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천로역정은 기독교 문학이다. 을유문화사에서 일반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진장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성경의 인용문인 소설의 근간 자체를 뒤집을 순 없었다. 고전으로서 이 책을 도전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실낙원은 마스터하고 시도해보아야 할 것. 반대로 말하자면 기독교 문학이 무엇인가를 느끼고싶다면 이만한 책이 없다. 매끄러운 문장은 역시 을유문화사라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