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서양에 군주론하면 마키아벨리, 그리고 동양의 군주론하면 한비자다. 현대사회에서 책을 쓴다면 특정 독자층을 고려해서 집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비자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인 절대자로서의 군주를 고려한 책을 저술했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책 속에서 한비자는 나라에서는 군자, 그리고 가정과 조직에서는 가장이나 상사에게 두루 통영될 수 있는 정치적 통찰력을 가득 담아 내고 있다.


우리가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웠듯이 한비자하면 법가사상이다. 그는 성악설에 입각해서 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했던 현실주의자였다. 나라의 발전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이 선이고 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악이었다. 심지어 그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시대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과거 성현의 말에 얽매이지 말라며 유가 사상을 공격했다. 지금 내가 한비자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 역시 성인의 가르침이기에 한비자의 논리대로라면 조금은 아이러니라 하겠다.


위와 같은 면에서만 본다면 지독히도 혈실주의자인 한비자는 이상주의자이자 덕치를 표방한 공자에 비해 냉혈한 같은 인상을 주지만 법치라는 것이 그렇게 날이 선듯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근대 사회에서 피를 흘려 얻은 평등이란 개념을 그 혼란스런 춘추전국시대에 법의 적용에 있어 한비자는 주장했다. 군주를 제외하고 귀족과 사대부 그리고 평민들 간에 문자로 기록된 법은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무차별적인 법의 적용은 강력한 통치권을 바탕으로 하기에 해당 원리는 결국 그가 원했던 부국강병의 근본적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기적 인간들이 서로 할퀴는 세상에서 오히려 법이란, 이것을 제어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였던 것이다. 그 정점에 서 있는 군주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였기에 한비자는 군주의 덕목을 책으로 집대성해서 남겼다. 법학에서 법이란 도덕의 최소한이란 말이 있다. 한비자가 예를 경시하여 그것의 가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고정적이지 않고 쉬이 어그러질 수 있며 체득하기까지 많은 공을 들여야하는 그 성격을 염려하여 모든 사람에게 두루 미치는 기술적인 면에서 법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고전이지만 만화로 되어 있어서 중고생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며 총 12개의 편으로 이뤄져 있다. 초등학생이라면 약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앞부분부터 차례로 읽어나갔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가장 후단에 있는 부록처럼 꾸며진 한비의 출생과 사상이라는 부분을 먼저 읽기를 조언한다. 그의 출생을 비롯 학문적 배경과 죽음까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한비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한번쯤 읽고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단은 이 책의 목차이며 간략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소개하려 한다.
 

십과편 十過篇

고분편 孤憤篇
세난편 說難篇
화씨편 華氏篇
비내편 費內篇
설림상편 設林上篇
설림하편 設林下篇
내저설 상편 內儲設上篇
내저설 하편 內儲設下篇
외저설편 外儲說篇
난편 難篇
오두편 吳蠹篇




십과편- 말 그대로 열가지의 과오다. 임금이 몸과 마음을 잃게 되는 잘못 열가지를 설화와 같은 구체적인 예로 들고 있다.


고분편 - 외롭고 분하다는 뜻으로 진실을 아는 한비 자신의 뜻이 고국에 통하지 않는 외롭고 분한 마음을 투영한 부분이다.

세난편 - 말하기의 어려움이란 뜻으로 군주를 설득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쉽지가 않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화씨편 - 화씨라는 자가 임금의 어리석음을 통해 맞는 죽음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교훈을 전한다.

비내편 -  안을 쓰다 즉, 마음을 쓴다는 뜻인데 속 마음을 내주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나 여자를 조심하라 이른다.

설림상,하편 - 말씀의 숲이란 뜻으로 설화집이란 이야기다. 재미나고 해학이 넘치는 단문들을 모은 챕터다. 한비자의 재치와 글재간을 확인할 수 있다.

내저설 상,하편 - 안에 쌓아둔 말이란 뜻으로 상편은 임금이 신하를 조정하는 일곱가지 방법인 칠술을 담고 있다. 하편은 육미로 임금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혹하려는 자들에 대한 경계를 말한다. 십과편과 설림편과는 다르게 상당히 비판적이다. 기성의 귀족세력의 구태의연하고 허례뿐이 도덕의 기준을 누르고 군주 스스로 일어나 이들의 기세라 할 수 있는 가려진 욕망과 이해를 법과 술로 다스리는 기술을 논한다.

외저설편 - 역시나 설화집이고 좌상 좌하 우상 우하의 네 편이지만 본 책에는 중요한 것만을 기술되어 있다.

난편 - 어려움이란 뜻으로 선대에서 내려오는 성인들의 입장을 소개하고 이를 비판하는 자를 등장시키는데 바로 한비자이다. 과거 현인들은 본받는 것에 그치는 것은 논리적을 합당치 않고 자리에 오른 모든 왕이 비슷하게 성정을 펼치려면 법과 술로 획일적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그의 정치적 견해가 반영된 부분이다.

오두편 - 다섯가지 좀벌레가 나온다. 학자, 유세가, 협객, 측근, 상인, 직공. 다른 편들에서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여기서는 사회 각계 각층을 분석하고 있다. 법치가 사농공상 두루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법과 술의 근본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통찰과 지혜를 모두 녹여낸 듯한 이 책에서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함께 학문을 나누었던 진나라 재상인 이사의 농간으로 그는 고국 한나라도 잃고 결국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죽게 된다. 나라와 군주를 위한 글은 쓸 줄 알았지만, 정작 말을 더듬는 자신의 한 치 앞은 제대로 가늠치 못한 점에서 책에서 얻은 재미 이상으로 역사 자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잘 읽어서 마음에 새겨 둔다면 살면서 긴요하게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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