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라는 곳이 참 재미있지. 결국 우리는 스크린에 쏘아진 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p.98)
우리는 각자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잘하고 싶었는데,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콘티를 열심히 그렸는데, 우리는 왜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을 미워하게 될까. (p.115)
고태경은 가끔 의미에 파묻힌 사람 같았다. 온갖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그의 생존법이었을까. (p.124)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p.138)
삶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오케이를 외친 순간들이 드물게 있었다. 무언가가 좋다는 감정,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 사람들은 그래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확실한 생에 확신이라는 것을 가져보고 싶어서. 결국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많은 선택지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백하는 것이었다. (p.198)
영화를 정말로 사랑하니까 영화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서 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승호의 말. 누군가에게는 궤변으로 들릴 말이지만, 내게는 궤변이 아니었다. 영화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승호가 단지 자신이 뭔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205)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독려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외부에서 누군가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그러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지자가 되어주고 싶어졌다. (p.226)
나는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는 않을 거다.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