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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북아일랜드 분쟁(The Troubles)의 시작을 바닥부터 지켜볼수 있는 책이다.
📖제임시와 동료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들은 것들을 주의하게 되었고, 순찰할 때는 얼굴을 기억하고 손을 주의 깊게 보고 지붕, 창문, 문간을 샅샅이 살폈다. 담벼락이나 아이들을 엄폐물로 삼고 사방을 계속 겨누었다. 총을 든 사람, 무기를 든 사람을 맞닥 뜨리면 발포해도 된다는 것, 그러니까 사람을 쏴도 된다는 걸 알았다. "아일랜드에 배치됐다고 불만들이 많지만, 어 떤 병사가 말했다. "그래도 누굴 쏠 기회가 있으니까." "스키타는 거나 등산하는 것보다 나아." 다른 군인이 말했다.📖
두 세력간의 무장 다툼에서 아이들과 힘없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약자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한편, 강자는 사람을 쏘는 것에 대한 저항감마저 잃어버렸고, 살인은 스키나 등산보다 흥미로운 오락으로 치부된다.
📖평화시는 그들 모두에게 내려진 끔찍한 저주이자 재앙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성가시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은데다가 평화에 대해 경쟁적으로 시를 쓴다는 게 있을수 있는 일인지? 무슨 할 말이 있지? 선생님들이 바라는 게 뭐지? 누가 힌트라도 주지 않으려나? 또 그 평화라는게 두루뭉술 하게 모든 사람을, 그러니까 개신교도들까지 포괄해야 하나, 아니면 콕 집어서 우리한테 한정된 것이어야 하나?📖
평화의 범위를 한정지으려고 하는 생각이 평화의 반대편에 위치한 개념이라 아이러니했다. 강요에 의해 잘못된 의미의 평화를 세뇌당하고, 그래서 우리가 평화롭기 위해 '평화를 위협하는 반대세력'을 해쳐도 된다는 합리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아이들 마음 속에 남게될 것이다.
어린 어밀리아의 시선으로 보는 북아일랜드 분쟁의 시작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포장없이 그대로 전달되는 폭력적인 환경은 내가 벨파스트 거리에 홀로 서있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종교분쟁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론 식민지화에 맞서기 위한 북아일랜드 원주민들의 저항이라고 봐도 될것같다. 근데 처참하다. 전쟁으로 인해서 도덕성은 사라진채 다들 쫓겨살며, 본능에 중독되어 집착한다. 친족사이에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밤사이 시체가 생기고 거리에 나뒹굴어도 못 본척한다. 너무 담담하게 서술해서 나까지도 아무렇지 않은척 해야 할 것 같았다. 약자들은 우선순위의 희생자가 되고, 강자들은 흑백논리를 내세우며 편을 더 견고히했다.
편집자분께서 써주신 편지에 '보통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어떻게 피폐해져가는지 잔인하도록 생생하고 서늘하게'라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심각한 혐오와 편 가르기로 병들어가고 있는 지금' 읽어서 더 와닿았던것이 아닐까. 서로를 의심하고, 날 세운채 상처주는 지금과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양심과 도덕을 지키고 신념을 가지며 살아가는것은 쉽지 않지만, 필요하고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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