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20대에 들어서 티브이 시청은 거의 안하게 되었다. 딱히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생활의 대개를 밖에서 하는 일이 많아지자 집에서 잠만자고 밥만 먹는 하숙생과 같은 생활이 이어져 그리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래전 챙겨봤던 사극에 상투적으로 등장했던 장면들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주인공이 과거 급제를 위해 신분이 미천했던 어린 주인공이 기회를 얻어 부단히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다. 서당에서 책을 펼쳐놓고 소리내어 책을 읽으며 암송하는 모습은 사극에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인데, 그런 모습이 당시에 수험생이었던 나로서는 중간과 기말고사에 찌들어 있었기에 시험을 위한 방편으로 저러는 것 같기만해 그 내용과 취지는 내게 고려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고 진정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동양고전서를 접하면서부터는 선인들이 소학이나 사서삼경과 논어를 마르고 닳도록 익힌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급제용 시험에 문제를 출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책을 곁에 붙잡두어야 간신히 눈으로 읽고 이해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이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문장을 외워두는 것이 살면서 체득한 경험을 통해 직접 깨달아 실천할 수 있게 돕는 빠른 길이었기 때문에 그러하단 것을 말이다. 마치 입에 붙은 유행가를 흥얼거리면 가사에 몰입되듯이 선인들이 경전을 읽어 암기하는 것에서 인간이 되는 것을 통해 학문의 시작하려 했던 게 아닌가 한다.
논어에 관한 리뷰는 이전에 다른 서적으로 작성한 바 있다. 저자 박희도의 논어는 전반적인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엣세이 허성준의 저작물은 비즈니스 분야의 처세를 하는데 있어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초역 논어 - 허성준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0497552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논어라는 제목에 무게감과는 다르게 구성은 굉장히 간단하다.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 그리고 좀 더 긴 재해석이 한페이지에 나오고 바로 다음페이지에는 이를 적절히 풀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짜여져 있어서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인상에 남는 부분은 볼드체와 붉은색으로 처리하였다.
프롤로그 10 첫 번째 말 : 道 공자에게 사람의 길을 묻다
자기다움을 깨달았다면 14 잘못을 인정하면 한발 나아가고 16 부끄러움을 아는가? 18 사람 노릇을 제대로 20 자기 부모를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 22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으면 24 진흙탕을 뒤집어 쓴 26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28 자기가 너무 강하면 30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32 관찰하고 경청하라 34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눈보다 36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38 내 마음에는 다른 사람의 40 마음과 생각의 폭을 42 속 빈 강정일수록 44 마흔의 나이는 46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48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50 말이란 나오기 전부터 52
두 번째 말 : 仁 어질게 살고, 어질게 사랑하라
기본만 해라 56 들어야 할 때 듣고 58 음악을 통해 사랑하는 60 시비와 송사가 없어야 62 살신성인, 그 아름다운 정신 64 아름다운 이웃 66 인을 떠난 성공은 68 나를 보기 위해 70 부모의 마음은 머리로 72 그 사람의 중심만 보라 74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것은 76 뛰어난 말재주보다 78 절망의 순간, 함께 하는 80 청출어람의 주인공은 82 오래될수록 좋은 벗 84 제사보다 젯밥에 86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88 함께 했던 사람을 90 이별을 할 때도 92 애정이 없다면 94
세 번째 말 : 心 공자처럼 힐링하고 즐겁게 살자
절차탁마(切磋琢磨), 삶을 98 명시를 쓰려하지 말고 100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102 샛길로 가지마라 104 편견은 다른 사람을 106 내 안의 스승, 누구의 108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하는 110 나를 버리면 112 부귀에서 벗어나면 114 평화는 더불어 살아가는 116 음악은 힐링이다 118 우주를 생각하라 120 많이 보고 듣고 122 하늘에 두려울 것이 124 자기 원칙을 지키며 126 나는 무엇으로 128 즐겨라. 그것이 제대로 130 산도 물도 스트레스를 132 이웃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134 먹고사는 일에 초월할 수 136
네 번째 말 : 德 자기극복, 세상일에 도통하다
자신의 내면을 쌓지 않으면 140 덕을 쌓으려면 지혜, 인자 142 자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144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것은 146 통달과 명성을 구분하는 것은 148 덕의 완성은 온전히 150 세상은 하나의 이치로 152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 154 입으로는 쉽지만 156 세상을 향한 자신의 158 눈앞의 이익에서 벗어나지 160 처음으로 돌아가라 162 살아있는 동안 삶을 164 과유불급, 균형이 필요하다 166 착한 사람은 이웃을 168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170 권하고, 고쳐라 172 남을 다스리려는 마음보다 174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도 176 진리를 찾는 것은 178
다섯 번째 말 : 行 처세도 수양이 필요하다
말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182 주변에 함께 하는 사람이 184 존중받고 싶으면 186 위기의 순간에 능력이 188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190 자기가 한 말에 대한 192 남에게 쓴 소리를 하려거든 194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196 자기 수양의 스펙을 198 수신이 되지 않은 리더는 200 먹고사는 일이 우선 되려면 202 눈에 보이는 행동만 믿지 204 자기 잘못을 남에게 돌리지 206 자기 중심이라는 뿌리가 단단하지 208 충고를 할 때는 짧고 명료하게 210 겸양은 당장 손해를 볼 수 212 요행은 자주 찾아오지 214 공은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216 문을 열고 품어주는 218 혼란한 시기에 필요한 처세는 220
여섯 번째 말 : 習 배워라, 그리고 실천하라
즐겁게 배워라. 즐겁지 아니하면 224 실행하지 않는 것은 226 말의 가벼움은 존재의 228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230 밥을 억지로 떠먹일 수 없듯 232 배워서 남 주자 234 후배를 두려워할 줄 236 진실을 알리는, 행동하는 238 일하지 않는 좀 벌레 240 긍정적인 사람보다 ‘왜?’라고 242 진짜 바보는 인성교양이 244 시로 잃어버린 감성을 찾고 246 말이 많으면 탈도 많다 248 우유부단보다 허허실실이 낫다 250 정말로 부끄러운 것은 252 배움의 틀을 넓혀야 254 열정적으로 나아가고 256 인仁은 입으로 알릴 것이 아니라 258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260 작은 실천이 더 아름답다 262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얼마 전 서평한 <우주 속으로 걷다>때문인지 우주를 생각하라 어리석음에서 벗어난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품은 생각 속에서 감정을 상하는 경우가 많아 사소한 것에 집착하거나 매우 작은 일에 마음을 다치곤 한다. 이 때 비교되는 무언가를 마음에 품으면 금새 풀리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 최고인 것이 우주인 것 같다. 공자의 경우는 우리에게 친숙한 주역이란 것을 말년에 연구해왔다고 한다. 과학의 시대에 주역은 미신처럼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주와 인간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우주 속으로 걷다 -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메리 에블린 터커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1194940
내용도 좋지만 원어 밑의 한자 독음을 따라서 읽으며 뜻을 음미하는 재미도 있다. 높낮이를 넣어 한번씩 읽어보고 대개 짧기 때문에 마음에 남는 구절은 몇 번 더 읊어서 암송해두면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고전을 읽으며 늘상 신기하고 감동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기원전 500년에 집필된 책이 첨단의 시대에 이르러서까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평안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동서양의 많은 후대의 사상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고전 중의 고전을 쉬운 해설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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