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1 버지니아 울프 전집 1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진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버지니아 울프는 아마 살면서 누구나 한번씩은 듣게 되는 이름인 것 같다. 원채 관련된 도서와 그녀를 인용한 연구가 많고 울프가 등장하는 영화까지 있기 때문에 그녀는 이름 자체만으로 하나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린 존재다. 시대의 교양을 논하면 한번씩은 마주치는 그녀의 이름. 페미니스트였고 당대 여성지식인이었으며 말로에는 우즈 강에 돌멩이를 코트 주머니에 넣고 정신질환을 비관해 투신한다. 그녀의 일생은 이 책의 부록으로 실린 그녀의 연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은 유명인들이 종종 벌이는 기괴한 행동들을 답습한 것 마냥 그녀 또한 괴짜 같은 일화를 많이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변장을 하고 에티오피아 황제 일행으로 사칭을 해서 점함에 탔다가 기사에 실린 것이 그렇다.


이러한 그녀의 처녀작이니 게다가 10여년간 12번이나 고쳐 쓴 첫 작품이니 이런 점들이 나의 구미를 한껏 돋웠다. 이 책은 근자에 나온 흥미진진한 기승전결 형식을 제대로 갖춘 현대 소설류를 읽는 사람이라면 아마 읽다가 졸려서 기절할 수도 있겠다. 일단 인물 간에 나누는 대화가 상당히 지적이면서도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산만한 느낌이 있고 나 같은 경우는 읽다가 다시 중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오면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서 읽어야만 했다. 물론 그녀의 이런 기법은 댈러웨어 부인에서 절정을 이루며 이 책은 그런 시도의 맛보기 정도 되는 것 같다.


의식의 흐름이란 용어가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별 것이 아니다. 이는 프로이드의 사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좀 거칠게 소개하자면 우리가 소설 속에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글들은 타자의 이해가 용이하도록 정제되고 포장되며 걸리진 일종의 잘 조리된 하나의 요리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저변에는 글과 같은 유형 혹은 찰나의 행동 같은 무형의 것으로 표현되기 이전의 것이 있는데 이는 정리되지 않고 이성적으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우리의 직관과 오감을 많이 긴장시켜서 그 흐름을 타야하는데 이를 칭하는 것 같다. 마치 조리되지 않은 날 것의 식재료와 같은.


처음에 이는 사고의 흐름이라 칭해졌는데 이후 의식의 흐름이라 하게 된다. 책에서는 갖은 묘사가 등장하는데 굉장히 신선하고 특이한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공감각인지 아니면 그저 인물의 내적 독백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의식의 흐름 기법이란 것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이 문맥이 앞뒤가 맞지 않기도하고 굉장히 상징적인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작가가 표현하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나 정확한 것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는 것. 


읽는 사람을 이렇게 만들기 위한 것인지 이것이 그저 그녀의 성향인지 몰라도 정신질환에 노출되어 있었던 그녀의 예민한 성품을 작품 내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의 곳곳이 신경질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섬세하다. 그저 읽고 있는 나 자신도 그녀의 문체에 빠져서 집중하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히스테리해지곤 했다. 흡사 그녀의 펜대가 굴러간 자국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헝크러진 머리카락처럼 얽힌 의식을 간신히 빗질한 듯한 글자 부스러기를 손 끝으로 어슴어슴 더듬어 이해해 나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남녀 관계가 등장하기 때문에 가슴 설레이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속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처럼 콩닥거리는 로맨스가 있을 것이란 기대로 책을 편다면 분노할 것이 눈에 보인다. 기혼과 미혼의 남녀가 다수 나오지만 대중이 바라는 류의 설레이는 이성관계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남남이던 사람들이 커플이 되기는 하지만 뭔가 대단히 심심하다. 나는 말초를 자극하는 플롯만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삼삼하더라도 고전 속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 책에서는 뭔가 가슴을 잡아끄는 그런 것은 없었다. 정리하자면 읽는 동안 보다 읽고 나서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그런 책이다. 


서두가 길었는데 줄거리는 24살 아가씨이자 외동딸인 레이첼 빈레이스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윌로우비 빈레이스의 배인 유프라지니 호에 승선하며 런던에서 남미로 떠나는 여행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외숙모인 헬렌 앰브로우즈와 외숙부 리들리 앰브로우즈도 승선하며  여타 흥미로운 인물들도 등장한다. 하나의 큰 사건이라면 여성 참정권을 부정하는 리처드 댈러웨이라는 보수당원의 등장인데 태풍으로 요동치는 선실에서 갑작스럽게 그는 레이첼에게 키스를하고 그녀는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이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녀는 이성간의 관계, 특히 남편 레너드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지만 동시에 좋지도 않은, 우정과도 같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누군가는 의붓 오빠에게 어린 시절 성추행 당했던 경험이 그녀가 일생에 걸쳐 스스로의 성과 남성성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성애적인 부분에 있어서 포인트가 없는 그녀의 작품 내용과 레이첼이 겪는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은 울프 자신의 경험이 조금은 순화되어 투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실지로 그녀의 오빠는 캐임브릿지에 재학중이었고 그녀 스스로도 작품에서 긴 여정을 떠나 듯이 자매들과 대륙여행을 떠난 바 있다. 울프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진단결과를 들었고 직접적인 원인은 알 수가 없지만 얼마 뒤에 수면제 백알을 복용해 자살을 시도한다. 흥미로운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 아이를 갖길 원하는 힐다 엘리엇, 아이가 여섯인 쏜버리 부인과 이외의 다른 여성들이 아이에 대한 생각과 여성의 일에 대하여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그 당시 이런 부분에 있어서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다.


수잔 워링턴, 아서베닝 커플과 레이첼 빈레이스와 테렌스 휴잇 커플, 이렇게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1권에서는 무르익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2권에서 더욱 구체화 된다.


  


출항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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