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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무지개색 셔츠를 자켓 안에 입고 출근하다 내게서 오로라가 풍겨져 나온다며 도를 믿느냐고 접근하는 세명의 무리가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해서 황급히 자리를 떴는데 일단 도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에 친숙하지 않은 단어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에게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거리감을 준다는 것인데, 이는 도란 개념이 이해득실이 많은 상황에 처하게되는 현대인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 않는데 대한 반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도가 사상의 대표자는 노자와 장자로 합쳐서 이들 철학을 노장사상이라 칭한다. 일단 합쳐서 노장사상이라하지만 실제로 책에 따르면 이들의 철학을 대하는 태도의 외관은 조금 다르다. 지은이는 노자가 여성이라면 장자를 남성으로 봤다. 노자가 시라면 장자는 산문이며 노자가 선비에 비유하면서 장자를 전사와 같다고 말한다. 노자는 고상하게 절제를 알지만 장자는 필요하다면 불같이 화를 내고 위선을 폭로하며 온갖 가치들을 풍자하고 조롱했다. 책을 읽어보면 굉장히 호탕한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이들의 철학과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 두리뭉실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사상들이 등장했던 혼돈의 시기에 여러 사상들이 '도', 즉 사람이 걸어야 하는 길에 대해서 자신들의 기준을 내놓기 시작하였으나 사공이 많은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이러한 가치론들이 난세를 해결해주지 못했고 결국 이들을 비판하면서도 포용하는 큰 기준이 요구되었기에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공자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어진사람이 되기 위하여 사람이라면 마땅히 걸어야 할 정도가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인간의 도리에 벗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장자는 이런 인위적인 기준 때문에 개별 국가가 서로 도리에 맞지 않는다며 타국을 침략하고, 힘 없고 가난한 백성들은 덩달아 전쟁에 동원되어 어리석은 위정자들의 결단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이 걷는 정도란 것을 사람이 만들 수 없고 어떤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려했다.
다시 말해 지식인들이나 위정자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당시의 고상한 이론들이 친략과 약탈을 일삼는 군주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봉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가 논쟁을 잠재우려 목소리를 높이지만 오히려 이를 심화시키는 아이러니 봉착하게 되었는데 기준을 만들어 자로 재듯이 세상을 줄세우려 하면 반드시 상하는 것이 있다고 봤던 그의 이론이 여기서 출발한다. 즉 도란 것은 원래 있는 것이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애초에 있던 것이니 서로 옳다고 스스로 만들어낸 법칙을 내세워 싸울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오감으로 느낄 수 없고 심지어 사유를 통해서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들으라 말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드는 생각이 도대체 이렇게 도를 어렵게 깨쳐야 한다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싶지만 그의 말을 적은 글귀에는 중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몸상하지 않고 생긴대로 살 수 있으며 부모도 잘 모실 수 있고 타고난 수명도 다 살 수 있다는 지극히 세속적인 충고가 나온다. 결국 잘 살자는 것은 같은데 유가나 법가의 사상에 기초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들 사상에 기초해서 권력 중심부에 들지 못한 자들의 소외감을 반영하여 출발하였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게다가 장자는 본시 가난하였고 육체적 노동을 하는 자들의 편이었다 한다. 공자나 맹자가 말하 규준들은 몸을 써서 노동하는 이들에게 친하지 않은 것들이었고 말과 글에 능한 자들의 언어가 시비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여 통일된 하나의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도라는 것이 굉장히 흔하여 작은 미물에도 존재하는 것이며 만물은 어디에도 갇혀있지 아니하고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분별을 버리면 좋고 싫음이 없고 좋은 것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즉 세상 모든 존재가 귀하고 쓸모없는 것이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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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책의 차례
<평범하라, 그리고 비범하라(장자·외편)>
책머리에 5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
1. 수레바퀴 깎는 윤편 16
2. 논리와 진리 21
오리 다리를 길게 늘이지 마라
1. 문명 대 자연 30
2. 칸트와 여러 격률들 36
3. 지네와 뱀 40
본래의 너 자신이 되라
1. 감각의 과잉 48
2. 사상의 과잉 53
3. 본래의 모습 58
나는 천지와 더불어 영원하리
1. 무궁의 문 62
2. 마음을 길러라 67
커다란 하나됨에 합체된 사람
1. 뇌동과 부동 사이 76
2. 대인이 살아가는 법 84
3. 대인과 성령의 사람 89
좌망 이야기
1. 유위와 무위 96
2. 좌망, 인식주관의 소거 101
모를 일이다. 상망이 그것을 찾다니
1. 인간이 원하는 방식 110
2.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116
3. 검은 진주 120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갖춘다
1. 여러 종류의 사람들 130
2. 현재적 의식과 반성적 의식 139
3. 고통과 고뇌의 차이점 142
4. 의식・무의식・초의식 147
5. 자아를 넘어서라 150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
1. 장자와 소크라테스 154
2. 지상낙원인 우물 161
3. 생명 대 질서 168
4. 원리주의자-새로운 우물 안 개구리들 171
장자의 자연, 루소의 자연
1. 자연 대 인위 180
2. 헤엄치는 사람 188
이것이 물고기들의 즐거움 아니겠나
1. 괜히 거품내지 마라 194
2. 물고기는 물에 197
3. 물고기의 즐거움 200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
1. 정신의 손상을 피하라 206
2. 활쏘기 211
3. 신발과 허리띠 213
4. 동야직의 말 215
5. 안과 밖 217
6. 싸움닭 219
쓸모없는 나무도 쓸모가 있다
1. 무용의 대용 222
2. 거위의 경우 230
3. 소로와 하이데거 234
이익과 손해는 서로를 불러들인다
1. 장자라는 사람 240
2. 조릉의 일화 244
3. 미녀와 추녀 249
빈 배
1. 송아지처럼 254
2. 빈 배 261
세 번을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1. 무위위와 광굴 266
2. 비트겐슈타인과 혜가 273
큰 지혜는 한가하고 너그럽다
1. 호지지과 278
2. 전체와 부분 287
3. 장자와 그리스 철학 290
그대 몸도 그대 것이 아니다
1. 보아도 보이지 않나니 294
2. 순 임금과 그의 스승 299
과라유리
1. 소동파 306
2. 장횡거 309
3. 주희 313 |
그럴싸한 논리지만 문제는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결국 시시비비를 가릴 기준이 사라진다면, 즉 인위적인 우리들만의 잣대가 없이 그저 모든 것을 평등하게 여기기 시작한다면 세계는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우선시되는 가치의 부재는 사람들의 목적 의식을 잃게 할 수 있고 심지어는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극단적인 사고에까지 닿을 수 있다. 장자는 이에 대해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자연을 따르라고 강조한다. 물론 자연스러움이란 것도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크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자는 호랑나비의 꿈이라는 일화를 살피면 알 수 있듯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도 하나의 헛된 이론일지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끊임없이 꿈에서 깨고 더 큰 꿈에서 깨는 것을 반복해야 참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점에서 장자의 이론을 반성론적인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이 이 사상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자의 풍자를 읽고 있으면 물질적 고단함을 정신적인 사유로 이겨내고자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동시에 철학을 통해 현실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여하튼 장자의 세계관은 자연과 평등, 포용으로 압축되는데 이런 성격 때문에 문화와 예술, 종교 그리고 정치에 영향을 미쳐 선불교와 농민봉기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계를 부정하는 사상의 성격상 인간의 현실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신비주의와도 통하게 되어 불로불사라든지 수련을 통해 초인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을 낳기도 한다.
정치 중심부에 속하지 못한 비주류에서 출발한 이론이기에 초야에 묻혀 자연을 관찰하여 연구하는 학문을 발전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 재야의 사상이 이런 힘을 가진 까닭은 분명 내부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 아닐까.
관점에 따라서는 현실을 등진 이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그로인해 황당하거나 알맹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큰 줄기에서 본다면 공허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속에서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보이지 않는 기준과 룰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정도를 지나친, 예를 들어 환경 오염이나 인본주의를 벗어나 본말이 전도된 사회문제가 발현되었을 때 이를 치유하고 정화시키고자 할 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상이라 본다.
이 책은 외편과 잡편 중에서 외편에 관한 책이다. 장자 본인이 쓴 책은 아니고 제자들이 공통으로 가필한 책이라한다. 총12개의 작은 주제가 들어있다. 전체적인 장자의 이론자체는 잘못하면 허무주의로도 치달을 수 있겠지만 글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유가와 법가가 외적인 처세라면 장자의 사상은 내적인 처세라고나 할까. 요즘 트렌드인 마음치유, 힐링과 같은 키워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글이라 하겠다. 우주의 기에 관해 논하지만 종국에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잊어야 한다고 외치기에 사회적이기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느낌도 든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나만의 결론은 그냥 내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나다운 것.
내가 나를 너무 닮아서 사람들이 그것이 나인지 모를 정도의 내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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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과 외물이 완전히 동화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잊는다. 마음에는 아무 잡념도 일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마음과 외물이 제대로 동화되지 못하면 우리는 자꾸 의식하게 된다. 신발이 맞지 않으면 자꾸 발을 의식하게 되고, 허리띠가 맞지 않으면 자꾸 허리를 의식하게 되고, 허리띠가 맞지 않으면 자꾸 허리를 의식하게 되고, 사태의 해결이 원만치 않으면 자꾸 그 일을 의식하게 된다.
중략
축복받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딘지 무의식적인 데가 있다는 점이다.그들은 대체로 웬만한 일들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그의 정신의 힘이다. 매일 매일 하루의 일과가 끝나거든 세상을 잊어라. 나아가 자기 자신도 잊어라. 가급적 무위를 행하며 살라. 그것이 정신의 힘을 기르는 길이다.
- 평범하라 그리고 비범하라 P214 |
그리고 지은이도 말했듯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 시가 있어서 여기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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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 하나가 와서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 못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당장 비키라고 소리칠 것이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배 안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약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도, 화내지도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하겠는가?
- 산목, 평범하라 그리고 비범하라 중 P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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