다? 169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 출신이다? 175
검투사는 죽을 때까지 싸웠다? 181
페탕 원수가 유태인 구출에 앞장섰다? 188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사실일까? 195
올리버 크롬웰은 평민 출신이다? 203
1945년 베트남 해방의 주역이 미군? 209

역자 후기 215

 

 사람들이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아우슈비츠를 이야기하지만 시살상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유대인의 3/4 정도가 이미 처형됐을 당시에 설립된 시설이며 대상은 폴란드와 구소련계 유대인들이었다. 따라서 대개의 학살당한 유대인들은 강제 수용소는 구경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정작 가장 잔혹한 도살의 현장은 독일 점령 지역에 퍼져있던 집단 학살 수용소였으며 수백 만 명이 죽임을 당한다. 아우슈비츠는 강제 수용소였지 학살 수용소는 아니였던 것이다.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용어인 길로틴의 단두대도 길로틴의 발명품이 아니란 것이 흥미롭다. 단두대인 길로틴은 프랑스의 외과 의사이자 국민공회 의원이었던 조셉 길로틴 박사가 처음 발명한 것이라 알려졌지만 기록에 따르면 수백 년 전부터 비슷한 처형방식이 존재했었다. 다만 그는 1789년 국민의회에서 사형 집행에 단두대 사용을 제안하였고 프랑스에서 공식적인 사형집행 도구로 쓰인 것 뿐이다. 특히 제안이유가 인상적인 것이 그동안에 화형이나 교수형 등이 죄수에게 너무나 잔혹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지막엔 스스로의 발명품에 참수당했단 이야기도 모두 허구였다. 그는 86세까지 장수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제대로된 진실을 알려준다. 모든 챕터가 잘못된 역사해석의 부당성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며 오해가 있다면 바로 잡아보자는 취지의 것들도 있었다. 있었던 사실임에도 끊임 없이 후대에 재구성돼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역사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링컨이란 영화가 나와서 그런지 노예해방 부분도 덕분에 즐겁게 봤다.

 

 평소에 역사적 사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역사가 어렵게 느껴져 흥미를 돋우려는 사람, 혹은 역사수업에 동기부여가 안되는 청소년에게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데 책이 될 것이다. 중간에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와 지도와 각종 관련 시각자료가 있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의 수준은 역사에 해박하지 못한 내가 읽어도 부담 없이 친절한 편이이고 어렵지 않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부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 나온 이 책의 모토 느낌의 역사평론가의 글을 더하며 마친다.   

 

 

  "역사란 당시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이 말하는,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들에 대한 거짓말 모음" - 미국 역사평론가 조지 산타야나도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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