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 - 시민 종교를 거부하는 참된 예배와 증언, 어린 양을 따라 새 창조로 나아가다
마이클 J. 고맨, 박규태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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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Revelation Responsibly: Uncivil Worship and Witness: Following the Lamb into the New Creation (2011)

 

 

이 책의 정체는 제목에 잘 드러난다. 한글 번역본은 Responsibly를 '바르게'라고 바꾸었지만, 저자의 의도랑 다소 어감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철저하게 현재, 즉 오늘날 계시록을 읽으면서 독자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저자는 Responsibly Reading을 통해서 미국의 실정이나 상황에 대한 분석을 요한계시록 해석과 밀접하게 엮어냈다.

 

 

우선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 도처에서 다음 두 권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1. Eugine Peterson <묵시: 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Reversed Thunder: The Revelation of the Praying Inagination)
2. Richard Bauckham <요한 계시록 신학>(The Theology of the Book of Revelation)
* 번역본은 보컴이 아니라 보쿰으로 저자 표기가 되어있다.

 

조금 더 간결하고 핵심적인 요한계시록 해석을 원하는 독자는 유진 피터슨의 저서를, 더 신학적인 개괄과 심오한 통찰이나 분석을 원하는 독자는 보컴의 책이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1장에서 4장까지로서 문제제기, 요한계시록의 저자, 장르, 줄거리 요약, 방법론 및 그 평가가 포함된다. 서론인 셈이다.
둘째는 저자가 크게 네 단락으로 나눈 요한계시록 해설이다. 5장은 7교회에 초점을 둔 1~3장 해설, 6장은 어린 양이 핵심인 4~5장, 8장은 여러 환상들을 폭넓게 다루는 6~20장, 9장은 마지막 절정과 끝맺음에 해당하는 21-22장 해설이다. 7장은 본문에 등장하는 여러 환상적이거나 상징적인 요소와 배경 해설이며, 10장은 저자가 현실에 책임감있게(responsibly) '적용'하는 부분이다.

 

 

이제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의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겠다.

 

1. 저자의 의도는 장래성보다 현재성에 초점을 맞추는 "계시록 읽기"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저술 제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특히 계시록을 미래의 범위에 가두어놓는 여러 해석들에 반대한다.

 

"미래만 앙망하는 도피주의자의 요한계시록 해석과 요한계시록을 사람의 손으로 이 세상에서 유토피아를 완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약속하는 책으로 보는 비현실적인 해석 사이에 중도(the middle way)는 없을까?"  (316)

 

저자는 "있다"고 답하면서, 특별히 그 예시로 바빌론과 제국을 해설하면서 미국의 실정에 많이 파고든다. 미국의 독자들에게는 저자의 해석이 아주 적실성있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책의 구조상 실천적인 적용이 요한계시록 해석 부분과 이어지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다. 그러나 저자의 '지금을 위한 적용'의 시도는 수많은 계시록의 해석과 접근법이 범람하는 가운데,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참고하기에 신뢰할 만한 기준을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666문제도 침묵하지 않고 제안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사람들이 예언했던” 적그리스도이자 666이라는 숫자와 연관성을 가진 특정인을 찾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늘 스스로가 신이나 신에 걸맞는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거나 “무조건” 신으로부터 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정치권력, 철저한 충성이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조건” 충성을 요구하는 권력을 가려내고 이들과 손 잡기를 거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247-8)

 

 

복음서나 서신서에 비해서 계시록을 오늘을 위한 책으로 읽는 시도는 상당히 드물다. 이 점에서 이 저술의 가치는 빛난다.

 


2. 저자는 "계시록 읽기"의 핵심을 그리스도로 본다.

 

이 책에서 가장 비판받는 저술은 팀 라헤이의 <Left Behind>시리즈이다. 저자는 책 도처에서 집중포격을 퍼붓는데, 그 이유는 휴거를 계시록의 핵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고먼은 요한계시록에 "휴거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는 휴거나 심판 같은 특정한 전제를 통해서 요한계시록을 획일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본문 자체에서 드러난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그 다양한  요소들을 아우르려고 시도한다. 그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으로서 계시록 4~5장 본문을 근거로 "어린 양"을 가져온다. 이는 리처드 보컴의 <계시록 신학>에서도 충분히 강조되는 측면이다. 저자는 계시록을 이렇게 이해한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어린양이신 그리스도를 전하는 좋은 소식이요, 악이 그치지 않고 제국이 폭압을 일삼는 와중에도 영원한 소망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굳건한 신실함을 다룬 책이다" (53)

 

고먼은 어린양이 죽임을 당하는 방법이 오히려 승리한다는 역설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심판 메시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 고먼 역시 심판이 핵심이라는 입장과 어린양 그리스도가 핵심이라는 입장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는 그리스도가 어린 양이며 동시에 사자로서 다스리시는 분이라는 이미지로 풀 수 있다.

 

"어린 양의 능력이 곧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능력이 곧 어린 양의 능력이다."(265)

 

계시록은 이위일체, 즉 하나님이신 그리스도 또한 그리스도이신 하나님을 핵심적으로 강조한다. 충돌이나 긴장처럼 보이는 여러 항목들은 십자가의 역설과 삼위일체의 신비 속으로 모두 받아들여질 수 있다.

 

 

3. 저자는 책임감 있는 적용을 7가지로 정리한다.

 

(1) 보라. (2) 들어라. (3) 예배하라. (4) 증언하라. (5) 빠져나와라. (6) 저항하라. (7) 따르라. (352-3)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 적용을 도출하는데 복잡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저명한 신약학자로서 고먼은 복잡한 학설들과 단순한 진리 사이에서 상당히 씨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고뇌가 바로 위의 일곱 가지 결론이다. 결국 고먼이 독자에게 권하는 바는 이 일곱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독자들이 직접 계시록 말씀과 마주하고 오늘날 세상과 대면하는 것이다. 다소 산만했던 책의 중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고먼의 논의는 잘 정리되어 있다.

 

계시록은 언제나 두 극단에서 긴장과 갈등 상태에 있었다. 한쪽에서는 계시록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기피하는 경향에 빠져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손쉽게 대해서 부주의한 해석이 범람한다. 고먼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중간에 있는 성경적인 길를 탁월하게 돌파해냈다. 미국 실정이라는 점을 감안할지라도, 이 책은 계시록과 관련된 신앙서적이나 주석서에서 간과했던 '오늘날의 현실'을 바라보자고 호소하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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