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 미래 인류를 위한 담론, 도덕경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 번에 서평했던 동일 저자의 책에서는 장자에 관해서 살펴봤다. 이번에는 노자의 도덕경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살핀바와 같이 장자가 남성스럽고 거칠며 호기롭다면 노자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우며 섬세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도가는 자연에 가까우면서도 현실을 초월한 우주적인 기운에 관해서 논하는 상당히 낭만적인 사상이기 때문에 장자의 스타일도 맘에 들지만 노자의 것 또한 좋아한다. 접한다 큰 줄기가 같은 이론임에도 확연히 스타일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노자의 스타일은 낭만적이라 느낀다.

 

   평범하라, 그리고 비범하라 - 차경남 http://blog.naver.com/lawnrule/120165701731

 

노장사상은 인위적인 것을 넘어서서 세상을 파악하려 했고 제목처럼 진리라는 것도 인간이 만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인본주의를 기조로 하는 유가사상과 서구의 인간중심주의에 배치되는 입장이다. 더불어 사람의 편이고 어떠한 면에서 사람을 닮은 신이란 존재를 논한다는 것도 노자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우주라는 것은 어떠한 조물주의 계획이 아니라 비인격체인 신이라고 할만한 기운이 만물을 운영한다고 생각한다.  

 

 노자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도(道)를 본받아 자연에 순응하여 살 것을 주장하였으며, 그 도의 작용을 덕이라 하였다. 오늘날 사람들이 말하는 도덕과는 다른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도덕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약 5,000자, 상하 2편으로 되어 있으며 누구나 1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적은 분량이다. 사실 노자 자체에 대해서도 실존인물인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데다 도덕경 자체도 성립연대에 관해서는 한 사람 또는 한 시대의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에 남은 부분은 볼드체 처리를 하였다. 노장사상 이외에 다른 철학자들의 이름이나 사상도 보이지만 결코 어렵게 엮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논한다는 점에서 고상한 것 같지만 무정부지향적이고 있더라고 최소정부를 지향하거나 상대주의를 외치는 점 및 예와 형식을 추구하던 공자와의 대화에선 기존의 것에 비판을 가하는 진보적 성향이 느껴져서 종교적 사상적인 측면을 넘어 학문으로 봤을 때 거칠은 면이 있다는 것이 마냥 점잖은 것이 아니어서 매력 있다.

 

 •차례


추천의 글・1 | 태초에 도가 있었다!   추천의 글・2 | 노자 — ‘오늘’을 비추다
프롤로그
제1장 : 절대불변의 도
가. 붓다·노자·예수 | 나. 비트겐슈타인과 아슈바고사 | 다. 우상숭배의 문제 
라. 본체계와 현상계 | 마. 모든 신비의 문
제2장 : 세계는 상대적이다
가. 아름다움과 추함 | 나. 상대성의 철학 | 다. 무위
제3장 : 현명함을 숭상하지 마라
가. 쟁·도·난 | 나. 허기심·실기복 | 다. 무위무불치(無爲無不治)
제4장 : 도는 텅 비어 있도다
가. 도는 만물의 어버이 | 나. 화광동진(和光同塵) | 다. 도와 상제(上帝)
제5장 : 천지불인
가. 노자·스피노자·에크하르트 | 나. 성인불인(聖人不仁) | 다. 풀무처럼 텅 비어
제6장 : 곡신불사
가. 영원히 여성적인 것 | 나. 공곡정음(空谷正音)
제7장 : 하늘과 땅은 영원하나니
가. 두 가지 | 나. 천장지구 | 다. 완성과 비움
제8장 : 최상의 덕은 물과 같나니
가. 물에서 배워라 | 나. 귀가 큰 노자 | 다. 물의 7가지 덕
제9장 : 차있는데도 더욱 채우려
가. 계영배 | 나. 금옥만당(金玉滿堂) | 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제10장 : 도 하나를 꼭 껴안아
가. 유가와 도가 | 나. 포일(抱一) | 다. 모든 유위는 가짜다 | 라. 무수지수(無修之修)
마. 참다운 덕 | 바. 덕과 흠
제11장 :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한 바퀴 통에
가. 간결체와 만연체 | 나. 무(無)의 철학 | 다. 빈 공간의 존재
제12장 :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가. 감각과 지혜 | 나. 배와 눈 | 다. 열하일기
제13장 : 총애나 욕됨에 모두 놀라는 듯이 하라
가. 총욕약경(寵辱若驚) | 나. 도연명과 이백 | 다. 총애는 하찮은 것이다
제14장 : 보아도 보이지 않나니
가. 감각계와 진리계 | 나. 유형의 세계와 무형의 세계 | 다. 무물(無物)의 경지 | 라. 태고의 도
제15장 : 도를 얻은 옛 선비는
가. 사문난적 | 나. 역사철학과 보편철학 | 다. 여유당 | 라. 채움과 비움
제16장 :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요(靜)라 하나니
가. 플라톤· 칸트·헤겔 | 나. 허(虛)와 정(靜) | 다. 귀근왈정(歸根曰靜) 
라. 참다운 지혜 | 마. 관용의 정신
제17장 : 가장 훌륭한 임금은
가. 도와 마야(maya) | 나. 무위의 리더십 | 다. 지도자의 네 유형 | 라. 철인 왕
제18장 : 대도 폐하여 인의 나서고
가. 노자와 공자의 만남 | 나. 대도폐 유인의(大道廢 有仁義)
제19장 : 성스러움을 끊고 지혜를 버리면
가. 체하지 마라 | 나. 3대(三代)
제20장 : 나는 어리석은 이의 마음이로다
가. 절학무우(絶學無憂) | 나. 흑백논리 | 다. 우인지심(愚人之心) | 라. 생명의 어머니
에필로그

 

 

 나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에너지를 투입해서 철학을 찾을 때는 무언가 감정적인 동요가 있어 찾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굉장히 우울하거나 무언가 빈듯한 느낌 때문에 방황하면 마음을 채울 여력이라도 남아 있을 때 철학 책을 찾는데, 이 사상이 가진 특유의 무한성과 광대함이 나를 작아지게 하지만 동시에 무를 통해 불안해하는 나를 원점으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인생이란 꿈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나를 설득하면 마음이 그렇게나 가벼울 수가 없다.

 

사실 노장사상은 철저히 이성적이면서 과학을 신봉하며 동시에 회의주의적인 혹은 실용주의자인 사람이 접한다면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내용들이 종종 있다. 아마 그런 사람은 절대불변의 도라는 것이 본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한 번 거르거나 돌아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마땅치 않고 자연히 깨달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소할 수도 있으며 궤변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존의 주류적 입장을 순화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도가사상을 탁월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본다.

 

 일견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잡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 또한 매력이라 생각한다. 마음을 열고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구름 타고 무릉도원에 발을 내디딘 기분이다. 사실 도덕경은 우리를 위로하는 책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고 매일 좌절하는 나날이 더 많은 인간에게, 스스로가 미약하며 작아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기에 안달하지 않도록하며 누구에게도 끼지 못한 듯한 외로움에 처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우주의 기운에 참여하였다는 소속감을 안겨준다. 

 

 마음이 불편하고 정신 없을 때보다는 여유 있고 차분할 때 읽으면 인생을 깊어지게 해줄 책이라 생각한다. 대개의 철학이 그렇지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읽는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소목차가 한자어가 많아서 어려울 것 같지만 오히려 저자가 쉬우면서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으므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다. 수준은 고등학생부터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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