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의학관련한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 소녀가 이상증세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여 검사를 받지만 별다른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다. 소녀는 수려한 외모를 가졌고 좋은 성적을 내서 곧 대학진학을 앞둔 부족함이 없는 아이였다. 보호자로 동석한 부모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하지만 그들도 딱히 원인을 알 수 없어 안절부절한다. 결국에 주인공은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아이가 거식증에 걸려있음을 알아낸다. 아이는 모델이 아니라 학생인데 말이다.
아이의 거식증의 원인은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었다. 외부세계에서 보여지는 아이는 굉장히 완벽하며 흠잡을 곳이 없고 일부는 굉장히 부러워할만한 조건임에도 스스로를 망쳐가며 수치화된 조건에 자신을 억압한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에게 정신적 물질적 결핍을 느끼고 불안하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투하에 학대하는 모습을 대변하는 장면 같았다. 스스로가 '나는 너무 부족하고 못났어'라고 외치는 것이다.
> 참고 |
1874 년, 빅토리아 여왕의 말괄량이 의사였던 윌리엄 가르가 처음 "Anorexia Nervosa(신경성 식욕 부진)"라고 호칭했다. 19 세기 후반 이후부터 영미 프랑스의 중산층의 자녀들 사이에 거식증은 대유행한다. 이 질병의 유행이 시대의 가부장제도에 의해 억압되어 출구를 잃은 여성의 삶의 에너지가 자기 파괴를 향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슬리밍 등호 여성미 생각 사회 풍조가 거식증을 늘리는 요인으로 추가되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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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와 안정적인 사회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매사가 불안함의 연속이다. 심지어 굉장히 평화로운 장면에서도 머리속에서는 정반대로 근시일 내에 펼쳐질 불안한 미래를 상상한다. 배우자와 행복하게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상대가 실직하면 이 평화가 유지될지 혹은 새차를 장만해 행복하면서도 차사고가 나거나 벌금을 내는 상황을 머리에 그리는 것 말이다. 사회는 풍요로워졌지만 이러한 외적 팽창에 자신을 빈틈 없이 맞추기 위한 강박이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TED는 기술(Technology)·오락(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이니셜로 세상을 바꿀만한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지식의 장이다. 세계의 정재계 인사들이나 유명 석학들이 담론을 나누고 소통하며 특히 젊은 학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튀는 이야기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인 브레네 브라운의 강의는 이미 1000만명이 시청한 바 있다. 그녀는 사회복지 전문가로 사회 구조를 개선하려면 사람들이 갖는 '유대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생각하여 연구를 위해 12년간 남녀 천여명과 인터뷰를 하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이 연구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유대감이 아니라 살아가면서도 겪는 상실감이나 수치심과 같이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토로하는 것이었다. 결국 유대감에서 시작된 연구가 이런 부정적 감정들이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묻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그녀는 26대 미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했던 '공화국의 시민'이란란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했던 연설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취햑성의 정확한 정의를 이 연설이 담고 있으며 수치심이 이겨 내고 버려야 할 대상이라면 취약성은 상처 받기 쉬운 마음으로 인간의 본성이란 점을 지적한다.
> 연설문 중. |
"관중석에 앉아 비판이나 늘어놓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강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는 편이 더 좋았을지에 대해 훈수나 두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투사입니다. 그는 얼굴이 온통 먼지와 피땀으로 범벅되도록 용맹하게 싸우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단점도 드러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노력하고 있다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단점 또한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단한 열정으로 온 마음을 다해 싸웁니다. 성공하면 달디단 승리의 결실을 맛볼 것이요, 설령 실패한다 해도 적어도 '대담하게 맞서다' 쓰러지는 것입니다." |
하단의 링크는 그녀의 TED강의다.
Brene Brown: The power of vulnerability
/브린 브라운: 취약점의 힘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6828244
Brene Brown: Listening to shame
/브르네 브라운: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5275520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들어가기 전에 - 삶이란 경기장에 들어선 그대에게 들어가며 - 때로는 사는 것이 두렵다
1. 왜 우리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가 나르시시즘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 ‘항상 무언가 부족해’ 문화 우리에게 물어야 할 세 가지 질문
2. 나는 정말로 나약한 걸까 취약성과 약점의 차이 ‘남자라면 나약해서는 안 되죠’ ‘슬라이딩 도어 순간’과 멀어짐의 배신 과연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까?
3.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나 자신이다 ‘해리 포터’와 내 머릿속 괴물 수치심, 당신을 괴롭히는 고통 ‘죄’를 미워해야 하는가, 아니면 ‘죄인’을 미워해야 하는가 괴물을 이기는 법 남자에게도 수치심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자의 수치심 - 완벽해져라, 하지만 노력은 감춰라 남자의 수치심 - 나약함과 두려움은 용납되지 않는다 오즈의 마법사 ‘계집애처럼 굴지 마!’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성생활과 수치심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진짜가 되면 아픈 것쯤은 신경 쓰지 않게 돼’
4. 이제 숨지 말고 당당히 나서라 나는 이미 충분하다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두려워요 다시 한 번만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완벽주의는 나를 파괴한다 ‘대충대충 살기’의 즐거움 나는 왜 나를 내버려두지 않을까? 정답은 당신 주변에 있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현실로부터 도피하는가 혼잣말 1.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야’ 대답 1. 진짜 두려움을 촉발하는 것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 트라우마에 대담하게 맞서기 혼잣말 2. ‘내 모든 걸 털어놓으면 될까’ 대답 2. 왜 그렇게 절박한가? 혼잣말 3. ‘관심을 끌고 싶어’ 대답 3.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 혼잣말 4. ‘모든 걸 외면하고 싶어’ 대답 4. 현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혼잣말 5. ‘나는 쿨해! 괜찮다고’ 대답 5. 관객이 아니라 선수가 되어라
5. 꿈과 현실 사이의 틈 메우기 전략 vs 문화 내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6. 대담한 리더란 누구인가 ‘항상 무언가 부족해’ 문화와 리더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흰개미를 잡아라 왜 우리는 서로를 헐뜯는가 희생양 찾기 대담한 조직을 만드는 네 가지 전략 상처 주지 않고 의견 주고받기 책상을 치워라 사람들은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리더를 따른다
7. 우리 아이가 나를 따라 해도 괜찮은지 물어라 아이 키우는 일의 고단함 사랑받을 자격 다른 부모는 있어도 틀린 부모는 없다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란다 희망은 고민의 선물이다
나오며 - 감히, 멋지게 뛰어들어라 |
사람들이 굉장히 내적인 신념이나 강력한 자의지에 의해 운영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외부 상황을 참고해서 자신의 처지를 재보고 여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만들어 간다. 유대를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장벽과 상처가 많다면 원활한 관계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지은이가 가진 의문은 굉장히 당연한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완벽에 대한 환상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피상화라고 생각한다.
대개 좁고 긴 관계를 유지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정제되고 포장된 미디어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틀에 박힌 이미지와 장면들이 사람들이 스스로를 노출시키거나 도전하는데 꺼리게 만들고 관계를 위축시켜 유대감을 약화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을 보더라도 자신의 플러스적인 측면만을 가려서 보여주는데다 최근 연구에서 이런 소셜을 즐기는 사람들이 타인과의 행복과 비교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우울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니 공간을 통해 치유받는 개개인의 정서가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외부상황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 높아지니 그 시선이 정작 필요한 순간 자신을 향할 때 그것은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 강력한 장애물이자 수치심을 더욱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인터넷에 굉장히 냉소적이고 남을 평가절하하는 듯한 댓글이나 게시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평범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자신을 상처입힐 가능성 또한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우리네 사고에서 살핀다면 이것은 더욱 큰 문제다.
각박한 세상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나는 주목받을 가치가 없고 처해있는 조직에 소속될만큼 괜찮지 못한 사람이란 것을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만 같아 이를 인정하면서도 자존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그래서 제목처럼 숨지말고 대담하게 맞서라고 말해준다. 적절한 수치심이 개인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지만 이것이 도를 넘어서면 개인에서 나아가 조직의 협력에도 피해를 끼친다. 저자 또한 완벽에 대한 강박을 원인으로한 신경쇠약 때문에 클리닉에서 1년간 치료 받은 경험이 있다 한다.
어떤 틀에 자신이 미치지 못하고나 자신이 만든 기준에 미달하여 너무나 괴롭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꽉 짜여진 잣대를 가진 사람은 타인을 대할 때도 그러한 태도가 여지 없이 드러나고 사람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이는 조직을 무너뜨리고 공동체에 속한 개인에게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과 같은 취약성은 인정하고 수치심을 버리고 나아가야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것도 확인하고 스스로 진단하고 넘어가야 자신을 키우는 기회가 되는 것이니 일독을 권한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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