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여인천하
양이 지음, 이지은 옮김 / 비즈니스맵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양장처리 된 502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서적이다. 책의 배경은 삼국시대로 황건의 난을 시작으로 오나라가 멸망하기까지 100여년의 시간을 가리킨다. 서양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여성인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현대여성부터 중세와 근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예술과 정치 등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집필된 많은 서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나의 독서량이 부족해서인지 동양권의 여성캐릭터를 분석한 책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이런 종류의 책으로는 워너비 셀레브리티 - 김경은을 서평했었다. 이 책도 거의 서구권 여성들로만 채워져있다.


저자 양이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칼럼니스트로 전향한 사람으로 소개글을 보면 역사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것에 열중했다고 적혀있는데 이러한 그의 성향은 책의 곳곳에 나타난다. 사료와 대중에게 달리 알려져 혼란을 주는 여인들의 본래 이름을 찾아 밝혀주고  여러가지 관련한 설들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조목조목 따진다. 문체는 이야기하는듯 편하게 말을 걸기도하고 가르침을 주기도하며 때로는 탄식한다. 설명하는 글이다가도 도중에 액자구성처럼 역사인물들이 나와 대화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장마다 테마를 정해서 큰 제목을 뒀다. 원채 유명인물이거나 개인적으로 흥미있게 느꼈던 인물들은 볼드체 처리를 해두었다.



1장: 난세에 이슬처럼 사라져 간 여인들

강동이교-행운과 불행의 교차점
강동의 또 다른 미인 자매-‘오국태’의 진위 논란
번씨-조자룡과의 안타까운 인연
사냥꾼 유안의 처-고결한 영웅들의 추악한 진실
견복-건안의 ‘삼조’를 무너뜨린 ‘낙신’
두부인-조조와 관우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 주인공
추씨-가슴 아픈 조조의 ‘하룻밤 연정’
채문희-만능 소녀가 부른 비가
복황후와 동귀비-한나라 헌제의 여인들

 

2장 누가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다고 하던가?

손상향-손권-유비 연맹의 유일한 피해자  
초선-중국 4대 미녀 중 유일한 환상 속의 미인
축융부인-중원의 아마조네스
장수 가문의 여장부-관우의 딸에 관한 전설

강서의 어미와 조앙의 처-마초에게 비수를 꽂은 여인들
서부인-지혜와 용기를 두로 갖춘 미녀 ‘승부사’
신헌영-무한한 사랑을 실천한 현명한 미인
허완씨-최고의 심리 분석가
강유 이씨-등애를 전군 몰살이라는 위기에 빠뜨리다


3장 구름에 달 가듯 서로에게 끌리는 영웅과 미녀

조조의 정실 정부인-무뢰한에게는 이겼지만 일개 첩에게는 지다
변부인-괴로운 삼국 제일의 귀한 몸
유비의 여인들
황월영-제갈량의 행복한 못난이 아내
장춘화-사마의의 천생연분
하후씨-적국을 시댁으로 두다

 

4장 불행의 씨앗으로 전락한 여인들의 사랑과 전쟁

동태후와 하태후-피를 부른 고부 갈등
곽사의 아내-질투가 일으킨 전쟁
원술․원소의 여인들
채부인-우방에게 줄지언정 가노에게는 주지 않겠다
운영과 춘향-한나라 왕실을 해친 내부의 적


유명한 고사와 관련있는 고대 중국의 4대미인 서시와 왕소군 양귀비 그리고 초선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여성들이다. 기러기가 떨어지고 물고기가 숨어들며 달이 구름 뒤로 모슴을 감추게 만들었다는 이들의 미모는 익히 유명하다. 책에서는 초선이 나오는데 동탁과 여포 사이에서 미인계를 쓰는 장면도 재미있었지만, 그녀가 원나라 잡극에서는 본래 여포의 처였는데 왕윤이 동탁에게 바치는 패륜적 내용으로 그려진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마치 그림형제 이야기가 그 당시 원작에서는 상당히 선정적이듯이 민간에서 구전되거나 하는 경우는 그 내용이 부정적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관심을 끌거나 재미를 위해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해당 서적은 디자인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진주황색과 짙은 갈색을 이용하여 사실상 역사서적으로서의 진지함을 잃지 않았고 우측의 사진자료처럼 간간이 나오는 한페이지 가득찬 인물 일러스트가 굉장히 멋져서 소장하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편집이 시원하고 문단 사이가 넓어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혹시 삼국지를 사전에 읽지 않아서 이 책을 보는데 무리가 있을거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생각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삼국지를 발췌독 했었고 그마저도 기억이 희미하지만 책을 읽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미주에 제갈량, 장비, 사마의와 같은 유명인물들까지 자세히 설명해줄 정도로 친절한 책이며. 삼국지를 이미 읽은 사람이더라도 외전을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줄 것이다. 특히나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여인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특별히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갔다고 여긴 여인들을 선별해서 실었고 더불어 삼국지연의와 민간 전설에 등장하는 실존인물 이외의 허구의 인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또다른 매력이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히 고증하려한 지은이의 노력이 돋보이면서도 이해가 쉬운 문체와 적절한 문장 구성으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더불어 저자가 교사출신이라서 그런지 곳곳에 교훈을 주려는 흔적들을 보는 것도 좋았다.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당연히 추천하는 도서이며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무난한 서적이다. 본문이 여성으로 채워져있지만 여성지향적 서적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주인공이 여성일 뿐이니 염려하지 않고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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