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 애들이 부러웠다. 그건 종교가 없는 사람이 가끔 신자들을 부러워하는 심리와 비슷한 데가 있었다. 1초도 빠짐없이 나를 주시하고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는 신이 있으면 사는 일도 한결 든든하지 않을까.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그걸 믿으면 얼마나 위안이 되겠나. 그가 실제로 그걸 믿는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는 눈동자 같은 신의 존재를 느끼며 힘을 내어 하루하루 살아갈 테니 말이다. (p.46)
왜 누군가를 사랑하면 갑자기 주변 모든 사람들이 위협적일 만큼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나는 울고 싶어진다.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모두 나의 적이다. 그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들의 매력을 알아볼 것만 같아서 나는 애가 탄다. 그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p.82)
나 자신을 평가하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들이 일러 준 나의 모습을 받아들여 그것이 나의 특성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 수 없어졌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내가 원한다고 믿었던 삶이 나의 기질과 어울리는지. 사람들의 시선과 모르는 사람들의 존경, 가상의 기대와 평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살게 될까.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