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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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하나에 몰두하지 않으면 공허한 현실이 덥쳐와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었던 아카리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서서히, 일부러 육체를 몰아 붙여 깎아 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 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과 돈과 시간, 내가 지닌 것을 잘라 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이들 때가 있다.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 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 가치가 있다고 여기게됐다."
책 속에서는 아카리의 여러가지 정신병적인 증세들이 나열된다. 억지로 손가락을 넣어 토하거나, 깊은 우울증세에 빠져있거나, 더러운 환경으로 자해를 하면서 아이돌이라는 쾌락만을 쫒으며, '아이돌을 사랑하는 나'만이 존재가치가 있다고 극단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픈 나, 위태한 나' 라는 연민에 빠져 본인을 갉아먹고, 병들이 나의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병을 전시하고 무기인 양 이해해달라고 휘두르면 주변사람마저 무너질수 밖에 없다는것또한 책 속에서 보여준다. 병은 꾸준한 상담과 약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나아질꺼란 두루뭉술한 희망에 기대지말고 발전된 의학을 믿고 꾸준히 치료해 나가야한다. 주변사람들도 그 길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연예인들도 사람이라 완전 무결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근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최애가 뉴스에 나오면 진실이 밝혀질때 까지 전전긍긍하다 통수를 맞기도 하고, 그 사람을 좋아했던 내가 너무 부끄럽고 초라해진다. 팬이 있어야 스타도 있다. 근데 그걸 자주 잊어먹는, 마치 본인의 능력하나만으로 유명세를 잡은 줄 아는 사람들은 구설수에 오르고 실수도 잦다. 우위에 있다는 특권의식은 참 어리석다. 더불어 최애의 무례에서까지 착즙하는 팬 역시 스스로 그 깍지를 벗어나야 한다.

책 중 등장하는 아카리의 블로그글들이 참 전형적이어서 반대로 안타까웠고, 주인공의 서술로 흘러가지만 제3자의 시선에서 과한집착을 느낄수 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좀 울렁울렁했다. 트위터 불행 배틀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전반적으로 암울한 논픽션같은 소설이다.

나 또한 비슷한 덕질에 빠졌고, 맹목적이었으며 아직도 집에는 흔적들이 남아있다. 유명한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차마 버리지 못하는 추억의 굿즈들은 사진보다 더 밀도있게 그 때의 기억들이 담겨있어서 한참 만지작거리게 된다. 그들덕분에 반짝거리는 설렘도 있었고, 꿈을 꿨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그들에게 닿고 싶었다. 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덕질만 생각할 수있었던 온실속에서 벗어나 스스로 벌어야하는 시기가 오고,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사람에 대한 실망도 커지고, 내가 맹목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것들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걸 깨달으면서 그들도 나도 다를거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덕질도 체력에서 나온다고, 일과 덕질을 병행하는것 또한 쉽지않은일이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하고 응원하는 일은 영혼이 순수할때 가능한것같다. 그래서 학생일때 더 딥하게 빠지는것 같기도 하다. 더럽고 치사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전에 만날 수 있는, 예쁘게 포장된 매력적인 세계? 그들을 사랑하는 맹목적인 나에 스스로 취하면서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도 용서받는, 실수를 배우는 나이니까.

이 책은 덕질에 빠져본 사람 대부분이 공감하는 한편, 본인이 덕질로 정당화했던 과거나, 흐린눈으로 넘겼던 사실들을 3자의 시선으로 때리는 내용이다. 독자에 따라 매우 불편한 기분이 들수도 있고, 트위터 훑듯이 읽을 수도있고, 묻어 두었던 추억을 꺼낼 수도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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