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지금까지 흔히 광대한 ‘바다‘로 비유되었다. 항해의 키잡이나 배가 ‘사전‘이고 ‘편찬자‘라고도 말해왔다. (...)
그러나 취재를 통해 내게 떠오른 ‘말‘의 이미지는 ‘모래‘였다.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 말은 항상 변화한다고 겐보 선생은 말했다.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바람에 의해 표면에 생기는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문.
겐보 선생은 계속해서 변하는 ‘사막‘의 경치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필사적으로 캔버스에 모사하려고 스케치를 되풀이하는 화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림붓을 휘두르지만 사막의 경치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꿔간다. 그래도 계속 그린다. 화가는 어느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잊어버린다. 그래도 사막의 경치를 쫓아간다. 발버둥칠수록 모래에 빠져드는 ‘개미지옥‘에 발을 들여놓은 줄도 모르고.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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