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손자병법
허성준 지음 / 스카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의 정체는 사마천 사기 이외에 다른 역사 사료에 나오지 않는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그런 반면 그의 병법서는 현재 2500년 지난 지금 중국은 물론 서구 사회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하다. 많은 최고경영자의 필독서로 뽑히며 실제 전장이 아닌 전쟁터와 흡사한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훌륭한 처세서로 통용되고 있다. 이는 이 책이 단순히 싸움의 기술 뿐 아니라 삶과 인생에 다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한 지혜의 집약체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손자병법이 13 편으로 구성된 많이 않은 내용이란 것을 잘 모른다. 나 또한 원문을 접하기 전에 해설서만으로 구성된 책을 봤을 때는 이 병법서가 굉장히 많은 양의 원문을 풀어 놓은 것인 줄로만 알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머리말과 맺는말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열세 편의 구성과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처음 손자병법을 접했거나 이전에 접했던 사람이더라도 막연한 느낌이 든다면 읽는내내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일전에 서평했던 손자병법 그대의 마음을 훔치다 - 쑤무루에서는 모든 부분을 해설한 것이 아니고 부록에 원문을 싣고 심리적으로 응용하는 방법을 달았던 반면 해당 서적은 제목에 붙은 초역이란 문구처럼 전역을 모두 실었고 의역을 지양하고 기존의 분명료하거나 잘못된 것을 수정하고 고쳐서 최대한 원문의 뜻을 밝히는 방향으로 책을 집필했다 한다.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책에 나오는 예시들이 굵고 선명한 비즈니스 관련 일화들이라 기억에 많이 남았고 저자 본인도 이러한 예시를 들기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은 바로 세편의 시스템으로 승부하라였다. 일본이화확공업이란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해서도 문제 없이 생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나오는데 재료 배합시 글을 읽지 못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색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시도해 문제 없이 제품 생산을 하고 있었다는 사례였다. 특정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실수가 빈발하는 경우 대개 관련 직원을 문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떠한 경우는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실수가 없어질 수 있다는 그의 해석에 깊이 동감했다. 결국 조직생활을 하게 되는 입장에서 룰을 통해 개개인의 특별한 능력이 아닌 전체의 기세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지로 아무리 청렴한 사람이라도 구조적으로 부패한 곳에 자리를 두면 본연의 자세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며 이에 휩쓸리기 마련이기에 룰과 시스템의 중요성이 여기 있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성공하는 기업의 사원들이 천재가 아니고 강한 군대의 병사가 모두 초인이 아니듯이 개개인이 어느 정도 선의 능력이 있다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매뉴얼을 통해 마련된 좋은 시스템 내에 드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분산시키고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격언 중에 자리가 사람을 낸다는 것처럼 미리 좋은 자리 즉 시스템을 구비해두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열세에 몰린 주인공의 부대가 특별한 계기로 승리를 거두거나 연약한 주인공이 산전수전 겪으며 결국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는 스토리가 많은데 실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책에서는 능한 전략가란 당연하듯 승리를 손에 넣는 자라 말한다. 즉 좋은 승리란 이미 패한 적과 싸워 얻은 당연한 승리다. 멋진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서 가끔은 약아빠졌다는 느낌까지 주는 이런 설명이 책을 읽다보면 많다. 혼자 싸울 때라든지 도전을 하는 경우에는 호기를 부리더라도 그 결과가 온전히 개인의 몫일 뿐이기에 그 선택은 자유겠지만, 조직의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처세라 생각한다. 예와 의를 중시해서 실속이 없었을 것만 같은 오래된 시대에 이런 처세를 안내하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 지금도 내겐 신선하게 느껴진다. 하단 목차에서 볼드체는 인상 깊었던 부분과 유명한 부분이다.



 ▶ 차 례


머리말

1장 계편-승산이 있는 승부만을 하라
전쟁은 신중하게
싸움에 앞서 필요한 체크리스트
장수의 일반 상식
싸움의 기본은 속임수다
싸우기 전에 승산을 계산하라

2장 작전편-일은 빨리 끝내게 하라
장기전은 백해무익
전쟁과 경제적 손실
적의 것을 빼앗아 사용하라
전쟁은 재빨리 승리해야 한다

3장 모공편-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
싸우지 않고 이긴다
적을 해치지 않고 승리하라
대세인 적과는 싸우지 마라
군주가 범하기 쉬운 세 가지 실수
승리를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4장 형편-승리한 뒤에 싸우라
아군의 승리는 적에 달렸고, 적의 승리는 아군에 달렸다
이기고 나서 싸워라
전쟁은 천칭의 분동으로 무게를 재는 것과 같다

5장 세편-시스템으로 승부하라
부대 편성으로 승리한다
‘정’과 ‘기’는 사계절과 같다
‘정’과 ‘기’의 무한한 변화
기세와 절목
시스템으로 승부하라
적을 유인하는 방법
개인의 능력이 아닌, 전체의 기세로 승부

6장 허실편-적의 허를 찌르라
선수를 치라
적을 의도대로 조종하는 방법
약점을 찔러라
적의 허점만을 공격하라
싸우고 싶을 때와 싸우고 싶지 않을 때
아군은 집중시키고 적은 분산시켜라 
적의 수비를 무너뜨려라 
병력의 집중에는 지형의 정보가 불가결 
무형의 경지에 달하라 

7장 군쟁편-요지를 선점하라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비책 
행군의 트레이드오프 
풍림화산
병사들의 움직임을 일치시키라 
약한 적을 강한 아군으로 치라 

8장 구변편-전장의 변화에 대응하라
용병의 원칙 
다섯 가지 상황 
장수는 다양한 변화에 대응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 
이와 해
적국을 조종하는 방법 
멋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마라 
장군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위기 

9장 행군편-항상 유리한 태세를 유지하라
지형에 적합한 군의 배치법 
병사의 건강에 유의 
주의해야 할 지형 
적의 움직임을 간파하는 방법 
적의 사정을 간파하는 방법 
문과 무의 리더십

10장 지형편-전장을 알라
전장의 여섯 가지 유형 
패하는 군의 여섯 가지 패턴 
장수의 긍지 
적을 알고, 나를 알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안다 

11장 구지편-장소에 따른 심리 변화
전장의 아홉 가지 유형 
적을 곤란에 빠뜨려라 
적이 중히 여기는 것을 빼앗아라
부하의 의욕을 돋운다 
군을 단결시키는 방법 
병사들을 전쟁에 투입시키는 방법 
병사들의 심리를 조종하는 방법 
상대의 뱃속 
외교의 술수 
패왕의 군이 아군을 다루는 방법 
처음에는 소녀처럼, 나중에는 달아나는 토끼처럼 

12장 화공편-고대 유일의 대량파괴 병기
화공의 방법 
비류

13장 용간편-정보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
정보의 중요성 
스파이의 종류
스파이의 중요성

맺는말


지은이 허성준씨는 전공이 컴퓨터 그래픽 버추얼 리얼리티를 전공했다고 한다. 게임 크리에이터로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직원들과 일을하면서 조직과 관련된 자료를 탐독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러한 중국 고서들과 인연을 맺은 것 같다. 관련된 집필 서적들도 군주론과 논어 같은 것들이다. 예시들이 장황하지 않고 설명이 군더더기 없었던 것은 이러한 저자의 동기가 작용한 듯하다. 원문은 한글로 번역된 것을 이용했으며 독자들이 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한자 원문은 실려있지 않다. 한자 원문까지 봐야 한다면 앞서 언급한 쑤무루의 책을 참고하면 되겠다. 


손자병법은 다시 읽어도 여러가지 해석을 더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깊이 있고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고전 중에 고전이다. 과열 경쟁시대에 피를 흘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손해를 보는 일은 부지기수다. 눈앞에 포화가 빗발치지 않아도 우리는 콘크리트 정글에 둘러싸여 매일이 전쟁과도 같은 시대에 결국 손해를 보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인류 최초의 심리전술에 관한 연구서인 손자병법은 머릿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싸우고 승리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나아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상황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고도의 전략서다. 


대개 원전이 추상적이고 오래된 경우는 당시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기에 역자에 따라 다양한 개성이 묻어나온다. 따라서 이미 해당 책을 읽었더라도 다른 시각이나 더 많은 예시가 필요한 사람, 또는 

손자병법 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하게 모두 다룬 것을 원하는 독자, 장황한 예시나 심리와 같은 다른 전문영역을 병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깔끔하고 인상적인 비즈니스,  전쟁일화를 좋다면 추천한다.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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