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주제 자체가 내게 너무 신선하다. 타력이란 것은 책 내부의 정의에 따른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문구는 '나 이외'라는 것이다. 최근 출판 트렌드는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물질팽창에 의한 심적만족의 물리적이고 근원적인 한계성을 인정하고 다시 인본주의적 입장으로 회귀하여 심리학적 사회학적 측면에서 개인의 행복과 자기계발을 내외적으로 돕는 출간물이 큰 주류다. 


그런데 이 책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의 근원을 밝히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 책이 미국<Book of the year>부문의 스피리추얼 부문 수상작인 이유도 그러한 점이 반영된 것 같다. 살면서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많은 경우에 타인이나 혹은 종교와 같은 영적 힘에 기대어 살면서도 좋은 결과에 대해서 쉽게 자만하고 어울림의 가치에 관해서 평가 절하하거나 중요성을 쉽게 망각한다. 


지은이는 32년생의 노년기의 작가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시대를 거듭할 수록 심화되는 인간성의 부재와 진정성의 상실에 관해서 안타까워하는 듯한 어조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총 100개의 제목을 달아서 삶에서 스치거나 담아두었던 생각들은 서너페이지 분량으로 풀어놓고 있으며 그 주제는 자본주의, 욕망, 질병,역사 등등 많은 분야를 넘나든다 .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일본에서 출생한 이후 한반도로 넘어와 초등 중등 시절을 보내며 전쟁을 경험한 세대이다. 다수의 작품을 출간했으며 [청춘의 문]이란 작품은 스테디 셀러인 베테랑 작가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자신이 맘에 드는 글의 번호를 적어두었는데 나도 좋은 느낌을 주는 글들을 볼드체로 표시해봤다.


 ▶ 차 례

1. ‘타력’이라는 불가사의한 힘
2. ‘안 되는 건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3. ‘비상시’를 헤쳐나가는 강력한 사상
4. ‘본원타력’이야말로 생명력의 진정한 핵심
5. 나에게 힘이 되어준 3인의 말
6. 호넨은 왜 확신을 갖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까
7.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을 실감하다
8. 저편에서 다가오는 것
9.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하늘의 뜻
10. ‘타력’의 길 또한 어렵구나
11. ‘부드럽게’, ‘깊게’, ‘넓게’
12. 꼼짝 못하는 오늘이라는 틈새에
13. 지금 ‘타력의 바람’의 기운을 느끼며
14. 남의 모범은 될 수 없지만 견본은 될 수 있다
15. 사백네 가지 병을 몸 안에 품은 존재
16. 연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까?
17. 살아 있는 인간은 모두 병자이다
18. 오늘날의 의료에 부족한 것
19. 오늘이 최후의 날이 될 거야
20. 세계의 모든 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21. 출발점은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는 것
22. 낮은 곳에 임한다는 생각
23. 네 가지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을 짊어지고
24. 진정한 플러스 사고는 궁극의 마이너스 사고에서
25. 인생의 절정기에 멈춰서 생각하는 하산의 길

26.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
27. ‘체념한다’는 것의 의미
28. ‘투명한 존재인 나’에 대한 초조함
29. 인생은 스스로 내던질 만큼 지독하지 않다
30. 이야기를 만드는 상상력이 번뜩이는 결과로
31. 본심을 끝까지 숨기며 사는 사람들
32. 선생도 부모도 부드러운 마음이 결여된 건 아닐까
33. ‘슬픔’이라는 감정이 대단히 풍부한 사람
34. 자살과 타살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
35. 단 하나뿐인 내가 폐허에 고립되어
36. 나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을 때
37. 깊이 슬퍼하는 사람일수록 크게 기뻐할 수 있다
38. 지독한 번민에서부터 진정한 확신이 생긴다
39. 외톨이라는 소외감
40. ‘뇌사는 인간의 죽음’이라는 사고의 밑바닥에 있는 것
41. 지금, 무상의 바람이 불고 있다
42.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기 위해
43.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을 소중히 한다
44. 마음에 남은 것은 잊히지 않는다
45. 신앙과 진짜 정보는 ‘면수’로만 전해진다
46. 중요한 것이 무시되어왔다
47. 슬픔의 용량과 기쁨의 용량은 같다
48. 나를 훨씬 초월하는 일을 하기 위해
49. ‘슬픔’에 대한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50. 우리 사회에는 자본주의의 근본정신이 없다

51. 지금은 액셀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52. 비즈니스맨들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53.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는 ‘주인님’ 의식
54. ‘양혼양재’를 강요받는 시대
55. 오사카 비즈니스의 배경에 있는 ‘덕택’ 감각
56. 영혼이 없는 시스템은 성립하지 않는다
57. 시장원리와 자기책임의 배후에 있는 것
58. 21세기는 대난세, 인심이 황폐해지는 대전환기
59. 문제는 ‘위임사회’가 된 것
60. 모든 것이 가상현실화된다
61. 지금, 진정한 마음의 버블이 찾아와
62. 인생을 어떻게 제어하며 감속해갈 것인가
63. 말문이 막혀 꼼짝 못하고 서 있는 마음
64. 이 나라가 평화롭다는 환상을 버린다
65.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건 아무 데도 없다
66. 티끌처럼 작은 나를 초월한 우주의 파동
67. 전쟁에 진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68. 어머니를 리어카에 싣고, 남동생과 여동생 손을 잡아끌고
69. 민중은 어리석은 존재인가
70. 전후의 ‘초토화된 폐허’와 지금
71. 사람은 모두 울면서 태어난다
72.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중얼거림
73.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행복해하는 세상
74. 신란의 사상을 속세의 대중에게 직접 전하는 것
75. ‘술은 망우의 다른 이름’이라는 지언至言

76. 욕망과 번뇌에서 자력으로 해탈할 수는 없다
77. 지금은 오닌의 난 전야와 같은가
78. 무차별 구제와 무차별 살인의 관계
79. 『갈매기 조나단』을 지향한 남자
80. 이단의 요염한 빛은 정통을 비춘다
81. 과연 아사하라의 영혼도 구원받는가
82. 위기의 시대에 분출하는 에너지
83. 그림자를 봄으로써 빛을 안다
84. “떠들고 또 떠들어라, 말하고 또 말하라”
85. 렌뇨의 말은 나 자신이 움직이기 위한 신물
86. 변혁의 시대에 이채를 발하는 인물
87. 평생 어머니에 대한 사모의 정에 마음이 움직이고
88. ‘슬픔’은 전근대적인 감정인가
89. 마비키와 이민의 기억
90. 평생 떠날 수 없는 인간미
91. 지금 중요한 것은 ‘격려’가 아니라 ‘위로’
92. 민중이 새로운 시대의 담당자로
93. 큰 이벤트를 좋아했던 렌뇨의 호기심
94. ‘종교와 인간’이라는 질문
95. 언뜻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96. ‘영혼의 초토’가 나타나고 있다
97. 인간의 부흥과 영혼의 재생
98. 둘이서 기뻐하면 기쁨이 배가 된다
99. 선견지명이 있는 종교가
100. 다른 사람의 슬픔을 소중히 여기는 것

후기를 대신하여
해설-마츠나가 고이치


들어가는 말과 나가는 말이 따로 있지 않은 책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가끔 일본의 역사적 인물이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언급이 나와서 읽으면서 공감이 덜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비중이 큰 것은 아니므로 읽고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인생 전반에 관한 조언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런 점은 좋았다. 자국 국민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 가감 없이 지적한 부분도 신선했다. 저자의 관심사인 불교와 면역학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지은이 가족이 일찍 세상을 등진 까닭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듯 했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지만 100가지 이야기가 별개로 끊어져 있지만 중간 중간에 자연스럽게 다른 제목이면서도 주제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는 작가가 이 책을 의도적으로 주제를 달고 몰입해서 쓴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상념들을 잡아둔 것이라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었다. 내용 중에 의사가 처방을 했더라도 '이 약은 먹고 싶지 않아'라고 한다면 먹지 말라고하면서도 나중에는 글에서 조금 상반된 입장을 취해서 깊이 있는 글들 사이에서 보통의 고집스런 노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 쓴 책이라 읽으면서 열정에 불을 당기는 문구보다는 인생을 살면서 좀 더 유연하고 풍부하게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느낌이 강한 책이다. 본인은 중간에 겸손하게도 '늙은이의 넋두리'라 는 표현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세련되었다. 그래서 삶에 긴장이 너무 커서 곧 끊어져 버리지 않을까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미 마음이 많이 늘어진 사람이 본다면 좀 삶에 회의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십대보다는 일상에 치이는 이십대 후반부터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중장년층까지, 삶에 고민이 있는 성인이라면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내용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주제 자체도 좋지만 안에 들어있는 문장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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