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고통이 책을 읽는다고, 누군가에게 위로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다 소용없는 건 아닐 거라고•••. 고통을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은 늘 거기 있고, 다만 거기 있음을 같이 안다고 말해주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하는지도 몰랐다. (p.533)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원해. 살면서 교훈 같은 거 안 얻어도 되니까. 좀 슬프잖아. 교훈이 슬픈 게 아니라 그걸 얻게 되는 과정이. 슬픔만한 한 거름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기왕 슬펐으니 거름 삼자고 위안하는 거고••• 처음부터 그냥 슬프지 않은 게 좋아. (p.5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은 지금까지 흔히 광대한 ‘바다‘로 비유되었다. 항해의 키잡이나 배가 ‘사전‘이고 ‘편찬자‘라고도 말해왔다. (...)
그러나 취재를 통해 내게 떠오른 ‘말‘의 이미지는 ‘모래‘였다.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 말은 항상 변화한다고 겐보 선생은 말했다.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바람에 의해 표면에 생기는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문.
겐보 선생은 계속해서 변하는 ‘사막‘의 경치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필사적으로 캔버스에 모사하려고 스케치를 되풀이하는 화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림붓을 휘두르지만 사막의 경치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꿔간다. 그래도 계속 그린다. 화가는 어느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잊어버린다. 그래도 사막의 경치를 쫓아간다. 발버둥칠수록 모래에 빠져드는 ‘개미지옥‘에 발을 들여놓은 줄도 모르고. -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은 지배적 논리에 익숙해서 그 논리가 계속 틀리더라도 흔들리지 않지만, 새로운 시각에 대해서는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비판하고 조롱한다.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시행착오와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의 실수를 자신이 옳다는 증거로 삼는다. 논리는 힘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자기 의견이 없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지배 논리에 의존하고 열광하기까지 한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죄송합니다. 실제로 제겐 당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권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이제는 질투심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서만 가질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 신문에서 자신의 비참을 드러내어도 좋다고 허락해준 사람들은 모두 이 세상의 거대한 비참과 불의에 저항하는 기적 같은 존재들이다. 내가 쓴 글들은 모두 그들에 대한 존경과 감탄에서 나온 것들이다. 나는 그들이 부디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싸우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건 세상의 차별과 고통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이 곧 망할 거라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p.27)

촘촘하게 과속하는 사회에서 촘촘하게 고통이 전가된다. 제 속도를 고집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일은 욕먹기 십상이므로 사람들은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를 몰아붙인다. 더 이상 고통을 전가할 곳 없는 이들이 벼랑 끝에 매달려 있고 위로받지 못한 영혼들이 스스로 몸을 던진다. 죽음이 일상이 되었으나 책임을 추궁하는 일은 부질없다. 위로나 용서는 돈이 합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최저가로 남의 인생을 망치고도 지체없이 시동을 건다. 산 사람은 달려야 한다. (p.44)

나는 ‘고통이 사라지는 사회‘를 꿈꾸지 않는다. 여기는 천국이 아니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수나 전태일처럼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은 모두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몸을 사리며 적당히 비겁하게 내 곁에서 오래 살아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이 있고 어떤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다. 고통을 기록하는 마음은 광장에서 미경 씨의 머리를 밀어주며 "죄송해요"라고 말했던 여성의 마음과 비슷할 것 같다. 바라는 것은 그가 나에게 안심하고 자기의 슬픔을 맡겨주는 것이고, 나는 되도록 그의 떨림과 두려움을 ‘예쁘게‘ 기록해주고 싶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세상은 ‘싸우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