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한 시간
매리 지음 / 시간의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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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문장들임에도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은 적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하던 순간의 기억이라던가
혹은 그 외의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아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그런 사랑의 언어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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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장님 - 2020년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0
이지음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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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의 독후감

좋아요 댓글 감사합니담 ღ

(스포 요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2020년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

이지음의 장편 동화, 강남사장님

좋은 기회로 비룡소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이라는 『강남 사장님』을 읽어보았다. 어려서부터 동화책을 정말 많이 챙겨본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종종 동화책을 찾는다. 그러나 동화책 하면 어린이들이 보는 유치한 책, 얕은 지식을 지닌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하지만 나는 동화책이 마냥 어린이들의 소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얇은 동화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회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적어내려간 동화들 속에서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캐치하기도 한다.


황금 도깨비상이란?

 

동화책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들어봤을 상. '황금 도깨비상', 평소에는 그냥 어린이 문학상이겠지 뭐, 하면서 지레 짐작하며 넘어갔겠지만, 무슨 상일까 어쩐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서평을 쓰는 자리이기 때문에 황금 도깨비 상에 대해서 살짝 찾아봤다.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그림책 부문과 동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비룡소 공식 홈페이지

황금 도깨비상은 비룡소가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으로, 매해 그림책 부분과 동화 부분으로 나누어 시상한다고 한다. 오늘 읽어볼 이지음 작가의 장편동화 '강남 사장님'이 바로 2020년 황금도깨비상의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에게 '시의성 있는 소재, 뛰어난 상상력, 작가의 능청이 대단한 작품' 이라는 심사평을 받고 수상하게 된 작품. 이 장편 동화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 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된다.


고양이 유튜버라는 독특한 소재

'강남 사장님'은 독특하게도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유튜브와 크리에이터, 고양이 등의 신선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 시대의 발달로 아이들에게는 전자 기기가 흔해졌기 때문에 고양이 유투버라는 소재가 참으로 친숙하고 흥미 넘치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12살 소년 지훈이의

아르바이트 지원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가 초등학생들을 아르바이트에 써주겠는가.

"애들은 안된다." 라는 말도 벌써 여러번째.

사흘 째 지훈이는 아르바이트 허탕을 치고 있다.

그러다 발견한 이상한 아르바이트 전단지.

지원 조건과 오시는 길,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고 이상하다,

<아르바이트 모집>

조건 1. 용모는 상관없고,

상상력이 풍부한 초등학생(어른은 안됨)

조건 2. 사장님 말씀에 충성해야 함.

* 오시는 길 : 눈을 감고 왼쪽 골목으로 백 걸음,

오른쪽으로 토끼뜀 서른 번, 왼발로 콩콩 스무 번.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지!

지훈이는 홀린듯이 이 요상한 아르바이트를 지원하고,

강남 사장님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내 이름은 강남,

나는 고양이 사장님이야.

난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데다

지혜로운 사장이다냥~

노란색과 갈색이 섞인 흰색 몸에 코 옆에 노란 점이 있는,

토실토실한 몸에 털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고양이.

                                                            

이것이 바로 백만 스타 유투버의 모습이지!

우리의 강남 사장님은

평소에는 거만하게 누워 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180도 돌변한다.

그리고 지훈이는

이런 사장님을 케어하는 집사의 업무,

촬영을 하는 감독의 임무까지 맡게 되었다.


너는 내게 위로가 되어.

                                                             

아빠 사업이 망해서 강남에서 살다 서울 변두리 원룸으로 이사온 지훈이는 어쩐지 사장님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괜히 투정 부린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에 사장님은 태생부터 고생 하나 모르고 자란 줄 알았다. 하지만 마냥 좋아 보이는 사장님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차가운 길 위에서 한참이나 떠돌던 길고양이 출신이었다. '고양이랑 사람이랑 같아요?', '고양이도 혼자인 게 얼마나 무섭고 외로운지 아냥?' 지훈이와 사장님의 대화 속에 외로운 길고양이들의 씁쓸한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너를 만나고 내 세상이 바뀌었어.

이 동화책은 사실 지훈이와 강남 사장님의 성장 스토리라 해도 무방하겠다. 반에서 스스로를 고립 시키고 왕따를 자처하던 지훈이는 강남 사장님을 만나면서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든다. 또한 사장님의 영상을 찍는 과정을 통해 감독이라는 멋진 꿈도 얻게 된다.                                                              

사장님 또한 지훈이를 만나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랑하는 법을 알았고,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다. 둘은 서로에게 가장 큰 친구이자 버팀목이다.


동화책 곳곳에 보이는 씁쓸한 사회의 흔적

1. 빠르게 바뀌는 유튜브와 대중들의 모습

이 책을 읽으면서 주목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회의 반영, 그리고 풍자.

작품 중 상황이나 등장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의 라이벌(?) 샤네르의 등장으로 강남 사장님네는 발칵 뒤집혔다. 금방 타올랐다 금방 식는 유튜브 스타들의 현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악플러들의 모습, 대중들의 마음을 얻으려 무리하게 트렌드에 따라가는 유튜버의 현실까지. 여유롭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SNS 스타들은 뒤에서 늘 인기가 떨어질지 몰라 걱정하며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을 느끼나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튜브의 뒷모습까지 파헤치려는 시의성 있는 소재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동화책 곳곳에 보이는 씁쓸한 사회의 흔적

2.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자연은 자연의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람들은 멋대로 사고 팔고, 소유권을 주장한다. 배고픈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찢거나 쓰레기 봉투를 뒤지면 도둑 고양이라고 부르며 몹시 화를 내면서 내쫓는다. 하지만 강남 사장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맞구나. 우리가 시멘트로 몽땅 덮어 버려 너희들을 배고프게 만들었구나. 고양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미처 보이지 않던 부분을 볼 수 있었다.


강남 사장님을 읽고,

나만의 감상.

'강남 사장님'은 여느 동화책과는 다르게 다가온 책이었다. 유튜브라는 최신의 소재가 특히 독특했다. 실제 네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인 작가님이 길고양이를 품에 안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써내려간 이야기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차가운 현실이 어우러져 포근한 이야기로 찾아왔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삽화 또한 이 책의 묘미이다.

지훈이와 강남냥의 관계에서 사랑을 주고 받는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음을 깨달았다. 또한 지훈이와 학교 친구들의 관계를 보며 인간관계에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분명 존재할 테니까.

'강남 사장님'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특히 길고양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이 내 마음을 콕콕 찌르듯이 정말 인상 깊었는데, 앞서 말했던 동화책의 장점 -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가 정말 잘 반영된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했던 고양이의 시선과, 초등학생의 순수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시선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아이들과 그 부모님까지. 그리고 나와 같은 대학생 등등. 남녀노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담백하게 담아낸 책. 줄거리에는 미처 담지 못한 강남냥과 지훈이의 재미와 감동 넘치는 이야기를 직접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마무리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강남 사장님과 김집사, 둘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둘도 없는 친구, 아니 가족이 되었다. 호화로운 저택의 생활이 아니더라도. 강남냥이라는 이름을 내려 놓고, 어쩐지 촌스러운 할배라는 이름이 되어도. 화려한 드레스처럼 아름답지만 불편한 허울 뿐인 사장님의 삶은 지훈이를 만나면서 후드티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삶으로 바뀌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하루하루 행복을 배우는 둘. 이들의 행복한 삶이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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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lee38 2020-08-1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한 이미지는 블로그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aelee38/222059968038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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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이야기

 

중국관련 학과의 새내기가 된 나는 요즘 큰 고민이 생겼다. 대학교에 와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우는 전공 수업이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쉽게 공부하는 것만 같은데 나한테는 막막하기만 하다. 특히 중국에 대한 입문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한 나에게 깊이를 요하는 대학 수업은 어렵다. 중국 문화와 고대사. 너무 재미있게 듣고 있는 수업이지만 막대한 공부량이 쉽지만은 않다.

이번에 새로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로 독자들을 찾아온 유홍준 작가님(교수님)은 이미 한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출간하셨다. 나 또한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고등학생 때 유홍준 작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나에게는 어렵기만 한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 및 사진자료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조금 어려워도 끝까지 읽은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이 책을 소개하는 광고에서의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실크로드 답사는 내 답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수많은 곳을 직접 다녀와서, 여러 시리즈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저술한 유홍준 작가님이 가장 감동적인 여행으로 뽑는 실크로드에 관한 책이라니! 이 이야기는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울지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보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저자 유홍준 | 창비 | 2020.06.01

                                                             

총 432페이지의 책, 갈색 표지의 배경은 쿠차 키질석굴 앞의 쿠마라지바 동상.

책의 내용이 다양하고 많아서, 다 읽느라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으며 새로 배운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건조한 사막의 미라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책 앞부분에 나오는 지금은 사라진 나라 누란, 그 중에서도 누란의 미라에 대한 것이었다. 의도한 것인지 자연에 의한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중국의 사막 부근에서 미라가 많이 발견되었다. 워낙 건조하고 고온인 중국의 사막은 미라가 만들어지기 최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누란의 유적지에서 수많은 미라가 발견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1930 년대 서양의탐험가 스벤헤딘이 누란의 폐허를 찾아내 각종 문서와 유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스벤 헤딘의 제자인 폴케 베리만이 그 중 모래둔덕이 무덤에서 몇 구의 미라를 발견했는데 그 중 아름다운 여인의 미라에 '소하 공주'라는 애칭을 붙였다.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결과 무려 3800년 전 아리안 계통의 서양이라는 점이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스벤 헤딘의 탐사대가 찾아낸 미라 말고도 이후로도 수많은 미라가 발견되었다. '누란의 미녀', 속눈썹이 긴 미녀 등 다양한 미라가 발견되었고 우리는 이들을 통해 수천년 전의 장례 풍습과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사실 이집트의 역사에서도 그렇고 항상 미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흥미롭고 경이롭다. 수천년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당시의 과학 기술이 발달했구나 싶기도 하다. 가끔은 누워 평안한 모습을 하고 있는 미라들의 모습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그들의 존재가 신기할 따름이다.

블로그에는 누란의 미라에 관한 부분만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누란의 역사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언제 시들지도 모르는 양파의 하얀 꽃과 같은 나라' 라고 당나라의 시에 등장하기도 하고 김춘수의 시에 등장하기도 하는 나라. 비록 지금은 사라진 나라지만 그 후손들은 남아서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겠지. 홀연히 사라져버린 한 오아시스 왕국의 이름으로 남은 누란의 이야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2. 폐지를 이용한 나무인형 공예

                                                             

오른쪽 사진은 아스타나 고분군 답사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들의 사진이다. 이곳은 투르판에 위치한 무덤인데 작가는 아스타나 고분군 답사가 참으로 힘들었다고 말한다. 갈 때마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투르판, 심지어 온통 무덤이었기 때문에 햇빛을 피할 그늘이 없었다고 한다. 무더위 속에서 햇빛 아래에서 하루종일 있었다니. 그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무튼, 내가 아스타나 고분군의 출토품에서 놀랐던 것은 폐지를 재활용한 나무인형 제작이었다. 수천년 전만해도 종이가 참 귀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폐지를 이용한 나무 인형이라니? 종이를 꼬기 쉽게 여러번 풀었다 꼰 흔적을 폐지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폐지를 사용한 공예라는 게 참 믿기 힘들었다. 오래전에 만든 예술 작품이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을 만큼 굉장히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서, 수많은 유물 족 아스타나의 유물들은 유독 나에게 신선하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곳곳으로 흩어진 중국의 문화유산

 

이 책을 보는 내내 안타깝고 화가 났다.

온몸을 휘감는 불쾌함. 이런 기분은 왜,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도굴, 명백한 도둑질

이들에겐 욕심만이 가득했고 양심 같은 도덕은 없었다.

우리 나라에도 일제 시대 우리의 많은 보물들을 다른 나라에게 도둑 맞았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해결 되지 않은 역사적인 문제이다.

중국에도 이런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유물들도 수많은 유물 사냥꾼들에게 매입되어 여러 국가에 돌고 있다. 또한 중국의 많은 유적지들은 심각한 훼손을 당해 처참한 상태로 남겨져 있는 것도 많다. 그 예를 들자면 위에 사진에 있는 베제클리트 석굴이다. 벽화를 도려내간 자국이 뚜렷하다. 남아있는 잔편들은 가져갈 가치를 느끼지 못해 남겨두었으나 이슬람교도들의 폐불 행위로 그마저도 훼손되어 있다. 남의 물건을 가져가서 잘 보존했으면 그나마 용서라도 하겠는데 독일 탐험가들이 가져간 유물들은 아쉽게도 제 2차 세계 대전때 폭격을 맞아 완전 사라졌다. 그야말로 착잡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중앙아시아 탐험가라고 불리는 르코크는 고창고성의 수많은 유적들을 '도굴'했다. 탐험가로서 성과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남의 나라의 유적들을 그렇게 무참히 파헤치고 유물들을 훔쳐간 행위가 이해 되지 않는다. 물론 유적지의 보존을 중요하게 여긴 그륀베델과 같은 학자들도 있었지만 이는 소수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귀한 유물들이 이 때 파손되었을까 심히 한탄스럽다.

르코크의 자기 정당성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당시 고창고성 주민들의 유물 파손(비료로 삼거나 미신으로 벽화속의 인물과 동물의 눈을 파냄)등을 이유로 차라리 안전하게 독일 박물관에 옮기는 것이 유물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는데. 그 마음이 베제클리크 석굴의 제15굴 벽화 전체를 통째로 탈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니. 그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사의 흔적을 찾아 많은 배움을 얻고 선조의 지혜를 엿보고자하는 탐험가들의 마음가짐과 달리 타국의 유물의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한 르코크의 행동을 아무리 포장하려 해봐도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마무리.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것을 봐도 사람마다 다르더라.

-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이 책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말이다. 유홍준의 탐사대는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책 속 저자가 언급하는 것만 봐도 사람에 따라 같은 유물을 바라보더라도 보이는 것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치과 의사는 시신의 치아를 주의 깊게 보다가 이런 저런 생각을 느끼기도 하고, 미술을 전공한 유홍준 교수는 유물들, 그 중에서도 벽화를 주의 깊게 보면서 자신의 감상을 남긴다.

이 책을 보는 독자들도 아는 만큼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나름대로 쉽게 풀어쓴 책이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려운 지명이 등장하기도 했고, 잘 모르는 역사가 등장하기도 해서 이해하면서 읽느라 속도가 되게 더디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전공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보다 얻어가는 점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에서 유홍준 교수가 썼던 말이 인상 깊다. 아직도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는 말. 배움엔 끝이 없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유홍준 교수의 모습에 쉽게 포기해버린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비록 아직 아직 나에게 실크로드는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곳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실크로드의 다양한 유적과 유물들을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이번 1회독에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을 열심히 읽고, 후에 내가 직접 그곳을 방문했을 때. 단순 방문이 아닌 모든 것이 보이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여정이 될 수 있겠다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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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lee38 2020-07-0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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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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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 를 잇는 올해의 소설.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책 <유원>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서 있는 두 여자. 표지를 봤을 땐 이 표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 생각하는 바는, 이 두 뒷모습은 유원과 수현이 아닌 유원과 그녀의 언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춰버린 시간 속의 언니와, 언니의 흔적을 따라 십여년을 살아온 유원. 유원과 주변 인물들간의 감정선을 절묘하게 그려낸 작품. 섬세한 감정선의 표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1993년생 작가의 필력이라니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필력. 잠재력이 넘쳐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작 중에서는 다양한 영화도 언급되는데, 그 영화들을 보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느끼는 바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그 날 자신보다 차라리 언니가 살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유원에게, 너의 이름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며, 살아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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