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신학의 5가지 유형
에드워드 W. 클링크 III & 대리언 R. 라킷 지음, 신윤수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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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Understanding Biblical Theology: A Comparison of Theory and Practice (2012)


성경신학은 오늘날 가장 많이 다양한 저술들을 쏟아내는 신학 분과이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거품 탓인지 열기 탓인지 혹은 치고받는 논쟁의 자욱한 먼지 탓인지 현재 사태를 규명하는 작업을 성공리에 끝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그 안으로 뛰어들기만 할 뿐, 그 광경을 밖으로 전달해주지 않았다. 혹은 반대로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부정확한 설명만 되풀이하는 부류가 있었다. 그러나 이 탁월한 두 학자는 그 과업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이 책은 “성경신학”을 정의하는 문제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이 책은 성경신학이라는 과제와 관련된 몇몇 핵심 논점들과 함께, 그 영역에서 연구하는 두드러진 학자들의 실제적인 고찰에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이다. 우리의 과제는 대학과 교회 양쪽을 괴롭히는 정의와 대안들이 어떤 곤경에 처했는지 규명하는 것이다." (288)

 

저자의 설명처럼 성경신학은 교회와 대학 양쪽을 섬긴다고 공언하지만, 의도와 반대로 괴롭히고(?) 있었다. 이 곤경을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비교와 분석이다. 도대체 이 저자와 저 저자, 이 학파와 저 학파는 무엇이 다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한 다섯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구약과 신약의 관계
(2) 성경의 역사적 다양성과 신학적 통일성
(3) 성경신학의 범위, 특히 자료의 범위

(4) 성경신학의 주제

(5) 성경신학의 목적: 교회인가 학교인가

 

여기서 다섯 번째 항목이야말로 독보적인 공헌이다. 교회와 학계(학자들/학교들)의 이 긴장과 갈등은 결국 교회를 섬기는 사역자들/성도들과 학자들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단절을 발생시켰다. 이를테면 톰 라이트의 압도적인 분량(!)의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 저술을 능히 읽어낼 사람은 누구일까? 그가 교회에 속할 확률이 높을까 아님 학계에 속할 확률이 높을까? 그러나 우리는 저자의 탁월한 안목과 정리 덕분에 학술 서적들과 논문들을 수천 페이지를 읽지 않아도, 성경신학계를 조망할 수 있는 지도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성경신학에 접근하는 다섯가지 길'을 안내한다.

 

(1) 역사 서술
(2) 구원사/구속사

(3) 세계관-이야기

(4) 정경적 접근

(5) 신학적 구성

 

아마 다섯 가지 길을 교차하거나 폭넓게 종합하는 방법론을 가진 성경신학자들은 저자의 구분에 반박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표지판은 아직 정착되지 않았으며, 현 상황을 진단하기 위한 안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 지도는 특별히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주요 학자들에 대한 정리이며, 다른 하나는 책 자체에서 직접 제공하는 요약이다.

 

 

 

1) 저자는 개별 성경신학 접근/방법론을 대표하는 학자들을 정리한다. 그들은 각각 제임스 바, D. A. 카슨, 톰 라이트, 브레바드 차일즈, 프랜시스 왓슨이다. 저자가 이 학자들을 정리한 의도는 ‘성경신학의 다섯 가지 유형’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도식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신학의 각 유형들은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사실 각 유형은 다양한 정의와 표현을 반영한다." (288)

 

이처럼 다양성과 폭넓은 현재 상황을 독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시도로 수많은, 독자들이 이름을 처음 들어볼 법한 여러 학자들을 나열하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하다. 커다란 지도에 모든 글씨가 똑같은 크기로 적혀있다면, 과연 가독성이 좋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요한 위치를 큰 글씨 혹은 굵은 글씨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각 성경신학의 입장에 속한 대표자를 한 명 골라서 학력 및 배경, 핵심 저술, 인터뷰, 쟁점에 대한 답변 등을 제공한다.

 

 


2) 저자는 지도의 인덱스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서 책 마지막 페이지에 일목요연한 표를 제공함으로써 책 전체를 요약하는 수고까지 기꺼이 책임진다. 현대 성경신학계에 정통한 학자나 독자는 그 표가 필요없겠지만, 그 정체를 규명하기 힘들었던 독자들에게 이런 수고는 너무나 큰 선물이다. 이 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대륙이 어디이고, 그 장소의 지명과 지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은 거시적인 특징 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관점도 놓치지 않는다. 책 제목은 다분히 도식적인 제목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곳곳에서 여러 성경신학 유형들에 대한 비교를 시도하면서, 각 유형의 경계를 세밀하게 언급해준다. 자칫 모호하거나 혼란스럽게 정리할지도 모를 부분들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사례를 해당하는 책 본문을 확인해보자.

 

"제임스 바가 사용한 story라는 용어와 톰 라이트의 worldview-story 사이에는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다." (77)

 

저자는 1유형에 속한 제임스 바와 3유형의 톰 라이트의 닮은 부분을 지적한다. 이런 관찰을 저자는 매 장마다 각 유형을 평가하면서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자들 사이의 논쟁 역시 요점을 정리한다. 다음은 동일한 성경신학 유형에 속한 학자들로 분류된 톰 라이트와 리처드 헤이스 사이의 논쟁이다. 이들에게는 일치점과 불일치점이 있다. 다음 대목은 헤이스가 라이트를 평가하는 대목이다.

 

" 톰 라이트의 예수 해석을 지지하는 주요 대화 상대는 이레나이우스나 칼케돈 공의회가 아니다. 심지어 히브리서나 베드로서신서도 아니다. 오히려 핵심 대화 상대는 요세푸스, 사해사본, 에스라4서 등이다.... 여기서 그의 방법론은 학계의 우선적 관심사와 매우 잘 어울리지만, 교회의 생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186)

 

물론 라이트는 헤이스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라이트가 성경신학계에서 지정학적으로 어떤 위치와 입장을 대변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다른 입장에 속한 학자들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2유형, 즉 구원사/구속사에 초점을 두는 입장의 학자들을 통째로 묶지 않고, 세 가지로 세부적으로 정리한다. 달라스신학교 교수들로 대변되는 '달라스 학파', D. A. 카슨이 속한 트리니티신학교의 '시카고 학파', 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위치한 '필라델피아 학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차이점보다 훨씬 크다. 이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2유형의 모든 지지자들은 점진성과 통일성의 해석적 중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성경신학을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성을 보인다. 여기서 문제는 거시 문맥 내에서 단락의 위치를 결정할 때, 특정 단락을 어느 수준까지 전체 맥락에 연결시키는지 여부이다." (100)

 

여기서 단락은 성경의 단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적게는 성경 본문부터 크게는 역사-문화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단위들(units)을 구속사라는 전체 맥락에서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상이하다. '달라스 학파'는 성경 본문에 조금 더 치중한 입장이고, '필라델피아 학파'는 신학적 구성과 결합에 조금 더 강조점을 두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추가로 인용할 대목은 이 책이 제일 공헌하고 있는 부분으로서, 학계를 넘어선 교회를 향한 관심과 진단이다.

 

" 세계관-이야기라는 3유형의 성경신학 방법은 성경의 다양한 부분들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시킬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이야기를 성경 독자들의 이야기와 하나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성경 전체의 치밀하고 상호본문적 읽기를 제공한다. 이 성경신학은 대학에서 활용되는 내러티브 도구들과 교회에서 이미 연출되고 수행되는 살아있는 대본의 직접적인 협력을 통해서 구성되고 유지된다. 그러나 이런 협력 관계는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천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대학과 교회 모두 자기 역할의 수행이 요구된다." (147-8)

 

어떤 이들은 이 책의 겉핡기 수준을 약점으로 지적할 수도 있다. 위에서 인용한 대목에서 교회나 대학의 역할을 파악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독자들? 그러나 이는 저자들이 밝힌 저술 목적에 잘 부합한다. 더 깊은 논의를 원하는 사람들은 학술지의 논문과 서평을 읽으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쟁쟁한 추천인들을 나열해보자. 고든 피 이후 New International Commentary 신약 시리즈의 에디터로 임명된 조엘 그린, 톰 라이트의 연구조교 출신이며 톰 라이트 관련 컨퍼런스를 주도했고 현재 휘튼컬리지의 신약학 교수 니콜라스 페린, 해석학 분야의 대가 케빈 밴후저, 구약학계를 대표하고 또한 Everyone 구약 시리즈를 책임진 존 골딩게이, 신약학계에서 진지하게 개혁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토마스 슈라이너 등. 더 이상 이 책에 무슨 보증서가 필요하겠는가? 


Tole, R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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