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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예상치 못한 이유로 무수한 착각에 휩싸여 산다. 흔히 하는 착각 중에 하나는, 내가 그상황이라면 나는 다르리라는 착각이다. 개인으로서의 특징이 집단에서는 희석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단체생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은 더욱 커진다. 목차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듯이 여기서 다뤄지는 주제는 대개가 사회적인 그리고 단체적인 상황에서 올 수 있는 착각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살면서 탁월한 개인도 단체나 군중속에서 그 능력이 희석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상황을 종종 겪는다. 소위 엘리트 집단이란 곳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실수도 그러한 것 중에 하나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진주만 습격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전문가 집단인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부는 당시 진주만 해군 기지 공습이 상당히 우려된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기습에 대비하지 않아 미군에 큰 타격을 주었다. 책에서는 이러한 실책을 '집단 사고'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는, 결집력이 높은 집단의 구성원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쉽게 만장일치로 의견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러 결과룰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또한 집단 안에서의 결정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견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쏠리기도 하는데 이를 '집단 극화 현상'이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의 관념에는 토론을 하게되면 이를 통해 구성원이 중간점을 찾게된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태도를 나눠 실험한 결과, 자기 집단이 결정한 선택을 고수하며 각자의 입장에서 더욱 강화된 견지를 취했다. 따라서 사고의 전환을 위한 생산적 토론은 다른 특정 요소가 필요하다.
이런 극화 현상을 없애는 요소는 바로 '참여'였다. 물론 토론을 하기위해 의견 개진을 하려면 개별 토론자들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주어진 선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집단은 차후에 반대되는 의견이나 증거물에 의한 역선전에 영향을 적게 받았다. 이는 기존 신념이나 가치 체계와 일관적이지 않으면 행위에 참여하면서 최대한 실제 행위와 일관성을 띠는 방향으로 바꾸며 이와 위배되는 논증에는 더욱 굳세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토론 문화가 발달해서 갈등의 격차를 줄이고 이해의 장을 마련하려하지만 실제 토론의 효과가 오히려 입장의 강화를 통해 합의점과 멀어지게하고 실제 원하는 토론의 효과에 반대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나 사건으로 시작해서 실험과 그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해설해주는 형식이다. 심리학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모두 읽고 함께 읽으면 좋은 서적들이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여는 20가지 열쇠 - 제임스 R. 플린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3734329
이모션 -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군중행동 - 에버릿 딘 마틴 http://blog.naver.com/lawnrule/120160676019
총 12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 준 부분은 볼드체로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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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여는 글
1.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까?
_ 사회적 영향과 규범화
2. 무엇이 사람들을 패닉에 빠지게 하는가?
_ 군중과 집단 히스테리
3. 유언비어는 어떻게 널리 퍼지는가?
_ 유언비어의 확산
4. 틀린 줄 알면서도 왜 다수의 의견에 따를까?
_ 사회적 영향과 체제 순응주의
5. 우리’와 ‘그들’은 언제 하나가 될까?
_ 사회 범주화의 효과
6. 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까?
_ 맹목적 믿음과 인지 부조화
7. 무엇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게 만드는가?
_ 권위에 대한 복종
8. 완벽해 보이는 그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_ 집단 극화와 집단 사고
9. 그들은 왜 피해자를 외면했을까?
_ 무감각과 방관자 효과
10. 왜 사람들은 권력에 쉽게 눈이 머는 걸까?
_ 스탠퍼드 감옥 실험
11. 이타심은 타고나는 것일까?
_ 착한 사마리아인의 우화
12. 무엇이 진정 군중을 움직이는가?
_ 사회적 사유와 연관성 |
프랑스인 저자의 책이긴 하지만 일본서적과 같은 눈에 띄는 전형적인 편집와 구성은 없었다. 다만, 니콜라스 베디라는 사람의 일러스트는 책의 분위기를 살려주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실제 사진 자료나 관련 실사 이미지가 등장했다면 책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을텐데 유쾌하고 간명한 그림체와 내용과 들어맞는 상황묘사가 보는 재미를 준다. 외국 기사에 나오는 카툰 스타일의 그림인데 우리 정서에 익숙한 느낌은 아니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우리의 삶은 복잡하다. 하지만 즉각적인 판단을 요하는 수간에는 어쩔 수 없이 단순하게 하고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단순함과 각종 무지 때문에 착각하기도 하며 진실에서 멀어지고 결국 원하는 결과와 다른 방향으로 치닫기도 한다. 부지와 맹신에서 우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해주고 세상을 바로보는 혜안을 길러주는점에서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전문용어가 간간이 나오지만 풀이가 알기쉽고 자세하며 내용적으로도 어렵지 않아서 읽기 수월했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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