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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개 기업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연수 요청이 쇄도한다는 시골가게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사토 게이지는 센다이 아키호 온천의 작은 슈퍼마켓인 사이치의 사장이다. 종업원은 15명에 불과하나 연매출은 82억 원. 경단은 단일품목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주말에 2만개가 넘게 팔리고, 재고율과 폐기율은 일절 없다. 인구 4천7백명에 불과한 매우 한적한 곳에 위치한 가게에서 나오는 매출이니 방송에까지 나올만도 하다. 대기업에서부터 지금도 대형 프렌차이즈까지 많은 연수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기업의 정의를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익을 내려는 조직이다. 그 이익이란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에 제조물의 경우엔 원가를 내려 잡거나 높은 원가를 들이더라도 판매가를 높여서 이를 만회한다. 통상 싸게 팔아도 남기는 방법을 생각하라면 떠올리는 것이 박리다매이다. 제한적인 종류를 대량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인데 특이하게 사토의 가게에선 원가율이 60퍼센트에 달하면서도 다양한 종류를 소량 생산한다. 500여가지 요리를 선보이며 제철 요리로는 300여가지를 내놓는다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직원들에게 반찬을 만드는 올바른 자세를 키워주는 것이다. 재료구매조차 본인 아닌 담당자에 일임하기에 직원들은 원가를 알고 이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찬도 분명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나오는 추세와는 전혀 상반되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관련 업체에서 연수를 오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단순한 봉사정신에서 나온 것만은 아닌 이유다. 더불어 정보를 얻으려 온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을 털어 놓는데 이는 귀한 정보를 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밀한 기계와 다르게 반찬의 맛은 레시피가 같아도 직접 손으로 만들게 되면 어떠한 이유로든 맛이 달라진다. 마치 엄마와 아내의 김치찌개 맛이 다르 듯이. 이렇게 모든 과정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따뜻하지만 한편으론 순전히 아날로그 자체다. 특히 직원을 고용하면서 채용을 위해 반찬 만드는 것을 아는 척 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서투르지만 가정의 맛을 낼 수 있는 사람이기를 원한다는 부분이 그러하다.
매출액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전문 요리사를 떠올릴 수 있지만 3개월이면 요리를 모두 배울 수 있다고하니, 결국에는 요리사라기 보다는 일반 기업의 지원을 채용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나온다. 그래서 가게라곤 하지만 직원을 다루는 모습은 여느 기업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용의 일부분은 대형 기업체에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조직 운영과 기본적인 큰 틀은 배울 것이 많았다.
책의 겉장을 넘기면 나오는 문구가 모든 이야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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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레시피도 일류 요리사도 없습니다. 정성과 손맛만 있습니다.
우리 가게의 목표는 '독특한 맛'이고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전국의 가정주부들'입니다. |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음에 남는 부분은 볼드처리 하였다. 특히 오래 장사하기 위한 습관과 아날로그 수첩에 관한 파트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톻상 거래처가 생기면 안면을 트고 친하게 지내기 위해 술자리와 같은 사적인 만남을 만드는 것이 흔한데 합리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방해가 되기에 이런 것을 피한다고 말한 부분과 수기로 적는 수첩에 그날의 날씨와 상황 등을 기록해 수입상태를 지속적으로 정리해왔던 부분은 사토 게이지의 경영에 있어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결코 시골 가게의 물컹하고 두리뭉실한 사장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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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조그만 가게를 계속 찾는 이유 _14 - 30년 넘게 장사가 잘되는 이유 _14 - 이례적인 신문 광고 _19
제1장_ 암담했던 지난날, 그리고 지금 _31 - 열악한 상황에서 슈퍼마켓 오픈 _31 - 손님의 부탁으로 만든 오하기 _38 - 이른 아침부터 늘어선 구매 행렬 _49 - 특이한 신문 광고_56
제2장_ 라이벌은 전국의 가정주부들 _65 - 반찬 매출만 하루 평균 100만 엔 _65 - 사이치의 세 가지 마음 _79
제3장_ 사이치의 직원교육 _89 - 입소문 나는 제품을 만드는 법 _89 - 사람을 키우는 회사 _103 - 직원의 의욕을 살리는 언행 _119 - 라이벌에게도 기업 비밀을 가르쳐 주는 이유 _129
제4장_ 매출과 손님이 늘어나는 비밀 _141 -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아날로그 수첩'의 위력 _141 - 높은 원가율로도 이익을 내는 비밀 _151 - 가격 유지가 이익을 부르는 이상한 법칙 _158
제5장_ 가족이라는 질긴 끈 _171 - 아버지가 사장, 어머니가 전무, 아들이 상무 _171 - 대기업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출점은 대환영! _186 - 오래 장사하기 위한 습관 _199
에필로그_ 은인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_209 |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10에 2정도만이 제대로 성공을 하고 나머지는 명맥만 유지하거나 폐업을 한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신과 연구, 개발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유명한 업체들은 하나 같이 고집있고 일관성 있게 자신만의 경영 철학들을 가지고 있 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비록 일본의 사례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이 사업 아이템인 업체는 맛에서 그 승부를 봐야하지만 책을 펼치면 음식이야기 보다는 사람과 운영 자체에 관해 이야기 한다. 결국 체계적인 운영으로 맛을 끌어낸 것일테다.
시골 가게 이야기라해서 감상적인 엣세이 느낌은 아니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경영서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요식업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새겨들을만한 것들이 많으니 읽으면 좋을 것이다. 경영에 몸 담고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내 주변에 이런 유명하고 값이 저렴한 집이 있다면 문턱이 닳도록 들렸을텐데 아쉽고 비교할만한 국내의 업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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