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한동안 나를 방치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통제가 불가능했죠.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이러다가 영영 나로 되돌아오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싫지만 내가 좋거든요. 천사가 의자가 된 뒤로 두려움은 증폭됐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이러다가 이 세상이 엉망진창 되면 어쩌지. 이 세상을 증오하지만 이 세상을 사랑하거든요. (p.42)
우울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는 삶은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믿는 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기억 한두 개쯤 가슴에 지닌 채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p.214)