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
메리 퀀트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에 관한 글을 검색하다 우연히 메리퀸트라는 사람을 알게되었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국에서 60년대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에서 내렸던 윤복희씨에 관해 듣거나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디자인은 메리 퀸트가 1965년에 디자인한 것으로 당시 10대였던 소녀 트위기에게 입혀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이 그 시초다. 


퀀트에 관해 책에 실린 매거진들의 평을 빌리자면 그녀는 "샤넬, 디오르 그리고 메리 퀀트", "퀀트는 하나의 현상이자 패션 업계의 토네이도" "발레리나의 유니폰인 타이츠를 더 얇게 만들어 상업화한 최초의 디자이너이자 명품 화장품의 선구자",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유행시켰으며 스타킹, 타이즈, 노브라 등을 유행시키면서 복식사에 흔적을 남겼다"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그녀는 패션의 선구자로 최첨단에 서있는 사람이었으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은이 메리는 1934년생으로 올해 78세로 아들과 손자 손녀를 데리고 산다. 그렇다고 내용이 여느 할머니들의 옛날 무용담이냐면 그런 것과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이 시종일관 위트 있고 솔직, 발칙하며 개성 있다. 웃음이 넘쳐도 경박스럽지 않고 야한 이야기에도 천박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굉장히 낙천적이며 긍정적이라서 책에 나오는 사건들이 가끔씩은 과장되고 디즈니 만화의 한 컷 같은 장면들도 있었지만 책을 완독하면 그런 면들이마저도 온전히 그녀 자체이며 그녀가 패션에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녀는 20세기 초반에 태어난 사람이기에 당시 영국에서 패션이 가진 의미를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이것이 색다른 재미였다. 


골드스미스예술학교에서 회화학을 배웠다.녀는 표지에서 무척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지만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 사진자료에서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그녀 스스로도 말하듯이 동안의 이미지에 호기심 많은 표정으로 밝게 웃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의 위트가 절정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못 말리는 개와 함께 사는 법이란 부분이었다. 메리의 묘사는 정말 한문장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재치있고 유머러스했다. 책에도 박혀있는 아이콘인 데이지는 책 속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그녀의 명랑함의 직접적인 표현의 산물이다.


표지에 관해서 미국판 양장에서는 전신사진이었는데 나는 국내용 표지가 훨씬 감각적이고 마음에 든다. 색상이 책의 분위기 만들기도 하는데, 핑크 빛이 감각적이면서도 약간 가벼운 느낌을 주는 반면, 사진 속의 메리의 표정에 가득한 패션에의 열정이 이를 한톤 낮춰 진지함을 잃지 않게 한 것 같아서다. 실제로도 책의 내용은 무겁지 않다. 무척 역동적이면서도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상생활이 모두 녹아 있는데 와중에도 일 이야기와 자신의 비젼을 상큼하게 풀어내는데서 이 책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샤넬의 고상하면서도 슬픈 동백꽃과는 대조되는.



 차례>


#1. 짧지만 자연스럽게  

어둠 뒤에 찾아온 기회
스트리트 룩의 시작 
스타일은 만들어져야 한다
가난했기에 가능했던 일
(중략)

#2. 나만의 것으로 새롭게 

세상 단 하나뿐인 잠자리
대중들 앞에서 내 방식대로 말하기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략)

#3. 주변인들과 함께 

셀러브리티를 끌어들이는 법
바람둥이 남편 길들이기
전설의 록그룹 매니저를 어시스턴트로
(중략)

#4. 같지만 다르게

세상 모든 것이 영감이 된다
인기의 좋은 점만 즐겨라
음악에는 비틀즈, 패션에는 메리 퀀트
(중략)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감각적이고 발랄한 그녀의 책 내용과는 대조적으로 편집과 구성에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이다. 최근 뷰티관련 책들은 거의 준잡지 수준으로 화려하고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 책은 꼭 이미지만 탈탈 털어낸 것처럼 좋게 말하면 담백,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썰렁하다. 일례로 그녀는 책에서 화장과 패션에 관한 조언을 곳곳에 해놨는데 여기에 딸린 이미지 자료는 전혀 없다. 


게다가 언급된 해외 인물 중에서 국내에는 낯설어 첨부 이미지가 없으면 바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등장하는데, 개인이 소장한 사진이나 다른 사진을 첨부했다면 좋았을 곳에도 이런 배려가 없었다. 국내 출간시에 이런 점을 보강해서 책을 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한편 드는 생각은 책의 성격이 자서전이라는 점과 그녀의 패션 철학이 녹아 있는 미니스커트를 생각해보면 이런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의도한 것이 아닐까라고 좋게 해석해본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꼭 읽었으면 좋겠다. 패션 공식만을 줄줄 읊거나 잔기술을 알려준 책이 아니라 연륜까지 묻어 있는 자서전겸 패션철학서다. 그녀의 삶은 단순히 시류를 타서 기회를 잡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나름의 원리원칙이 있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심지어 패션에 ㅍ자를 모르더라도 그녀의 사업 철학은 타분야에도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진보적이고 실험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혹시 너무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내용이 주류가 아닌가 싶어서 망설인다면 그런 고민은 필요없다. 그녀의 진취적이고 시원한 개성이 남자와 여자 어느 성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꾸미기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더라도 충분히 재미난 엣세이를 만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으니 미리 걱정할 필요 없이 남녀 모두 무난히 읽을 수 있다 말하고 싶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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