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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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p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통해 작가는 도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네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넌 몰라. 너의 가족도, 타인도, 그 누구도. 뭐 이런건가?

그렇다면 작가의 의도는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의도는 알아들었으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이야기는 중구난방으로 뻗치고, 주저리 주저리 길며, 문장들은 지루하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 범인은 누군지, 죽은 남자는 누군지 궁금해 끝까지 읽긴 했다.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 이것도 작가의 역량이긴 분명하겠으나, 그 뿐이다.

추리소설을 표방하며 장르적으로 명쾌하게 써나간것도 아니고,

그저 추리 형식을 차용해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는데,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버린것 같다.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공감하기 힘들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자식들인 은성과 혜성은 건강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컸다. 은성은 성인이 된 지금도 아빠를 원망하며, 분노에 차있다. 타인과의 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하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혜성 역시 부모의 이혼으로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아이로 컸으며, 심지어 방화를 일삼는 범죄자가 되었다.

이런식의 설정을 한 작가의 사고방식이 의심된다. 부모가 이혼하면 아이들이 비뚤어진다는거 아냐. 모든 문제는 어렸을 적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트라우마 때문이고.

이게 세상을 다채롭게 바라봐야 하는 작가가 가질만한 관점인가.

 

아빠는 불법적인 일로 많은 돈을 번다. 그러면서 자긴 오직 가족만을 생각했다고, 다 가족들을 위해 한 일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패륜 가장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마인드인데, 이렇게 전형적으로 쉽게 그릴 수밖에 없었을까 싶다.

 

다른 남자의 애를 임신한 주제에 지금 남편의 애라고 속이고 결혼하고, 여전히 그 애인을 20년째 만나고 있는 새엄마 옥영은 어떤가.

 

이 책에선 새로운 이야기도, 새로운 인물들도, 새로운 사고방식도 찾아볼 수 없다. 

야박하게 말하자면, 500페이지라는 분량이 아깝고, 이를 읽기 위해 들인 시간이 아깝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정이현 작가 특유의 비유법들이 문장마다 어울리지 않게 들어있어 글을 읽는데 계속 거슬렸다.

'모두들 조각케이크 위에 앙증맞게 데코레이션된 딸기 과육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고, 고른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 같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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